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18년 06월 15일 16시 26분 KST

[허프인터뷰] '한국 축구를 사랑한 외국인'이 본 이번 월드컵과 한국 대표팀

″까놓고 말해서, 약체 팀을 응원하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한국인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정확히 ‘유럽 축구‘를 좋아한다. 아무리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리버풀‘, ‘아스날’ 같은 팀을 들어봤을 것이고, ‘챔스‘가 유럽 축구팀들의 경기라는 건 알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던 지난 5월 27일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줄곧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등의 키워드가 올라 있었다. 먼 타국의 팀과 경기를 좋아하는 축구팬들이 많은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 축구에 빠진 외국인들이 있다. ‘K League United’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그리고 국가대표팀에 대한 소식을 다루는 매체다.뉴스와 칼럼, 선수 인터뷰 등 모든 기사가 영어로 이뤄져 있다. 모든 콘텐츠는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만든다. 순수하게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된 매체인 것이다.

허프포스트는 한국인보다도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한국 선수들을 꿰뚫어보고 있는 ‘K League United’ 편집장 라이언 월터스와 한국 축구와 국가 대표팀, 그리고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Ryan Walters/K league United
왼쪽이 라이언 월터스. 수원월드컵경기장.

″군인 신분의 국가 대표팀 선수는 한국 대표팀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 부상의 연속이었는데, 신태용 감독은 부상당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선수를 추가 발탁하지 않은 채 엔트리 23인을 확정지었습니다. 좋은 선택이었을까요?

: 소집 전 이근호·권창훈이 부상당한 것을 감안하면, 신태용 감독은 더 많은 선수를 불러내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라고 봐요. 공격수는 옵션이 많을 수록 좋으니까요. 현재 트루아AC에서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인 석현준이 생각나네요. 프랑스 리그1에서 6골을 득점했죠. 트루아AC의 성적 때문에 다음 시즌에도 리그1에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요.

인천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문선민이 대표팀에 발탁되긴 했으나, 석현준이 문선민보단 몇 가지 강점이 더 있다고 봅니다. 소집 된 28명을 감안했을 때, 신태용 감독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선수들을 뽑아 테스트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 한국 언론에서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베로나) 등 해외파 선수들을 주로 주목하는데요. 새로 대표팀에 합류한 K리그 출신 선수들 중 미디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눈여겨볼 만한 선수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 아직은 모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재성(전북현대)은 곧 모두가 아는 이름이 될 거예요. 25세밖에 안 됐지만 이미 작년에 K리그클래식 MVP에 올랐고, 이전에는 AFC U-22 챔피언십, EAFF E-1 챔피언십,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동했어요. 오랜 시간 유럽 리그에 진출할 거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 월드컵이 그의 자질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이재성의 패스 능력과 시야를 고려해 봤을 때 미드필더에 적합하지만. 페이스와 크로싱 능력으로 봤을 때 윙으로도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예요. 다재다능한 선수죠. 지난 1일 전주에서 열렸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경기를 봤다면 알 수 있듯, 이재성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미드필더 선수입니다. 이재성은 앞으로 오랜 시간 태극 마크를 달고 뛸 거예요.

- 홍철, 김민우(상주상무)이나 주세종(아산무궁화) 같은 경우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에 나섭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대표팀 선수가 군 복무 중이라는 점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 국가를 위해 뛰는 대표팀 선수가 동시에 국가를 위한 군 복무 중이라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그런 선수가 있는 팀은 한국 팀밖에 없죠. 저희 독자들 같은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여기에 대한 질문을 한답니다.

징병제 국가로서, 상주상무나 아산무궁화 같은 팀들은 한국의 재능 있는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군 복무를 하면서도 선수로서의 경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김민우나 홍철을 포함, 많은 선수들이 실제로 상주상무에서 군 복무를 수행하는 동안 전술이나 실력을 향상시켰다고 봅니다.

뉴스1
왼쪽부터 이재성, 황희찬, 김민우.

″축구는 정말 세계적인 언어잖아요!”

-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축구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나요?

: 미국인인 제가 K리그에 빠진 건 ‘승강제’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나라 축구팬들에게는 흥미거리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1부에 있던 팀이 2부로 강등될 수 있고, 2부에 있던 팀이 1부로 승격할 수도 있다는 그 시스템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팀보다도 전체 리그 자체가 흥미롭게 보입니다.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죠.

