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보자. 2016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그리 적합한 때가 아니다. 사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2009년 1월, 그의 앞에는 오래된 3가지 외교과제가 놓여 있었다. 첫 번째는 쿠바와의 관계개선 문제였고, 두 번째는 이란 핵문제였으며, 세 번째는 북한 문제였다. 이 해묵은 과제 중에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문제는 아주 멋있게 해결했고, 이란 핵문제는 그런대로 잘 마무리했다. 그런데, 북한 문제는 더 꼬였다.
이번 투표가 '직접민주주의는 중우정치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대로 시민들이 직접 중요한 국가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말 위험하고 무모한 일일까요? 국가 중대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하는 것이 직접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한다면, 1972년 유신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쳐서 투표율 91.9% 찬성율 91.5%로 채택하게 한 박정희 전대통령 역시 직접 민주주의의 충실한 구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EU탈퇴로 인해 스코틀랜드의 독립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스코틀랜드가 재작년에 있었던 독립 국민투표에서 강한 독립 열망과 반영국 정서에도 불구하고 55%의 지지로 '잔류'를 선택했던 것은 '경제적 고립 가능성'이 핵심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럽연합(EU)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결국 영국은 복고주의에 기반한 '대영제국'을 열망하며 브렉시트를 선택했지만, 조만간에 '소영제국'(=리틀 앵글랜드)으로의 전락이 불가피한 자충수를 둔 셈이다. 브렉시트 → 스코틀랜드 독립 → 리틀 잉글랜드로의 전락은 거의 자동적이고 연쇄적인 알고리즘에 가까운 순서일 듯한데, 문제는 그간 세계질서를 유지하던 '정치-군사적인 균형'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진다는 점이다.
영국의 EU 탈퇴 소식은 나를 우려하게 한다. 정치 공학적 분석이전에 철학적으로 보자면, 영국의 EU 탈퇴는 '타자에 대한 환대와 타자들과의 공존' 이라는 이 현대세계의 긴급한 과제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국과 같은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특히 난민 문제나 이민자문제 등에 어떠한 실천적 개입을 하는가가 이 국제사회에서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제 '유럽공동체'가 아니라, 다른 나라/사람들과는 다른 '영국공동체'를 더 우선적 정체성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은, 타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배타성을, '영국성'을 지켜내기 위한 것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슬람, 여성, 성소수자등과 같은 '타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노골화하는 미국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차별의 정치'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이 미국 안에서도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