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담당 공무원 위주로 사업을 강행하다 역대급 참화를 낳았다”
3명의 인골, 칠기목제 부장품 등이 나왔다
현대기술인 기중기로도 들어올릴 수 없다.
한일 고대사는 무엇을 말하는가?
세 권으로 이뤄진 ‘가야고분군 연구총서’가 나왔다.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의 부모는 몇 분인가? 두 분이다. 조부모는 몇 분인가? 네 분이다. 증조부모는? 여덟 분이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해 올라갈수록 우리의 생물학적 조상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은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자손이라는 것을 뜻한다. 나보다 20대 위의 조상의 숫자는 104만 8576명이다. 수십대 위로 올라가며 훌륭했던 시조나 파시조를 찾는 것이 무의미하다. 가령 덕수 이씨 중에서 지금 살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후손에게 이순신은 그저 그를 낳아준 수 십만 명의 조상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 수많은 조상 중에는 잘난 사람 못지 않게 못난 사람 또한 많을 것이다.
대통령이 학계의 특정 연구 주제, 즉 가야사 연구를 육성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지만 그런 논리를 따른다면 대통령이 뇌과학 연구를 육성하라고 지시한다든지 혹은 인공지능 연구를 육성하라고 지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한 것이 된다. 하교수는 아마도 학계의 주요 연구 아젠다는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가 아니라 오직 해당 학문에 종사하는 전문가 그룹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운용해야 할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갖지 못하는 종합적, 거시적 안목에서 특정 연구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은 결코 부적절하지 않다.
정작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성된 '동북아 역사 왜곡 대책 특별위원회'가 그것이다. 위원회가 '위대한 상고사'를 꿈꾸는 일본 군국주의나 나치의 파시즘적 역사관에 가까운 사이비 역사 해석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도 하나의 해석이다. 문제는 고구려와 한사군의 영역을 둘러싼 역사가들의 동북아 역사 지도 논쟁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판결'을 내리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로 내정된 도종환 의원이 이 위원회에서 하버드대의 고대 한국 프로젝트나 동북아 역사 지도 폐지에 맹활약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 자신도 그러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던 것은 국가권력이나 권력자가 역사문제에 대해 특정한 방법이나 내용, 심지어는 권력자의 개인적인 소신이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의 부당함 때문이었다. 도대체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이 학문적 문제나 역사기술에 관해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지시한 문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고대사의 연구방향과 내용을 '지시'하는 듯한 방식으로 공식 회의를 통해 발언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경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