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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NL 이어 '코피노' 연기하는 김민교 "우리나라가 코피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 박수진
  • 입력 2015.04.02 06:43
  • 수정 2015.04.02 06:46

배우 김민교(41)는 최근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재미난 경험을 했다. 그가 한국말로 결혼식 사회를 시작하자 하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KBS 2TV 저녁일일극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 남순 버젤리오 리, 우리 이름 이남순으로 등장하는 김민교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다.

이남순은 자신과 필리핀인 어머니를 두고 가버린 한국인 아버지 사업가 이병태(정한용 분)를 찾아 서울로 온 코피노다. 당연히 코피노 출신 배우겠거니 생각했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김민교의 연기가 30%를 오르내리는 드라마 흥행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스스로도 '너 이 자식, 잘했다'고 되뇌었다"는 김민교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코피노 역할이라면 대사가 적을테고 대사 스트레스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에 종종 외국인으로 오해받는 때도 있어서 외모적인 부분도 잘 맞겠다는 점도 있었고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지만 정작 김민교는 작은 역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코피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챙겨본 것이 주효했다.

"코피노들의 현실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코피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마음이 씁쓰레하더라고요. 코피노들의 아픔을 계속 곱씹다 보니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역을 연기해야 할지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김민교는 내친김에 첫 촬영을 앞두고 필리핀 마닐라로 떠났다. 현지 안내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다음,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필리핀인들과 코피노들을 두루 만났다. 김민교는 가장 먼저 만났던 필리핀인이 "감사하니다"라고 인사하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니니다'와 같은 TV 속 남순의 중독성 있는 화법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정작 한국말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코피노는 만나지 못했다고.

"코피노들은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헤어진 것이 아니라 거의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들이 떠났기 때문에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 고 설명하는 김민교의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김민교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것은 코피노가 희화화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남순은 종종 웃음을 일으킬 때도 있지만, 온갖 갈등이 실타래처럼 얽힌 이번 드라마에서 정 많고 나름 지혜로운 인물로 등장한다. 김민교는 "위트와 웃음기를 아예 없앨 수는 없었지만, 남순이라는 인물이 폄하되거나 바보처럼 보이지 않도록 웃음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많이 버리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남순이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친부 이병태의 온갖 방해 공작에도 아버지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곤 했다. 김민교는 아버지 역의 정한용과 자주 식사하면서 가까이 지낸다고 했다.

"저랑 정한용 선생님이 피로 연결된 사이가 아닌데 신기하게도 피의 끌림 같은 걸 느껴요. '그렇게 아옹다옹하면서 사는 이병태 당신도 힘들겠군요' 하는 마음으로 토닥여 주고 싶다고나 할까요."

"그런 끌림은 수년 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극 중에서는 냉기가 감돌지만 이병태 아내 박주란 역의 문희경은 김민교와 가까운 사이라고. 김민교는 "제게 이 작품을 같이하자고 계속 이야기했던 사람이 바로 문희경 누나"라면서 "누나도, 저도 무명일 때 대학로에서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김민교는 'SNL코리아' 등에 출연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이번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셈이 됐다. 그는 "나이 지긋하신 어머님, 아버님들은 애정 표현을 정말 세게 해준다"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남순이'라면서 안아주실 때는 정말 인기가 더 강렬하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오면 사람들 반응 같은 게 (케이블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희열이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신나서 스스로 채찍질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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