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시험을 위한 삶'에서 '삶을 실험해볼 수 있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싱가포르는 학습과 삶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다. 싱가포르는 이런 전환을 위해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전체의 20%를 여백(White Space)으로 비워두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2015개정교육과정을 통해 20% 학습량 감축을 시도했지만 형식적 감축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어 싱가포르와 같이 20% 여백을 가질 수 있기까지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개정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는 2018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본질을 벗어난 입시중심 교육이 지속될 것이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은 그대로 두고 문·이과 통합,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란 심하게 말하면 내용과 정체도 불분명한 '구호'를 가지고 시쳇말로 한 건 올리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이란 점이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수학의 학습량이나 난이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수학을 포기한 학생도 많다. 수학을 학습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 그냥 이유 없이 수학이 싫은 학생들, 예방과 조기개입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을 좀 더 다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입시제도를 개선하다가 수능을 2일로 늘리는 부담을 지기 싫어 해괴망칙한 발상으로 공통과학과 공통사회라는 괴물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타당성을 크게 결여한 개정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묻고 싶다. 다가올 20-30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역량 등 근본적인 논의와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이런 임기응변적 졸속 개정에 시간, 노력, 자원을 낭비해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