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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27일 18시 14분 KST

진지하게 '사랑의 불시착' 실현 가능성을 풀어봤다

바람 타고 월북? 평양의 백화점 사장? 명품 시계 못 알아보는 북한 전당포?

<사랑의 불시착> 첫 화에서 ‘세리스초이스’ 대표 윤세리(32·손예진)는 회사의 새 스포츠 의류를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패러글라이딩을 한다. 평온했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낀다.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경운기, 돼지 등 땅에 있던 온갖 것들이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든다. 윤세리의 패러글라이더도 돌풍에 휘말려든다. 패러글라이더가 나뭇가지에 걸리면서 윤세리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패러글라이더가 ‘북한’에 불시착한 것이다. 남에서 온 윤세리가 군사분계선(MDL) 이북의 비무장지대에서 리정혁(32·현빈) 조선인민군 민경대대 5중대장(대위)을 만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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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무동력 비행체는 어떻게 넘어온겁니까?”(5중대 초급병사 금은동)

“무동력이니까. 동력이 있으면 암만 센 바람이 불어도 레이더가 다 걸러냈갔지. 무동력은 열감지가 되지 않아서 눈으로 못 잡으면 놓치는기야.” (5중대 특무상사 표치수)

그런데 정말 공중에서 바람을 타고 ‘월북’하는 일이 가능할까? 합동참모본부와 공군의 관계자 여러명을 취재해보니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군사분계선 인근을 감시하는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저고도 감시 레이더 등은 기본적으로 금속 물체를 탐지·식별해낸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더에는 엔진이 없고 소재의 대부분이 천 등으로 이뤄져 있어 공중에 있는 비행체를 탐지하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군에서는 “드라마에서처럼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에서는 레이더뿐 아니라 지상의 관측소(OP) 등에서 육안 감시 또한 이뤄지기 때문이다. 레이더가 미처 포착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24시간 감시·경계 작전을 수행하는 군 병력이 이상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7년 1월 서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며 시속 500km로 초계비행을 하던 F-15K 조종사가 우리 영공을 날아다니던 ‘미상의 물체’를 육안으로 확인했던 사례도 있다. F-15K는 미상의 물체를 발견하고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이상 물체는 ‘도라에몽이 그려진 대형 풍선’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금속을 식별한다”며 “물론 금속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레이더를 민감하게 작동시키면 반사파가 돌아오기 때문에 탐지·식별을 할 수는 있다. 도라에몽 풍선도 레이더로 반사파가 잡히니까 직접 가서 육안으로 식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육안 감시를 많이 하고 카메라도 있다”며 “드라마 속 상황에서는 돌풍 때문에 감시 시스템이 모두 마비가 되고 상당히 혼란스러운 틈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장 동지, 안녕하십니까!” (평양제일백화점 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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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4화에는 2015년 5월25일 “위대한 수령 동지께서” 직접 “현지 지도하신” 평양제일백화점이 나온다. 남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화점의 풍경과 다르지 않게 1층에 신발, 구두 등이 화려하게 전시된 모습이 보인다. 이 백화점의 사장은 리정혁 중대장의 약혼자 서단(31·서지혜)의 엄마인 고명은(58·장혜진)이다. 드라마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고명은을 “돈주”라고 부른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개인 신분인 ‘돈주’가 실제로 평양 최대 규모 백화점의 ‘사장’이 되는 일이 가능할까?

표면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을 표방하는 북한에서는 개인이 백화점과 같은 ‘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큰 상업시설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평양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백화점과 같은 이름의 백화점이 있는데 이 역시 국영이다. 평양 중구역 경흥동에 있는 ‘평양제1백화점’은 북한 최대 규모 국영백화점으로, 드라마 속에서 “위대한 수령 동지”가 직접 “현지 지도”를 했다고 밝힌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7월 직접 방문해 현지지도를 하기도 했다. 드라마 속 백화점의 규모, 최고지도자의 현지 시찰 등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평양제일백화점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 백화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돈주(개인)인 고명은이 국가 소유 백화점을 ‘소유’하는 ‘사장’이라니 얼핏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 현재 북한에서 “실현 불가능 한 일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30년 동안 북한에서 급격한 시장화가 이뤄지면서 최근에는 국가가 (백화점과 같은) 고급 상점에 대해 (돈주 등에게) 허가권을 내주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자본은 돈주들이 돈을 대서 문을 열기도 한다”며 “(돈주들은) 경영 사장이나 지배인이 돼 운영을 할 수도 있다. 수익은 국가에 상납하고 일부는 애초 투자를 한 돈주한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드라마에서처럼 백화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돈주를 “사장 동지”라고 부를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북한 경제 전문가 ㅇ씨는 “외부에는 정부의 기업소 이름을 달고 개인이 실질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드라마에서 한국 시청자의 이해를 돕고 우리 문화에 맞게 ‘백화점 사장’이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 김영희 박사는 “북한에서 상업·유통 부문에는 사장이 없다”며 “합영회사나 무역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 기업은 모두 지배인제다. 당에서 지배인을 선정해서 파견을 하는 형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해당 인물이 공식적으로 어떤 직함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며 “최고지도자가 상당히 신경을 쓰는 삼지연, 원산갈마 해안관광 지구 개발 사업 등 중요한 국가적 사업에 (물질적으로) 크게 기여를 한 사람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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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운영하는 돈주 고명은이 실재한다면 그는 북한에서 ‘권력형 돈주’에 가깝다. 북한에서 국영기업 지배인은 노동당원이고, 고명은의 남동생 고명석(55·박명훈)이 남쪽으로 따지면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조선인민군 ‘원스타’(소장)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고명은이라는 여성은 돈과 권력을 모두 가졌다.

