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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푸틴에 대처하는 트럼프의 자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전략.

ⓒKevin Lamarque / Reuter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알아주는 ‘지각대장‘이다. 상대를 불문하고 정상회담에 늦게 나타나기로 악명 높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조차 기다리게 했다. 

영국 ‘더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열린 미-러정상회담은 예정보다 50분 늦게 열렸다. 두 정상의 만남은 애초 오후 1시20분으로 잡힌 터였으나, 둘 다 기싸움을 벌이는 양 지각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예상을 깨지 않고 이날도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을 태운 전용기는 오후 1시가 돼서야 헬싱키 공항에 착륙했다. 

그러나 왠 일인지 이번엔 지각한 푸틴을 기다리는 트럼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보다 19분 늦은 1시56분에야 대통령궁으로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헬싱키에 도착해 호텔에 머물고 있었지만, 푸틴이 도착한 뒤에야 호텔을 나섰다. ‘누가 누가 늦나’ 대결에서 푸틴에게 역전패를 안긴 것이다.

푸틴이 상대방 정상을 기다린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 34분 지각했는데,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30분 정도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1시간 45분 늦었다.

다른 나라 정상들과 만날 때는 더 심한 적도 많았다. 2012년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때는 4시간,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 때는 3시간 지각했다.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50분 기다리게 했다. 최악의 지각 사태는 2014년 빚어졌다. 이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시간15분을 기다리고서야 푸틴과 만날 수 있었다.

푸틴의 잦은 지각을 두고는 계산된 협상 전술이라는 관측과, 그런 게 아니라 그저 개인적 습관일 뿐이라는 시각이 혼재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어쨌거나 트럼프가 푸틴에게 한참 밀렸다는 비판이 미국 안팎에서 쏟아진 이번 미-러정상회담 성과와는 별개로, 지각 경쟁에선 푸틴이 트럼프에게 한 방 먹은 셈이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거듭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을 감싸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미국과 나토 동맹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저자세 외교’로 동맹의 근간을 흔들어댔다는 비판이 불거진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러정상회담을 포함한 이번 순방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18개월 동안 가장 크게 비판받는 해외 방문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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