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0월 17일 15시 46분 KST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할 수 있을까? 이 지역이 말해줄 것이다

켄터키주 제6선거구 결과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지" 말해줄 것이다.

Youtube/Amy McGrath for Congress

미국 켄터키주의 국회의원 선거 표심은 놀라울 정도로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켄터키 유세 현장을 방문했다. 트럼프는 하원 다수당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경쟁자들과 맞서고 있는 공화당 현직 의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중이다.

민주당이 켄터키주 제6선거구 승리를 위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모은 선거운동 광고로 스타로 떠오른 해병대 전투기 파일럿 출신인 예비역 중령 에이미 맥그래스를 꼭 필요로 했던 건 아니었다. 그가 없었더라도 민주당은 하원 다수 의석 탈환에 필요한 24석을 채울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 당일 밤, 맥그래스와 앤디 바 하원의원(공화당)이 맞붙은 결과가 발표되면 이는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올 수 있을지, 또 가능하다면 의석수를 얼마나 벌릴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최초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켄터키의 투표는 동부 표준시(EST) 기준으로 오후 6시에 끝난다. 맥그래스와 바의 대결이 가장 먼저 끝나는 선거 중 하나가 되며, 승자가 결정되는 최초의 스윙 지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맥그래스가 이기면 민주당의 대승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이런 지역에서 석패한다 해도 다수 탈환을 위한 모멘텀을 충분히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조가 될 선거다. 목표 지역 중 하나고 제일 먼저 끝나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켄터키주의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 스콧 제닝스의 말이다.

“우리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맥그래스가 이긴다면 [민주당이] 아슬아슬한 점프 슛 방어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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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제6선거구는 2012년에 바가 벤 챈들러 전 하원의원(민주당)을 꺾은 이래 늘 공화당 지지 지역이었다. 2018년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는 처음에는 이 지역을 공략지역 목록에 넣지도 않았고, 당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선거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후보를 골랐다. 애초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지역의 선거에 들어갈 돈을 아끼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경선 초반까지만 해도 40%p 뒤지던 맥그래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짐 그레이 렉싱턴 시장을 꺾자 모든 것이 뒤집혔다. 넓은 맥락에서 보자면, 이건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를 비롯해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는 중에 일어난 일이었고,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어 공략 대상 지역이 늘어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민주당은 이제 켄터키 중부 선거구(대부분이 시골이지만 렉싱턴과 주도 프랭크포트는 민주당을 강력히 지지한다) 탈환을 노리기 시작했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두 후보는 호각세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각 선거캠프 측의 내부 여론조사에서는 각자 자신들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9월말 뉴욕타임스(NYT) 실시간 조사에서는 바가 단 1포인트 앞섰지만, NYT는 통계적으로 동률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제 두 당은 이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와 바의 등장을 24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 지역 시골에 등장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등장 전에 바가 트럼프 대통령은 ”가끔씩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농담한 말을 녹음한 것을 돌렸다. 바는 이 8초짜리 음성 녹음 파일은 맥락을 무시하고 끄집어낸 것이라고 주장했고, 맥그래스가 바이든을 포옹하는 것이 오바마 정권의 ”실패한 정책들”에 대한 지지라고 맞섰다. 공화당은 석탄 산업의 종말이 오바마 정권의 실패한 정책들 탓이라고 오래 전부터 (별 증거 없이) 주장해왔다.

바와 공화당은 최근 두 달 동안 TV와 라디오 광고로 맥그래스를 쉴새없이 공격해왔다. 이들은 벌써 렉싱턴 미디어 시장에서 방송 광고비로 300만 달러 넘는 돈을 썼다고 NYT가 보도했다.

 

맥그래스는 2017년 8월에 해병대 복무 전력을 내세운 광고로 정치계에 등장했다. 여성을 전투 인력으로 배치하지 못하게 하는 군대의 금지 조치를 극복했음을 강조했다. 이 광고를 내느라 맥그래스측 선거캠프는 일시적으로 무일푼이 됐지만, 맥그래스는 정치적 스타가 됐고, 자금 동원력이 생겼으며, 저항군의 영웅으로 올라섰다.

맥그래스는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둔 가장 유명한 여성 후보 중 하나가 됐다. 또한 그는 군 복무 경력을 유리하게 활용한 민주당 후보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맥그래스의 바이럴 광고에는 공중 폭격 장면이 아무렇지도 않게 삽입돼 있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합쳐져 맥그래스는 계속해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9월30일에 끝난 회계연도 4분기에 맥그래스는 365만달러를 모금했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진정성으로 풀뿌리 민주당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바는 이러한 장점을 역으로 사용해 공격을 시도했다. 연설 중 맥그래스가 “젠장 물론(Hell yeah), 나는 페미니스트다.”고 발언한 것을 공격하는 광고를 냈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민주당-캘리포니아), 초기부터 맥그래스를 지지했던 토크쇼 진행자 첼시 핸들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같은 진보적 여성과 맥그래스를 묶은 광고였다. 바의 광고는 맥그래스가 낙태권을 지지하며 ”잘 살펴보지도 않고 도장만 찍어주는(rubber-stamp)” 진보파라고 공격했다.

