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에서 차로 50분 가야 도착하는 전남 화순군 북면. 그곳에는 전교생이 27명 뿐인 아산초등학교가 있다. 조그만 시골학교지만, 학생들은 인근 22개 마을에서 통학한다. 주변 4개 분교와 통폐합됐기 때문이다.
내년 이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2명이다. 한명도 없을 뻔 했다. 그러나 학교가 ‘집 무상 제공’이라는 파격 조치를 내걸면서 신입생이 들어오게 됐다. ‘무상 제공’하는 집이지만 노후된 집을 조금 수리한 수준인 것도 아니다. 약 2억8000만원을 들여 새로 짓는 건물이다. 12월 완공된다. 이 집에는 살게 될 가족은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와 유치생원 자녀를 두고 있다. 쌍둥이 자녀들이 내년 아산초 학생이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중앙일보에 따르면 아산초 김경순 교장은 집 문제만 해결되면 시골 학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무상 주택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아산초등학교 자체의 교육환경은 탁월하다. 전교생에게 태블릿 PC가 지급되며, 운동장엔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백암산 자락에 있어 공기도 좋다.
문제는 거주할 집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교육환경을 마음에 들어하면서도 집 문제 때문에 이주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후 아산초로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를 서울, 순천, 광주 등 여러 곳에서 받았다”면서도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러 교육 환경을 보여주면 전학을 검토하지만, 집 문제 때문에 돌아선다”고 토로했다.
김 교장은 ”쓰지 않던 옛 교사 관사 부지에 주택을 지어 전학을 유도할 테니 도와달라고 화순군청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화순군은 김 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약 2억8000만원의 건축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건물이다. 화순교육지원청은 약 1억원의 학교 내 관사 부지와 철거비를 제공했다.
학교 측은 초등학교 자녀가 졸업해도 중학교까지 이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유치원생 자녀가 이 학교에 입학해도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 김 교장은 ”시골에도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살 수 있는 청년 주택,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