"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동진오토텍, 진우제이아이에스(JIS), 유성기업, 갑을오토텍이 어디랑 문제가 엮여 있느냐?"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 질문에 조대엽 장관 후보자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현대중공업이라고 답했다. 정답은 현대자동차. 유성기업은 현대차 부품사로 '비정규직 0명 공장'이었다. 2011년 5월 "밤에는 잠 좀 자자"며 파업에 들어가자 이명박씨가 "연봉 7000만원 받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인다"고 비난한 회사다. 직장폐쇄→용역·공권력 투입→대량해고·구속→복수노조로 이어진 '노조파괴 대작전'이었다. 지난 2월 법원은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 파괴를 지시했다"고 판결했고, 뒤늦게 검찰이 현대차 책임자를 기소해 언론에 크게 보도된 기업을 노동장관 후보자가 몰랐다.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도 똑같이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한다면, 노조의 기본권이 파괴된 상황에도 문제의식을 가지는 게 일관되다. 갑을오토텍은 부당노동행위, 파업방해, 노조원 폭행, 노조파괴 등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무력화시킨 노동기본권 파괴의 백화점 같은 사업장이다. 변호인으로서 조력받을 권리를 옹호한 기본권 보장차원의 행위니 문제없다고 방어하려면 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권을 대하는 일관되고 올바른 태도다.
비록 3자 개입법은 없어졌어도, 이번 성주나 이대에서처럼 보수언론이나 정부의 '외부세력'론과 그에 맞선 저항세력의 '순수성'론은 이 사회에 그대로 살아 있으며, 저항세력은 군사정권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순수'하니 내 문제에 정치권과 운동권이 개입하지 말라"고 방어막을 쳐야만 했다. 그런데 저항세력이 방어를 위해 내세운 '순수성'론은 당장의 탄압을 피하는 '자원'이 될 수 있지만, 결국은 발목을 옥죈 쇠줄을 녹여 철사로 온몸을 감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