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정치개혁이 밥 먹여 준다

정치가 더럽다고 한다. 정치는 더러운 정치꾼들이나 하는 것이지 깨끗한 사람, 양식 있는 사람, 보통사람은 할 것이 아니라고 한다. "너희들은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한다. 정치가들이 그렇게 부추긴다. 왜? 자기네들끼리 해먹기 위해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판에 들어오지 못하게 심리적·제도적 장벽을 치고는 정치가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정치를 더럽게 만들고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정치판에서 정치를 더럽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럴수록 정치판의 기득권이 공고해진다. 정치에서 민의는 멀어진다.

  • 이동걸
  • 입력 2015.09.14 12:31
  • 수정 2016.09.14 14:12
ⓒ한겨레

정치가 엉망진창이다. 야당은 집안에서 자기네들끼리 서로 물어뜯기 바쁘고, 정치의 정점이라 할 대통령은 집안 반대파 숙청과 졸개들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집권여당은 대통령 눈치 보기 바쁘다. 대통령은 허언을 일삼으며 국민들을 배신하고 있고, 여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은 국민들 이간질을 서슴지 않는다. 야당은 립서비스만 한다.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은 안중에 없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약자와 소수집단을 철저히 무시한다.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 종종 마녀사냥의 제물로 쓴다. 야당은 무력하게 방관하고 있다.

배신의 정치를 그만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말뿐이다. 야당도, 여당도, 대통령이란 사람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한 진짜 정치개혁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오직 기득권 지키기에만 열심이다. 정치판은 이전투구판과 다름없다. 정치가들은 자기가 한 입 더 먹겠다고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다가도 정치판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여야 없이 한패가 된다. 정치가들에게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국가도, 국민도, 당도 없다. 여야가 따로 없다. 오직 정치 기득권을 지키는 초당적 정치꾼들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정치가 더럽다고 한다. 정치는 더러운 정치꾼들이나 하는 것이지 깨끗한 사람, 양식 있는 사람, 보통사람은 할 것이 아니라고 한다. "너희들은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한다. 정치가들이 그렇게 부추긴다. 왜? 자기네들끼리 해먹기 위해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판에 들어오지 못하게 심리적·제도적 장벽을 치고는 정치가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정치를 더럽게 만들고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정치판에서 정치를 더럽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럴수록 정치판의 기득권이 공고해진다. 정치에서 민의는 멀어진다.

정치판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승자독식 정치 때문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가장 좋은 제도다. 매번 적게는 수백만명, 많게는 천만명가량의 투표가 사장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다양한 소수의견을 대변하는 소수정당은 괴멸된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적당히 기득권층과 타협하는 양대 정당만이 살아남을 뿐이다. 소수의견은 철저히 무시된다. 무관심하도록 길들여진 다수의 의견도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쉽게 잊히거나 왜곡되기 일쑤다. 민의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될 리 없다. 정치판의 기득권이 가장 잘 유지되는 제도다. 그것은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경제논리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민의가 무시되는 승자독식 정치는 필연적으로 승자독식 경제를 낳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힘없는 소수의 니즈는 무시되거나 립서비스만 받을 뿐이어서 경제의 불균형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공약을 뻔뻔스럽게 내팽개친 것을 보라. 대부분 인턴 자리뿐인 허울 좋은 청년실업대책만 내놓으면서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재벌 배만 불리는 것을 보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여 창의적인 중소기업의 자유로운 성장을 막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비뚤어진 창조경제를 보라.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노조 쇠파이프" 운운하며 뻔뻔스럽게 갈등을 조장하는 것도 승자독식 정치에서 갈등 조장이 여당의 정치적·경제적 기득권 지키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 기득권자들이 휘두르는 "승자독식의 쇠파이프"다.

다양한 민의와 경제적 니즈가 골고루 국가정책에 반영되어야 승자독식 경제가 고쳐진다. 이를 위해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혁파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최소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시한 100석, 지역구 의원 수의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니즈를 대변하는 여러 소수정당이 나타나고, 양당 독재가 종식되면서 경제적 민의가 고루 반영된 균형 잡힌 경제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방법이다. 이를 반대하는 자, 국가경제발전의 적이다. 정치개혁이 밥 먹여 준다는 걸 알아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이동걸 #비례대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