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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08일 13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6월 08일 13시 54분 KST

‘카톡 감금’ ‘데이터 셔틀’도 학교폭력···신고할 수 있다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한겨레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어떤 행동이 먼저 떠오르는가? 집단폭행이나 돈을 뺏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직접 때리거나, 돈을 빼앗지 않고 괴롭히는 수법도 많은데,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가해 학생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피해 학생도 신고를 해야 하나 망설이며 남몰래 속앓이하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카톡 감금’이 있다. 피해 학생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서 집단으로 언어폭력을 하는 것이다. 피해 학생이 대화방을 나가면 가해 학생들이 다시 초대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다른 예로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으로 하여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강요해서 피해 학생의 데이터를 가해 학생들이 공유 받아 사용하는 ‘데이터 셔틀’이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실상 가해 학생의 행동이 장난이 아닌 ‘괴롭힘’에 해당하는 경우, 그 유형을 불문하고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카톡 감금’이나 ‘데이터 셔틀’도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지방법원은 ‘설명충’, ‘진지충’이라고 놀리는 것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세 명의 가해 학생 ㄱ, ㄴ, ㄷ이 1년 내내 피해 학생 한 명을 집단으로 괴롭힌 사건으로, 가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과제를 발표하는 피해 학생을 향해 ‘설명충’, ‘진지충’이라 놀리면서 “자기가 잘난 줄 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들은 단체 대화방에서도 끊임없이 피해 학생을 조롱했다. 참다못한 피해 학생이 학교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그 결과 ㄱ 학생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학교에서의 봉사 5일 10시간’, ‘특별 교육 이수 2일’ 처분을, ㄴ, ㄷ 학생은 ‘서면 사과’ 처분을 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했지만, 법원은 피해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장은 학교폭력의 정도에 따라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사회봉사’, ‘전학’ 등 9가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중 전학 처분은 중한 징계에 해당하는 만큼 가해 학생들이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경우에 전학처분이 가능하다고 판결할까?

학교장이 전학처분을 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사례도 있다. 고등학생 ㄹ 군이 동급생인 피해 학생의 가슴을 2~3대 때리고 밀치는 폭행을 한 사건과 초등학생 ㅁ 군이 동성 친구들의 성기와 엉덩이를 만지는 행위를 한 사건이었다. 반면 약 반년 동안 중학생 ㅂ 군이 피해 학생에게 음료수와 담배 등을 사 오라고 시키면서 피해 학생을 주먹이나 발로 폭행하였고, 휴대전화를 부수기도 한 사건에서는 학교장이 가해 학생에게 내린 전학처분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했다. 법원의 판단 경향을 보면 가해행위가 상습적이거나 선도가 어려워 보이는 경우에 전학처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장의 처분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가해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학교폭력의 정도에 따라 형사 처분을 받게 할 수도 있다. ‘데이터 셔틀’은 공갈죄, ‘카톡 감금’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아이들 간의 장난이 아닌 엄연한 범법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더 큰 학교폭력을 막도록 하자.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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