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동글게 말고 나머지 손가락을 쭉 펴는 손동작 ‘오케이’(okay) 사인이 이제 혐오의 표식이 됐다. 미국 유대계 시민 단체인 ‘ADL’(Anti-Defamation League)은 지난 26일 36개의 혐오 표식을 발표했다.
이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이 손동작을 할 때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이 이루는 모양이 ‘W’(white)를 뜻하고 검지와 엄지가 이루는 동그라미가 ‘P’(power)를 뜻해 ‘화이트 파워’의 의미라고 한다. 이는 애초에는 미국의 일베로 불리는 게시판 사이트 ‘4채널’의 사용자들이 지어낸 이야기로 일종의 ‘미끼 전략’이었다.
당초에는 이 흔하고 긍정적인 손동작이 자신들의 표식인 것처럼 퍼뜨려 미디어와 진보주의 진영에서 ‘과민반응’을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즉 만들어진 목적대로라면 이는 진짜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손동작은 극우주의자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인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50명을 살해한 호주의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가 법정에 나타나 이 손 모양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극우주의자 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집회에서 종종 목격된다.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1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있었던 극우주의자들의 집회에서 목격된 오케이 사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손동작이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부가 혐오의 상징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일반의 상징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