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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05일 16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05일 16시 50분 KST

'안전한 자동차' 기술 개발에 매달려온 볼보의 단순한 결론 : 속도 제한

볼보는 내년부터 모든 차량의 최고속도를 180km/h로 제한한다.

Volvo
1985년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1985 European Touring Car Championship) 우승을 차지한 볼보 240 터보.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자동차의 역사를 이렇게 요약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로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이 두 가지 지상명령(至上命令)과 싸워왔다. 이것은 모두의 꿈이었다. 그 모든 자동차 기술의 진보와 혁신이 바로 그 꿈에서 나왔다. (여기에 ‘더 친환경적으로’가 추가된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인간은 기술이 종종 물리학 법칙을 거스를 수 있다고 믿었다. 더 빠른 자동차를 향한 열망과 더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필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엔진의 폭발력을 키웠고, 바퀴의 운동을 제어했다. 

특히 최신 자동차 안전기술의 성과는 눈부시다. 이제 자동차는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미리 알아서 사고를 예측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꺾어준다. 운전자의 주의가 산만해지면 경고음을 내고, 그래도 반응하지 않으면 직접 개입해 차량을 통제한다. ‘능동안전(Active Safety)’이다.

과거에는 달랐다. 모든 초점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충돌 직후의 충격에 대비해 차체를 최대한 단단하게 만들거나 충격 흡수를 위해 에어백을 곳곳에 집어넣는 식이다. (아, 물론 안전벨트도 빼놓으면 안 된다.)  이른바 ‘수동안전(Passive Safety)’이다.

Volvo
볼보 740의 전방 추돌 테스트 모습. 1984년.
Volvo
1959년, 볼보의 기술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 볼보가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한 덕분에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이를 채택하기 시작했고, 3점식 안전벨트는 빠르게 전 세계 표준이 됐다.
Volvo
1980년대, 볼보는 자사 차량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차량을 겹겹이 쌓아올린 이미지를 광고에 활용했다. 사진은 7대의 볼보 760을 쌓아놓은 모습. 1982년.

 

자동차 안전기술의 역사를 말할 때 볼보를 빼놓을 수는 없다. 볼보는 오늘날의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도, 단단한 차체를 강조하는 일련의 광고들로도 유명세를 탔다. 

‘안전의 대명사‘로 널리 명성을 얻은 볼보에게는 훨씬 더 큰 꿈이 있었다. 2020년까지 볼보 차량 탑승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볼보는 야심차게 선언했다. 2008년에 발표된 ‘비전 2020’이다.

일찌감치 ‘수동안전’ 분야를 섭렵(?)한 이후, 볼보는 능동안전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사각지대를 감지해 경고를 보내고, 차량이 도로에서 이탈해 충돌하면 그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 끝에, 볼보는 어쩌면 단순한 결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각), 볼보는 내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차량의 최고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자동차 산업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극적인 선언이다.  

″과속의 문제는, 특정 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차 내부 안전 기술과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설계로는 사고 발생시의 심각한 부상과 사망을 피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볼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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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흔히 발생하는 저속 충돌(50km/h)에 대비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격을 최소화하는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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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통행 차량 경고 시스템(Cross Traffic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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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2017년 공개한 XC60 광고의 한 장면. 

 

볼보는 그간의 연구 결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각종 첨단 기술 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제 ”운전자의 행동방식”에도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범위를 넓혀야 할 때라는 얘기다.   

볼보 CEO 하칸 사무엘슨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우리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볼보 차량에서 심각한 부상과 사망을 끝내는 데 있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알게 됐습니다. 속도를 제한하는 게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그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과속이나 음주, 주의 산만 같은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운전자의 행동양식을 바꿔낼 기술을 탑재할 권리가 있는지, 더 나아가서는 그래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사무엘슨 CEO는 이렇게 말한다. ”이 질문에 우리가 확고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는 우리가 이 대화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볼보의 안전 전문가 얀 이바르손은 사람들이 과속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주어진 교통 상황에서 너무 빨리 차를 몰고는 하며, 교통 상황에 대해서나 운전자로서의 역량으로 보더라도 그다지 좋지 않은 속도 적응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행동방식을 지원하고, 과속이 위험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이해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볼보는 GPS를 활용해 특정 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학교 근처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과할 때 자동으로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식이다.

볼보는 20일에 음주운전과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과속, 음주운전, 주의 산만. 이 세가지는 볼보가 ‘비전 2020’를 달성하는 데 있어 여전히 ‘갭(gaps toward zero)’으로 존재한다고 파악한 문제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량에 졸음운전이나 운전자의 주의력 상실을 감지하는 카메라들을 장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볼보가 운전자의 음주 여부나 휴대폰 사용을 측정하는 데 이러한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