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랑 호날두도 못 빠져나온다”는 압박 면접
40대 미만 국회의원 비율이 OECD 평균 19%인데, 대한민국 20대 국회엔 20대 국회의원이 없고 30대도 2명뿐이다. 2030 유권자 비율은 30%가 훌쩍 넘는데, 불비례성이 심각하다고 본다. 평균연령 55.5세의 국회의원들이 청년들의 삶을 충분히 알고 대변할 수 있나 의문이다. 그래서 더욱 당사자 정치가 필요하다. 1%도 못 미치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 OECD 평균에라도 가면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청년들이 의회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뻥은 그만 치시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285유로, 한국 돈으로 35만 원가량 되는 현금을 가지고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8일간의 유럽 여행이 그렇게 막을 올렸다. 가난한 여행자였던 나에게는 두 가지 생존 전략이 있었다. 첫째는 최대한 돈을 아끼는 것. 그래서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내가 즐겨 이용한 사이트는 소파를 찾아다닌다는 뜻의 '카우치서핑'으로, 현지인들이 집을 열어주고, 여행자들이 며칠 밤을 묵어가는 플랫폼이었다.
최근 광주에 문상을 다녀온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는 더 씁쓸하다. 장례식장 인테리어가 화려하기에 의아해서 물었더니 결혼식장을 용도 변경한 것이라고 하더란다. 전라도만이 아니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적지 않다. 포항에서는 한 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청년 인구가 줄고 만혼과 비혼이 늘면서 지방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청년이슈를 앞세우는 정당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정책에 관한 관심은 알파고와 인공지능에 완전히 밀려나 버렸다. 전국구 비례대표 후보명단의 앞자리를 청년이나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이른바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차지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청년정책이라는 것이 없다. 전통적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는 청년을 성인으로 가는 과정으로만 보고 따라서 어른이 되기까지의 고생을 오히려 약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뒤진 가부장적 관념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청년의 정치참여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변화의 동력, 청년의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그럴듯한 표현에는 희미한 가슴 떨림도 없다. 애초에 그건 청년이 한 말이 아니라 표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이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청년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는 열정적인 말을 들으면 이제는 속이 답답하다. 청년이 마주하는 현실이 우리의 투표율이 낮은 탓인가. '투표율'을 강조하는 사고방식은 손쉽게 '20대 개새끼론'이 된다.
자수성가형 기업가와 전문가, 성공한 청년 디자이너, 유리천장을 이겨낸 여성과 명사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정작 그들에게서 정당에 입당하기 이전의 삶에서 공동체를 위한 '정치적 견해'를 들어 본 일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분명 개인적 삶에 있어서 노력했고, 성실했으며, 평범하지 않은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가진 정치인들은 과거 한국 정치에도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정치권의 때가 묻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승자들은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하라고 요구합니다. 보수적인 언론과 정치인들은 구조적 문제점에 눈을 감고, 개인의 노오력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합니다. 진보 인사들은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을 꾸짖고, 적극적 참여를 요청합니다.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고, 분노할 것을 설득합니다. 그러나 진보조차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N포세대로 상징되는 결핍 상황은 우리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분노할 수 있는 능력까지 빼앗고 있습니다. 노력 부족을 탓하는 것만큼,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타박이 허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