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2월 07일 19시 02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2월 07일 19시 02분 KST

강간 문화에 저항하는 칠레 여성 시위대의 노래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가부장제, 여성에 대한 폭력, 성폭력 가해자들이 처벌 받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Marcelo Hernandez via Getty Images
SANTIAGO, CHILE - DECEMBER 05: Demonstrators with their eyes closed or covered sing and perform during the demonstration and performance 'Un violador en tu camino' organized by feminist group Lastesis in front of La Moneda Presidential Palace on December 5, 2019 in Santiago, Chile. Central Bank of Chile forecasts a 1% growth in GDP for 2019, which will be the worst year for Chilean economy since the crisis on 2009 (1,6%). Similar results are expected for 2020. National oil company announced a raise in fuel for the third time in three weeks. Senators approved last night the bill to tighten measures against looting and a 50% increase in pensions for retirees over 80 years old. (Photo by Spencer Platt/Getty Images)

강간 문화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모욕 등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은 칠레 시위대의 노래가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상징곡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가디언이 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A Rapist in Your Path(Un Violador en Tu Camino)’라는 제목의 노래와 단체 율동이 조합된 플래시몹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던 11월말 칠레에서 처음 시작됐다.

수많은 여성들이 플래시몹을 벌이는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멕시코 멕시코시티, 콜롬비아 보고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도 여성들이 거리로 나서 플래시몹에 참여했다.

 

칠레 최대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즘 공연 그룹 ‘라스테시스(Lastesis)’가 만든 이 노래는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 성폭력 가해자들이 처벌 받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가부장제가 재판관이다 / 태어날 때부터 우리를 재판하는 / 우리가 받는 형벌은 / 당신들이 보지 못하는 폭력

가부장제가 재판관이다 / 태어날 때부터 우리를 재판하는 / 우리가 받는 형벌은 / 목격된 폭력

이건 페미사이드 / 처벌 면제가 살인자 / 이건 실종 / 이건 강간

내 책임도, 내가 어디에 있었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의 책임)도 아니다 (x4)

(후렴) 강간범은 당신이다 / 강간범은 당신이다

이것(강간범)은 경찰이고 / 재판관이고 / 국가이고 / 대통령이다

억압적인 국가가 강간범이다 (x2)

(후렴) 강간범은 당신이다 / 강간범은 당신이다

″아무런 잘못 없는 소녀들이여 평온히 잠들라 / 노상강도는 걱정하지 말고 / 꿈에서 달콤하게 웃으며 / 너의 사랑하는 경찰을 지켜보라”(칠레 경찰 노래)

(후렴) 강간범은 당신이다 / 강간범은 당신이다 / 강간범은 당신이다 / 강간범은 당신이다

JUAN BARRETO via Getty Images
Colombian journalists take part in a choreographed performance originated in Chile, and inspired by the Chilean feminist group Las Tesis, against femicide, gender violence and patriarchy in Bogota on December 5 , 2019. (Photo by Juan BARRETO / AFP) (Photo by JUAN BARRETO/AFP via Getty Images)

 

여성폭력에저항하는칠레네트워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매일 42건(1시간 당 약 2건)의 성폭력이 신고되고 있는 반면 법적 처벌이 내려진 건 2018년 기준 전체 사건의 25.7%에 불과하다.

칠레에서는 10월부터 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에 의한 성폭력, 고문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칠레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에 대한 저항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The performance of Chilean feminists -created by the Buenos Aires collective # Lastesis-, not only becomes viral throughout the world, now it becomes a symbol and is imitated by different feminist groups on the planet on 30 November 2019 in Buenos Aires, Argentina. Here ''The rapist is you'', made in Bogota, Colombia. (Photo by Juan Carlos Torres/NurPhoto via Getty Images)
Pablo Sanhueza / Reuters
Women rights activists and people wearing blindfolds participate in a protest oppos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against Chile's government in Santiago, Chile December 4, 2019. REUTERS/Pablo Sanhueza

 

페미니스트 법률 단체 아보펨의 대변인 바르바라 세풀베다 알레스는 ”칠레 사법체계에서는 (여성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와 선입견이 성폭력의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피해를 가한다”고 말했다.

플래시몹에는 웅크리고 앉는 동작이 포함됐는데, 이는 진압 당국이 시위에 나선 여성들을 체포할 때 취하도록 하는 자세를 재현한 것이다.

노래를 만든 라스테시스의 파울라 코메타는 ”원래 시위곡으로 쓰려던 노래는 아니었다”며 ”여성들의 행진은 이 노래를 그 이상의 무언가로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5일 수 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플래시몹에 참여한 빅토리아 가야르도(71)씨는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눈물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늘날 젊은 여성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이 퍼포먼스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