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축된 동물 넋 위로하던 ‘동물 위로비’가 돌아왔다

1930년대 부터 1963년까지 도축장이었던 곳이다.

사람을 위해 희생된 동물의 넋을 위로하고자 인천 동구청에 설치된 ’넋을 위로하는 돌’이 4년여 만에 제자리에 복원됐다. 이 동물 위로비는 옛 도축장이 있던 동구청 터에 1990년 설치된 뒤 2014년 이흥수 전 구청장의 지시로 철거된 바 있다.
사람을 위해 희생된 동물의 넋을 위로하고자 인천 동구청에 설치된 ’넋을 위로하는 돌’이 4년여 만에 제자리에 복원됐다. 이 동물 위로비는 옛 도축장이 있던 동구청 터에 1990년 설치된 뒤 2014년 이흥수 전 구청장의 지시로 철거된 바 있다. ⓒ한겨레

인천 동구청사에서 사라졌던 동물의 ‘넋을 위로하는 돌’이 4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16일 인천 동구 송림동 동구청사 주차장 가운데 마련된 휴게공간에는 ‘넋을 위로 하는 돌’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석 형태의 이 돌에는 “이곳은 1930년대부터 1963년 동구청이 입지할 때까지 도축장이었던 지점으로 청사 확장에 즈음하여 사람을 위해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여 이 돌을 세웁니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비석이 놓인 기단 앞에는 국화꽃 화분도 놓여 있었다. 이 돌은 1990년 11월12일 당시 박연수 전 구청장이 세웠다. ‘사람에게 식재료 공급 등을 위해 도살된 동물의 넋을 위로하자’는 취지가 지역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 도축장이 있던 현 청사 터에 자리 잡은 것이다.

4년 전 사라졌던 이 위로비가 지난 9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돌은 이흥수 전 구청장이 2014년 7월 취임한 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위로비가 사라진 자리에는 비석을 받치고 있던 기단만 남아 있었다. ‘혐오스럽다’는 한 종교단체의 민원을 받아들인 이 전 구청장이 위로비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 관계자는 “당시 위로비 철거를 담당했던 직원이 비석을 파괴하거나 버리지 않고, 기단 밑 지하 공간에 넣어 둔 것을 확인했다. 이달 2일 취임한 허인환 구청장의 지시로 복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구청은 지난 11일 복원을 기념해 위로비에서 조촐하게 진혼제도 올렸다. 이날 놓여 있던 국화는 진혼제 당시 직원들이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동구청에서 24년간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허 구청장이 위로비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하고, 복원을 지시했다. 허 구청장은 “동물복지나 동물보호법 제정 등이 있기 수십 년 전에 이미 동구 주민들은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넋을 위로하고자 비석을 세웠다. 적어도 부끄러운 역사가 아님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스페이스빔 대표) 간사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내포된 ‘넋을 위로하는 돌’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동구만이 가진 스토리고 역사”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동물 #인천 #도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