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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18일 10시 49분 KST

국민연금 개혁 밑그림이 나왔다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겨레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첫 ‘밑그림’이 나왔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뼈대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체계를 튼튼히 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개혁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참여정부 이후 10년간 중단되다시피 했던 국민연금 개혁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17일 보건복지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4차 재정계산 결과를 공개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자문안을 내놨다. 국민연금법상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살피는 재정계산을 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도록 되어 있다. 2003년 이후 총 3차례 재정계산이 진행됐다.

연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재정계산위원회(재정추계위원회·제도발전위원회·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7년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진된다고 전망했다. 2013년 추계했던 2060년보다 3년이 앞당겨졌다. 향후 70년간의 출산율, 기대수명, 경제성장률 등의 변수를 고려해 추계한 결과다. 저출산 탓에 연금 보험료를 낼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고령화와 함께 연금을 받아야 할 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8년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2182만명, 수급자는 441만명이다. 하지만 70년 뒤인 2088년 국민연금 가입자는 1019만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수급자는 1272만명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당 노령연금 수급자 118.6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 된다. 2018년 현재는 100명당 16.8명꼴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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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사회보장기관노동조합연대 등 노조원들이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회의실에서 국민연금 개편 논란을 각성하라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인 김상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국민연금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째, 생애소득 대비 국민연금액을 뜻하는 실질 소득대체율이 ‘용돈 연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낮다. 둘째,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다. 셋째,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현세대가 더 많이 받을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지는 ‘세대 간 형평성’도 문제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제도발전위원회는 먼저 재정목표를 세우라고 제안했다. 지금부터 70년 뒤인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세부계획을 짜자는 것이다. 적립배율 1배란, 2088년 연초에 쌓여 있는 적립기금이 그해 총지출액과 같도록 기금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려면 현행 제도 아래서는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2020년 16.02%, 2030년 17.95%, 2040년 20.93%로 올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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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데에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다. 보험료율은 20년째 9%에 묶여서 ‘마의 10%’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는 위원회 내부에서 의견이 두 갈래로 크게 엇갈렸다. 정책자문안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연계한 ‘패키지안’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 노후소득 보장체계 안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가)안과, 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기초연금·퇴직연금 강화 등 다층 체계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자는 (나)안이다.

2018년 기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다. 해마다 0.5%포인트씩 인하해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설계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소득대체율 인상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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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안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이 안에서는 지금의 소득대체율 인하를 중단하자고 제안한다. 2019년 소득대체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인 45%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내년에 9%에서 11%로 올리는 방안이다. 보험료율은 2034년 12.31%로 인상한 뒤부터는 5년마다 재조정되어야 한다. 보험료율 조정을 할 때는 70년이 아니라 ‘30년’이라는 단기 추계기간의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자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특히 (가)안에서는 만약 보험료율이 18%를 넘어서게 되면 보험료가 아닌 정부 재정을 투입하거나 수급 연령을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점차 기금 규모를 줄여가면서, 사실상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거둬 일부를 급여액으로 쓰고 대부분을 적립기금으로 쌓아두는 ‘부분 적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미국·영국 등은 적립기금 없이 해마다 필요한 연금 급여를 세금이나 가입자에게 걷은 기여금으로 충당하는 ‘부과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운영한다.

(나)안은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재정 안정화’에 중점을 두었다. 기초연금을 내실화하고 퇴직금 일시금을 연금화하는 방식 등으로 한국형 다층 노후소득 체계를 구축하는 대신,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자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중하위 계층은 기초연금-국민연금 중심, 중상위 계층은 국민연금-퇴직연금 중심이 된다는 구상이다.

이 안에서는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2019년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하자고 제안한다.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1단계 조처 이후에는 보험료율엔 손대지 않는다. 2단계인 2030년부터는 기대수명 연장 등을 고려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 65살, 2038년 66살, 2043년 67살까지 높이는 방식 등으로 재정을 안정화한다는 것이다. (나)안이 제안한 수급 연령 연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박은 만큼, 정부안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위원회는 국민연금 세부개선안도 제안했다. 국민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수급 연령과 일치시키는 방안, 유족연금 지급률을 현행 40~60%에서 60%로 확대하는 방안, 이혼 때 분할연금 수급을 허용한 최소 혼인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연금 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딧 제도’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둘째 아이 출산부터 12개월씩 부과되는 출산 크레딧을 첫째 아이로, 6개월만 인정되던 군 복무기간 크레딧을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이외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한국의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을 개편하여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현재 노인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아니다. 65살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월 20만여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폐지, 급여를 물가와 연동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원회는 향후 국민연금, 퇴직연금, 기초연금을 포괄해 논의하는 범정부적인 ‘노후소득보장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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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앞서 인사말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발표된 정책자문안을 밑그림 삼아 의견을 모은 뒤 9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참여정부 때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3년 넘게 걸렸던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공청회 인사말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