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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코난과 기술생태학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미래소년 코난>에서 흥미로운 점은 미래에 있음직한 기술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흥미롭게 보이는 기술은 다이스 선장이 자주 사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물론 이 만화에서 보이는 기계는 완전히 착용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현재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웨어러블 수트와 비슷하게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 수 있고, 보다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도록 설계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고 음흉하기만 하다.

  • 최종훈
  • 입력 2015.04.27 05:53
  • 수정 2015.06.27 14:12

작년에 유튜브를 통해서 30년전 주말 아침마다 즐겨보았던 <미래소년 코난>을 아이들과 볼 기회가 있었다. 어렸을 적에 시청했을 때에는 발가락 힘으로 높은 탑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탱하는 코난의 묘기와 나나를 지키려고 인더스트리아와 맞서는 종횡무진한 활약이 참 재미있었고, 코난과 포비의 우정과 코난과 나나의 풋풋한 사랑이 가슴에 남았던 것 같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이 만화영화를 접하게 되니, 미야자키 하야오가 코난을 통해서 얘기하려고 하는 메세지들도 차곡차곡 눈에 들어온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미래소년 코난>에서 흥미로운 점은 미래에 있음직한 기술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그 하나가 인공위성을 통해서 인더스트리아의 삼각탑에 태양에너지를 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실제로 미국 NASA와 일본의 연구소에서 미래 대체에너지의 대안으로 활발히 연구 중에 있다. 지구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는 대기권을 통해서 태양광을 받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우주 공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인공위성을 띄우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모은 에너지를 초고주파(microwave)나 레이저로 변환하여 지구로 전송하는 방법이다. 여러 기술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한하고 청정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힘입어 많은 투자와 기술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 왼쪽 : 미래소년 코난에 등장하는 태양광 인공위성, 오른쪽 : NASA의 우주기반 태양광 인공위성 개념도 (출처 : NASA)

두번째 흥미롭게 보이는 기술은 다이스 선장이 자주 사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물론 이 만화에서 보이는 기계는 완전히 착용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현재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웨어러블 수트와 비슷하게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 수 있고, 보다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도록 설계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 왼쪽 : 다이스 선장의 로봇, 오른쪽 : Raytheon 회사에서 선보인 군사용 웨어러블 수트 (출처 : Raytheon)

하지만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고 음흉하기만 하다. 가공할 무기로 인한 전쟁으로 모든 대륙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미래의 지구의 모습은 암울해 보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인더스트리아의 독재자 레프카는 세계를 정복하려는 탐욕을 보인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기계산업공학과 환경공학을 가르치면서, 과학기술학 교수이기도 한 위럼 밴더버그 교수는 '기술의 경제학'과 '기술의 생태학'을 구분하였다. '기술의 경제학'은 경제적인 가치에 의거하여서 기술을 평가하고 개발하는 입장을 대표한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우선순위로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나서 생기는 부작용들은 다른 새로운 기술들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그와 반면에 기술의 생태학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들도 함께 고려하면서 기술의 개발을 생각한다. 특정한 기술이 개발되고 사회에 적용되었을 때에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영향과 사회적 질서와 관계에 대한 영향 그리고 환경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려는 노력이 들어가 있는 입장을 취한다. [1]

언론을 통해 테크 뉴스란을 보면 경제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소개들이 줄을 잇는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혹은 사람들의 새로운 필요를 창출해서 엄청난 부를 이룬 기업과 오너들을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기술들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질서, 자연환경과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한 고려가 묻어나는 기사는 반면에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즉 기술의 경제학적인 면은 부각되는 반면에 생태학적인 면은 참 묻히기 쉬워보인다.

<미래소년 코난>뿐만 아니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섬 라퓨타>등 여러 작품을 통해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과 기술의 생태학을 강하게 설파하지 않았나 싶다. 기술과 자연이 어우러지고, 기술이 인간성을 보다 풍부히 함양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토피아를 향한 강한 갈망과 함께, 결국에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기술이 남용되어서 생기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씁쓸히 교차되어 나타난다.

-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의 후쿠시마의 사진들 (출처 : Geek.com)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의 후쿠시마 도시의 모습은 슬프게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인더스트리아와 그 모습이 닮아있다. 반성을 모르고, 맹신이 지나친 기술이 가져다 준 참담한 결과 중 하나이다. 지난 200년간 산업혁명 이후 기술이 가져다 준 혜택에 너무 취하여 기술이 쌓아올린 진보의 궤적을 너무 신뢰하면서, 나아가고 있는지는 아닐까? 인간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써 기술의 본래의 가치가 폄하되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에만 기술이 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인간 관계를 단절시키고, 일자리를 없애가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술사회는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미래소년 코난은 해맑은 얼굴로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

참고 :

[1] 이 단락의 내용은 "토플러& 엘륄 - 현대 기술의 빛과 그림자 - 손화철"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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