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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좋아서 한국인이 된 '엉클 밥'을 만나다

"웰컴~ 어서오세요~"

ⓒ이현정 작가

강릉 아이스아레나 입구에 있는 한 카페. 하얀 벽에 파란 지붕인 건물 외관부터가 강릉 특유의 화창한 하늘과 어우려져 쾌적해보인다. 오픈한지 2년 남짓이지만, 강릉시민들 사이에서 ‘밥아저씨가 하는 카페’로 제법 입소문이 난 카페다. 간판엔 엉클밥이라는 글자와 파란 눈의 할아버지 그림이 정겹게 담겨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웰컴~ 안녕하세요”라는 활기찬 목소리가 인사를 건넨다. 간판 속 그림과 똑같이 생긴 엉클밥, 밥아저씨다. 통유리를 통해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는 카페 창가에 앉아 밥아저씨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밥아저씨의 한국말 어감을 살리기 위해 답변 내용을 가급적 그대로 싣습니다.)

- 카페 소개를 부탁드린다.

: 강릉에 카페를 연지 2년 반이 됐습니다. 강릉 시민들이 자주 오시는 카페이고 가끔씩 관광객들도 들르시는 카페입니다. 옛날 미국 치어스라는 (시트콤) 방송이 있었어요. 동네에 있는 바(를 다룬 방송이었어요). 그 마음처럼 하고 싶었어요. 편하게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학교 잘 다니냐고 인사하고 그런 카페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우리 카페에요.

ⓒ이진우
ⓒ윤인경

- 밥 아저씨의 사연도 궁금하다.

: 저는 70세(한국나이로는 71세다)니까 할 얘기 많습니다. 한국에 오래 있었으니까 한국 이야기 많이 할게요.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한국에는 69년에 처음으로 왔다. 그때 미8군으로 와서 1년동안 있다가 미국에 돌아갔어요. 70년대에도 평화봉사단으로 왔어요. 전라남도 영광에서 2년반 봉사했고. 전라도 광주에도 올라갔어요. 그때부터 한국을 좋아했는데, 한국에서 중요한 걸 깨달은 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였어요. 다시 미국에 가서 석사 받아서 은행일 했다가 뭐 이런 일 저런 일 했는데 항상 한국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1995년 삼일회계법인으로 다시 와서 IT 컨설팅 업무 근무했다가 퇴직했어요. 퇴직할 때는 미국갈까 한국에 계속 살까 생각했다가 귀화했어요. 귀화를 하고 나서 어디서 사는가. 서울이라는 큰 도시 있지만. 나는 큰 도시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내가 고향이 강릉에 있기 때문에 강릉에 내려와서 살다가 원래 집은 아이스아레나 쪽에 있어서 새로 집을 짓고 (그 후엔 그 집에서) 커피숍하자고 생각해서 그것을 지금까지 하게 됐습니다.

- 한국말이 유창하시다.

: 잘하는진 모르지만 하기는 해(웃음). 평화봉사단에 있을 때 교육을 받았었죠. 하와이에서 한국어만 배우고 와서 그때는 별로 잘하진 못했지만 30년 간 살면서 조금씩 늘었죠(웃음).

- 한국말 잘 하시는 걸 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 어떤 사람은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고만 해도 ”한국어 되게 잘하신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30년을 살면서 왜 이런 단어도 모르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윤인경

 - 정착 후에 한국인으로 귀화까지 하신 이유가 있다면.

귀화한 날짜가 재미있다. 2007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귀화를 했습니다. 난 한국에 계속 살고 싶은데 귀화를 안 하면 매년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귀화하면 편안하게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 수 있어. 그래서 그것만 보고 귀화를 했죠. 근데 미국 가면 한번은 한국 여권(한국어 이름은 크라프로버트윈필드다)으로 미국에 갔는데 재미있는 점은 미국사람이 “캐나다에서 오셨나요?” 물어봐서 여권 보여주면서 “아닙니다” 하니까 “오잉? 이거 처음 봤어”(웃음)라더라구요. 중국에 갔을 때 한국 여권 주고 그 사람이 나 보고 여권 보고 얼굴 보고 여권 보고 한 스무번 보고 거기 앉으라 해서 10분~15분 앉아 있는데 그동안 여권이 가짜인자 진짜인가 확인했죠. 그런데 내가 가짜 여권을 쓰면 한국여권 쓰겠습니까? 한국사람처럼 안 보이는데(웃음).

-한국 많은 곳 중에 강릉에 정착하신 이유는?
내가 한국에 30년 살면서 여기 저기 많이 다녀봤습니다. 강릉 같은 곳이 없어요. 하늘이 깨끗하고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호수도 있고 계곡도 있고, 좋아요, 편해. 강릉이 제일 좋아요. 올림픽이 끝난 뒤에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진 강릉이 좋아요. 음식은 삼시세끼는 한식을 먹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한식 좋아요. 아침에 밥 먹기는 힘들어요. 강릉의 막국수, 추어탕은 약간 입에 안 맞는데 회는 좋아합니다.

- 원래 집은 아이스아레나 쪽이라고 하셨는데
: 강릉에 온 건 2007년부터였어요. 그 때 있던 집은 지금의 올림픽파크 안에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 자리에 있었어요. 올림픽 돼서 철거하고 이쪽으로 나왔습니다. 7년 살다가 옮기기가 어려웠는데. 저도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올림픽 우리 동네 오니까 프라이드도 생기고 그렇게 돼서 나가자. 그래서 새로 집을 지으면서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젠 괜찮아졌어요. 

ⓒ윤인경

- 강릉시민으로 바라보는 올림픽은 어떠신지.
: 두 가지 있어요. 한 가지는 기분 좋고 앞으로 새로 강릉 만들고 하는 그런 마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또 한 가지는 보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변경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다 지나갔어요. 우리는 올림픽 자체보다는 올림픽 후에 어떻게 신경을 많이 씁니다.

