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임기연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87년 6월항쟁의 최대 열매 가운데 하나인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최근 몇년간 착실히 축소되어왔다. 2012년 선거에서의 대대적인 관권개입과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대부분 흐지부지되었고, 수사기관의 독립성, 관료조직의 중립성, 언론의 공정성 등 재발방지 장치들이 하나같이 멸종위기에 놓였다.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의사를 직접 표시할 기회는 극도로 억압되었다.
김무성 대표 등 국정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인사들이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를 모두 '반(反)대한민국 사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국정화의 이유로, '국론분열 방지와 국민통합'을 국정화의 최종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데에서 이들의 진정한 의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대한민국과 반대한민국이라는 대립구도로 우리 사회를 구분하고 유신시대의 '국민총화'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민주-반민주' 혹은 '진보-보수(혹은 수구)' 같은 대결구도를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 이를 통해 비판세력을 반국가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정치적 생존권까지 박탈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