통념상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켄터키 중부에서 이 정도면 후보의 생명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맥그래스는 바의 광고 공격에 아웃사이더 정치, 노골적 페미니즘, 켄터키 이슈를 겨냥한 일종의 경제적 포퓰리즘(건강보험과 시골 경제 개발)을 섞어 응수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그레이를 꺾을 때 썼던 카드였다.

맥그래스가 선거에 처음 뛰어든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그는 켄터키 같은 곳에서 트럼프가 인기를 얻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가감없이 말할 수 있다. 그는 자신과 펠로시를 묶으려는 바의 시도를 비웃으며,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가 제6선거구 경선 후보로 그레이를 영입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경선에서 나는 민주당 기득권 세력과 맞붙어서 이겼다. 나는 이제 공화당 기득권 세력과 맞붙을 것이고, 그들도 꺾을 것이다.” 지난 9월말 켄터키주 조지타운 민주당 행사에서 만난 맥그래스가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이 반복된 표현은 사실상 선거 슬로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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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래스가 보기에 이 선거구 유권자들의 불만은 양당 모두 일반 유권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는다는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맥그래스는 민주당 중앙당이 더 이상 켄터키의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며 경선에서 분노를 토했다. 맥그래스는 바와 같은 정치인들이 평범한 사람들 대신 부유한 후원자들을 위해 일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증거는 이렇다. 바는 50만 명 넘는 켄터키인들에게 보장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법 폐지에 투표할 것이 확실하며, 초당적 싱크탱크 ‘세금정책센터’에 따르면 감세 혜택의 82%가 부유한 가계 1%에 돌아간다는 2018년 공화당 감세 패키지를 지지하고 있다!.

맥그래스는 “이건 그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가장 부유한 사람들과 기업들을 위해 일한다. 그들을 돕기 위한 법을 통과시킨다. 가장 부유한 1퍼센트.”

맥그래스는 켄터키 중부 시골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 요구로 이 주장에 빛을 더한다. 시골 브로드밴드와 새 인프라 예산을 자주 언급하는 주제들이다.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을 요구하는 민주당 내 가장 진보적인 주장까지는 가지 않지만, 옵션을 추가하고 자격 연령을 낮춰 오바마케어를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있다. 바가 이를 역이용하려고 하기까지 했지만, 맥그래스는 계속해서 이를 내세운다. 그녀는 지금도 “젠장 물론” 페미니스트다. 그는 F/A-18 전투기를 몰고 전투에 참가한 최초의 여성 해병대원이고, 낙태권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후보이며, 피임을 더 쉽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선거구는 ”늙은 백인들이 잔뜩 앉아서” 여성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을 내리는 ”그림에 신물이 난” 많은 여성들의 지역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켄터키의 베테랑 정치 기자 겸 분석가인 앨 크로스는 맥그래스가 선거날 “공화당 여성표를 많이 끌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선거구를 비롯해 켄터키에는 자신의 정치적 및 다른 야망들이 억눌렸다고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맥그래스를 자신들을 대변해줄 사람, 여성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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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접근이 민주당 경선에서는 통했다. 보다 보수적인 일반 선거구에서도 통할까? 낙관할 이유가 있다. 점점 인기를 얻어가는 건강보험법, 인기가 있었던 적이 없는 감세 법안 패키지에 대한 바의 태도도 태도지만, 선거 운동 기간을 거치며 켄터키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이 논란 속에 연금 개혁법을 통과시키고 공공 교육 예산을 깎자, 켄터키 교사들은 3월에 주도 프랭크포트의 주 의회로 몰려갔다. 교사들은 이것이 공공 교육시스템과 노동 계급 켄터키인들에 대한 맷 베빈 주지사(공화당)와 공화당의 공격이라며 학교를 닫아버렸다. 수십 명의 교사들이 출마하겠다고 나섰고 다른 이들은 “11월에 기억하자”며 투표로 공화당을 몰아낼 것을 다짐했다. 현직 재임자에 대한 반대 정서가 더욱 커졌다. 유력 공화당 의원은 5월 경선에서 교사에게 패했고, 베빈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없는 주지사들 중 하나다.

이 시위들은 맥그래스가 선거 운동에서 내걸고 있는 주요 주제들을 전부 떠올리게 했다. 또 11월에 대거 투표에 나서줄 것으로 맥그래스가 기대하고 있는 바로 그 유권자들(여성과 공무원)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바는 건강보험법 폐지와 감세에 투표한 것을 변호했다.

“내가 투표하고 대통령이 서명해 법이 된 정책들 때문에 켄터키인들은 지금 더 잘 살고 있다.” 트럼프 방문이 알려지자 바가 낸 성명이다. ”감세, 규제 완화, 미국인들의 금융 시스템 접근을 늘리는 개혁 덕택에 우리는 더 빠른 경제 성장, 더 많은 일자리, 더 높은 임금을 실현시켰다.” 

트럼프는 2016년에 이 선거구에서 1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아직도 이 선거구(와 주)에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에 비해서는 인기가 있는 편이다. 14개월 전, 맥그래스로 하여금 전역해서 선거에 출마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던 그 대통령이 바로 맥그래스를 막을 수 있는 공화당의 최후, 최고의 희망이 된 상황이다.

“미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거 중 하나다.” 공화당 컨설턴트 제닝스의 말이다. “그리고 일찍 끝나기 때문에, 이 선거구를 보면 이번 선거가 어떻게 되었는지,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his Is The Race That Will Tell Democrats If They’re Headed For A House Majorit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