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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그룹의 '왕자의 난' 4가지

  • 원성윤
  • 입력 2015.07.29 14:25
  • 수정 2015.07.30 06:07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국 기업에서 유독 독특하게 두드러지는 장면 중의 하나가 있다. 바로 2세,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자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마치 조선 초기, 태종 이방원이 태조 이성계에 이은 왕위 차지가 어려워지자 다른 왕자들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른 것을 빗대 '왕자의 난'이라고들 한다. 지금 한국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1. 롯데가(家): 첫째 신동주 VS 둘째 신동빈

이번 롯데그룹 왕자의 난은 첫째 아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을 축출하려다 되려 자신이 축출당한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려 앉히고 그룹을 완전히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변수가 있다.

바로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일본 광윤사의 주식이다. 이 기업은 롯데 계열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실질적인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국롯데(롯데제과, 대홍기획, 롯데쇼핑, 롯데알미늄, 롯데칠성)와 일본롯데(롯데상사, 롯데아이스) 등 위에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그 위에 '광윤사'가 있는 것이다.

광윤사는 규모만 보면 포장재를 만드는 작은 일본 회사다. 그러나 광윤사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최대주주, 즉 실질적인 지주사다.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도 5.45%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지분 3%를 보유 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광윤사의 대표이사이고, 형제가 똑같이 29%씩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광윤사의 지분을 누가 어떤 경로로 추가로 확보하느냐가 한·일 롯데의 원톱을 차지하는 핵심 관건인 셈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27∼28일 사태로 인해 우리사주 지분 12%를 신동빈 회장이 넘겨받기로 했다. (7월29일, 중앙일보)

2. 금호가 : 셋째 박삼구 VS 넷째 박찬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그룹의 형제간 갈등 역시 알려진 사례 중의 하나다. 바로 셋째 아들 박삼구 회장과 넷째 아들 박찬구 회장의 다툼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져있다.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047040]과 대한통운을 차례로 인수해 재계 8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세계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재무구조 개선과 대우건설 재매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화학부문을 맡았던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만이라도 살리겠다며 분리 경영을 추진했고 당시 총수였던 박삼구 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이른바 '형제의 난'이 발생했다. (7월27일, 연합뉴스)

이런 금호가가 '쪼개져야 한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왔다. 매일경제 7월23일 보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에서 금호석유화학 등 동생 박찬구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를 분리시켜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3. 효성가 : 둘째 아들 조현문 부사장의 형제 고소

효성 그룹은 조석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큰 형인 조현준 사장 등 그룹 임직원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22일 “수백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형 조현준 사장을 2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7월 효성 계열의 부동산 관리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트리니티)와 (주)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고발했는데, 이번에는 친형을 직접 고발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 노틸러스 효성, 효성 인포메이션 시스템(HIS) 등 효성 계열사의 전·현직 임직원 7명도 추가로 고발했다. 이 계열사들은 모두 조 사장이 최대 주주다. (2014년 10월 22일, 경향신문)

이런 분쟁은 일찍 경영권 정리를 하지 않은 탓에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효성 그룹의 경우 3형제 모두 경영권에 가까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영권 다툼은 이전 이권 다툼과는 다소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현문 부사장이 아버지 조석래 회장에게 적어낸 요구사항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저희 세대의 사회적 책임은 과거와 다르다. 재벌은 정당하게 돈을 벌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그런데 조현준 사장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다. 회삿돈과 내 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2. LA 부동산 횡령 건 이후에도 조현준 사장의 불법행위는 계속됐다. 특히 회장님이 담낭암으로 2010년 7월부터 11월까지 회사에 못 나오셨을 때 집중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3. MB 사돈이라는 이유로 정권이 바뀌면 효성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수 있다. 조현준 사장이 횡령한 회삿돈을 빨리 정리하고, 조 사장의 불법에 관여한 이상운 부회장 등 주변 인물들을 정리해야 한다. (7월29일, 뉴스토마토)

4. 삼성 창업주의 아들 : 이맹희 VS 이건희

삼성그룹 역시 최근 유산상속 문제를 놓고 뒤늦게 분쟁이 벌어졌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지난 2012년 유산상속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물론 3남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재판에서 이겨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리고, 현대가 '시숙의 난' : 정상영 VS 현정은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시숙의 난'을 벌이기도 했다. 현 회장은 쉰들러를 끌어들이는 것을 포함해 가까스로 KCC의 공격을 막아냈다. (7월29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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