드라마 속에서는 서단의 아버지, 고명은의 남편에 대한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서단의 아버지이자 고명은의 남편이었던 인물은 최소한 노동당 간부급 인사였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 활동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 돈주가 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나 농민, 가정주부와 같은 평범한 주민이 국영백화점 ‘지배인’ 자리에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까닭에서다. 김영희 박사는 “드라마에서는 고명은의 남편이 왜 없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남편은 최소한 당이나 군, 검찰 간부를 맡다가 사망했고 그 뒤에 배우자인 고명은이 지배인 자리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딸을 러시아로 수년 동안 유학을 보내고, 동생이 보위부 소속이라고 한다면 이 집안은 결코 평범한 가정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평양제일백화점은 내각 상업성 소속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 규모면 다른 지방에 있는 여타 백화점들과 비교하더라도 그 지위가 상당히 높을 수 있다. 김 박사는 “일반적으로 기업 지배인은 당 차원에서 배치를 하는데 이 정도 지위의 백화점 지배인이 되려면 노동당원임은 물론이고 대학에서 관련 공부를 하고 실제 기업을 관리·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인물이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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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에프 더블유 시즌 한정판으로 딱 5개 나온 거. 본점에서 디자이너한테 직접 구매한 거예요. 5개 중에 하나는 내가 샀고, 나머지는 누가 샀을까요? 들으면 진짜 깜짝 놀라실텐데. 패리스 힐튼이랑, 미란다 커랑… 내 얘기 듣고 있어요?” (남에서 북으로 불시착한 윤세리)

“가볍구만.” (사택마을 인근 장마당 전당포 주인)

“반의 반만 받을게요. 2만달러.” (윤세리)

“구리가 만원에 가죽이 7000원, 공임비가 2000원. 1만9000원은 줄 수 있갔네.” (전당포 주인)

<사랑의 불시착> 5화에서는 윤세리가 장마당에 있는 전당포에 가서 자신의 명품 시계를 맡기는 장면이 나온다. 별안간 남에서 북으로 불시착하는 바람에 수중에 돈이 한 푼 없었기 때문이다. 윤세리는 전세계에서 5점밖에 없는 명품 시계를 맡기면서 ‘2만 달러’만 받겠다고 하지만, 전당포 주인은 2만원이상 줄 수 없다고 자른다. 그러면서 한 남성이 가죽 벨트를 맡긴다고 하니 3만5000원을 쳐 준다. “이거 명품이라고요! 무려 한정판!”이라 외치는 윤세리한테 전당포 주인은 “의미 없소. 우리는 근으로 재니까. 가죽을 더 썼어야지. 너무 가벼워. (중략) 2만원에 가져가기 싫으면 그냥 가라요”라고 맞선다.

정말 북한의 장마당 전당포에서는 명품 시계보다 낡은 가죽 벨트에 값을 더 쳐줄까? 2년여 전 평양에서 남쪽으로 ㄱ씨은 “(명품 시계가) 흔치 않은 기물이다”라며 “언제 보기라도 했어야 진품인지, 짝퉁인지를 알 수 있는데 1만달러가 넘는 시계는 평양에서도 차는 사람이 정말 몇 명 안 되기 때문에 명품 시계에 대한 안목은 약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드라마에 등장한 전당포가 평양이 아니라 군사분계선 인근, 개성 지역 작은 마을에 있는 장마당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전당포 주인이 시계의 실제 가치를 알아봤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북한 경제 전문가 김영희 박사도 “예컨대 장마당 전당포에 금시계를 맡긴다고 한다면 그것이 명품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장마당 전당포 주인이 남쪽에서 통하는 명품의 가치를 알기는 어렵다. 시계가 명품이라는 것보다는 그 안에 금이나 은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를 주로 따지는데, 전당포 주인이 재료의 무게로 가격을 따진 것은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