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물러나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의 처지가 얼마나 딱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는 역사상 가장 나쁜 두 대통령의 뒤를 잇는 행운을 얻은 겁니다. 두 나쁜 대통령이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줄 거라는 점도 문 대통령의 행운입니다. 내가 또 하나 하고 싶은 충고는 노무현 정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로 인해 좌절하고 만 노무현 정부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는 아직도 진보를 자처하는 정부가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누구는 여전히 주먹을 쥐고, 누구는 손을 잡고, 누구는 가만히 서서 각자 다른 모습으로 함께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투사가 되지는 못했고, 때론 비겁하게 살았을지라도, 내 삶을 지키는 데 급급해 눈 감은 적은 있을지라도, 그렇게 살다 문득, 그래도 함께 겪은 시대의 고통을 영 외면하지는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서사. 그런 이들이 촛불을 들었고 그 힘으로 5월의 정신을 계승한 정부를 만들었다.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낸 동료시민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뿌듯함. 오늘 함께 운 사람들의 가슴에는 기쁨의 서사 하나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