- 올림픽 후의 어떤 점이 신경 쓰이시는지.
: 역사를 보면 리우나 소치나.. 많은 데 보면 올림픽하고 난 뒤에 별로 좋은 일 없다고 보이잖아요. 우리는 올림픽을 하고 난 뒤에 계속 좋은 일 생기게 하고 싶은데 아직 방법이 보이진 않는다.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는 외국분들이 이곳에선 편하실 것 같다.
: 보통 간판에 영어이름을 붙이는데 간판 이름하고 가게하고 안 맞(을 때가 많)아요. 그냥 영어 아무 거나 쓰는데. 만약에 미국에서 커피숍 열고 아리랑 커피샵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근데 안에 들어가면 아리랑(과 관련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가게 이름만 아리랑인 것처럼. 그런데 여기는 엉클밥. 여기는 기억하기도 쉽고. 간판에 얼굴도 나오고. 여기 들어와서 한국말도 하시고 영어도 할 수 있고 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번역이 잘못 표지판도 많은데 하나를 꼽자면.
: 영어번역은 조심하게 해야 돼요. 조금 더 틀리면 완전히 달라요. 예를 들어서 여기(아이스아레나) 통제하잖아요. 통제해서 한국말로는 직진 못한다인데 영어로 그걸 번역한 게 노 스트레이트니스. 그게 왜 이상하냐면 미국에선 스트레이트니스는 이성애자. 그래서 이성애자는 오지 마라. 게이나 레즈비언이나 와라(는 뜻이 된다).

- 그러면 ‘직진 금지’는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 No thoroughfare.

- 봉사활동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다.
:2년 반 전에 이사를 왔잖아요. 그때 시청 직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때 이야기했던 시청 직원 한명이 택시기사 영어 담당이에요. 그때는 어떤 사람은 (영어를) 배우고 싶다 했고 어떤 사람은 나중 일 신경 안 쓴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중에 7명~8명이 영어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한 사람이 있어서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소개해주고 영어 가르쳐줄게요. 그렇게 시작했어. 지금은 2년간 영어 가르쳤다가 이제 가족처럼 됐어요. 함께 식사하고 술 한잔도 먹고 재밌게 놀고 다 카카오톡으로 얘기하고 손님이 택시 필요하면 오시고 그렇게 됐어. 왜 그렇게 택시기사 영어가 중요하냐면 외국인이 우리 강릉에 내려와서 터미널이나 역에서 내려오면 처음에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 택시기사. 그래서 택시기사는 우리 강릉 얼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좋은 느낌을 받으면 잘 되겠죠. 그래서 난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 택시기사분들이 교육받으시고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하세요?
한국사람이 모든 사람이 영어할 수 있어요 진짜. 다 머릿속에 단어가 다 들어가 있는데 문제는 입으로 나오기가 힘든데,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고 말을 나오게 하는 강의를 했어요. 많이 늘었죠. 기사도 옛날에는 외국인이 택시 필요하다고 하면 스탑할까 말까 했는데 지금은 스탑하고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웰컴 투 강릉~ 그렇게 변경이 됐어. 제가 단어를 가르친 게 아니고 마음 편하게 영어할 수 있는 마음 줬어. 저의 생각에는.

- 강릉에 온 외국인들에게 알려주실 에티켓이 있다면?

: 첫번째로 구두 벗어주세요. 두번째로 콜택시 부르고 취소할 땐 연락하세요. 또다른 팁은 서두르지 마세요. 천천히 하면 서로 커뮤니케이션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급한 일이 있을 수 있는데(웃음) 그것만 빼고

- 잠깐 머무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줄 한국말 3개만 꼽으신다면.

: 1. 안녕하세요. 2. 따로따로 주세요. 계산할 때. 왜냐하면 외국인이 계산할 때 따로하는 게 보통인데 한국 와서는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번만 돈 내요. 주문할 때 따로따로 주세요. 그러면 좋고. 3. 또.. 감사합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다 그 발음이 어려워요. 우리생각에는 간단한 쉬운 말이면서도 외국인들한테는 어려워요.

- 한국에선 괜찮은데 외국사람들이 당황할만한 에티켓이 있다면?
: 너무 오래 살아서 나도 알기 힘든데, 미안하지만 나는 너무 오래 살아서.. 

ⓒ이진우

 - 강릉시민으로서 올림픽 이후 세계가 강릉을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 것 같으신지?
: 지금까지 듣는 말. 여기 오신 분들 듣는 말은. 한국인 강릉사람들이 아주 친절하다고. 그걸 또 기억하시면 좋고. 그리고 경치. 강릉 경치는 예쁘다고 멋있다고 생각하시면 그것도 좋고. 모든 사람한테 매일매일 하는 말. 재미있게 노세요. Have fun. 여기 오셔서 재미있게 놀고 가시라고.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

- ‘It’s not the coffee. It’s the people’(커피가 아니다. 사람이다.)라는 카페 모토는 어떻게 정하신건지.
: 집을 지을 때는 커피숍 생각 안해서 그냥 뭘 좀 해야 하는데, 바로 옆에 길 있고 강릉에는 커피숍 많고 뭐 커피숍 하자고 (결정했어요). 그런데 저희는 커피 팔기 위한 목적보다도 손님이 편안하게 기분 좋게 오시고 갈 때는 기분좋게 가시는 것. 제일 중요합니다. 커피 파는 것보다. 그래서 써놨어. 왜 써놨냐. 내가 날마다 그걸 봐야돼. 오늘도 커피 팔거나 말거나 제일 중요한 것. 사람이다. 아까 치어스 얘기했잖아요. 그 기분으로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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