승격되는 2부 챌린지 팀 선수들과 팬들의 유대는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또 지난 해 인천 유나이티드가 증명했듯, 시즌 마지막 날 강등을 피하게 된 팀의 선수와 팬들 사이의 기쁨에는 전염성이 있고요. 승강제가 없는 리그의 경우, 자존심을 다치는 것 외에는 어떤 변화도 겪지 않아요. 하지만 K리그는 승강제를 통해 조금씩 모든 팀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 그냥 좋아하기만 할 수도 있는 건데, ‘K League United’라는 사이트까지 만든 이유는 뭘까요?

: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첫번째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K리그에 대한 모든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였어요.

많은 외국인들이 수년 동안 하나의 팀 혹은 K리그, 한국 축구 전반을 다루는 엄청난 일을 해 왔습니다. 정말 열정적이었죠. 그러나 그들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갔고, 그들이 해낸 일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곤 했습니다. K리그 유나이티드의 목표 중 하나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대해 계속 쓸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국가를 떠나거나 칼럼 작성을 중단해도 작업물을 계속 남겨두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 문화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축구는 정말 세계적인 언어잖아요. 한 지역의 축구팀을 응원함으로서 지역사회와 쉽게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경기장에서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만나면 고된 외국 생활이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죠.

이밖에 K리그 유나이티드를 시작한 큰 이유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열정이었어요. 그걸 가장 크게 보여주는 문구는 ”당신의 지역을 응원합니다”였고요. 여려분이 살고 있는, 여러분이 태어난, 여러분과 연결된 지역 클럽을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이 사이트에 대한 제 큰 희망 중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 팀에 흥미와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겁니다.

kleagueunited.com
K League United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에 더 많은 관심 가졌으면”

- 국가 대표팀에 포함된 자국 리그 선수의 숫자와 리그 발전 가능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세요? 

: 국가대표팀 선수 내에 K리그 선수와 해외 리그 선수 비율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럽 리그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진출하고, 그 선수들은 실력에 걸맞는 높은 연봉을 받죠. 한국의 최고 선수들은 앞으로도 유럽 진출을 계속할 것이고, 이들의 실력이 뛰어나기에 대표팀 감독은 주저없이 이들을 소환할 겁니다.

자국 리그가 발전하는 방법은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뛰던 선수가 K리그로 복귀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크리스털 펠리스)이 K리그로 다시 돌아온다면, K리그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큰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제 모국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뛴 스타들이 복귀하자 MLS(메이저 리그 사커, 미국과 캐나다의 프로 축구 리그)의 인기가 올라갔죠.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주세종이나 이재성 같은 젊은 K리그 선수들이 강한 대표팀을 월드컵에서 보여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K리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K리그를 응원하기 위해 나올지도 모르죠.

-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모두 K리그 출신입니다. 지금의 K리그 선수 중 미래의 기성용, 구자철을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요?

: 이재성이 유럽에 진출한 다음 슈퍼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이재성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이야기했네요(웃음).

개인적으로 올해 FC서울에 입단한 조영욱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영욱은 지난 해 U-20 월드컵에서 인상깊은 플레이를 펼쳤죠. 그는 아직 19세이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기까지는 많은 길이 남아 있지만 FC서울에 입단한 후 보여준 활약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윙어로서의 스피드나 크로스 모두 훌륭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모든 곳에서 수비수들을 1대1로 상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 당찬 모습과 끈기는 앞으로의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조영욱이 현재 능력을 계속 유지하는 한, 수년 내 유럽 리그에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해외축구가 한국에서 인기가 높죠. 이번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앞두고 한국의 리버풀 팬들은 이태원과 마포의 펍에 모여 리버풀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K리그 같은 경우에 이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뉴스1
손흥민과 함께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토트넘 선수들이 환영 나온 한국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2018. 5. 23.

: 우선 알아야 할 건, 현재 거의 모든 아시아 리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다른 나라의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고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세계 상위 3~4개 팀의 수준을 세계 모든 축구팀에 기대하게 됐습니다. K리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재능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기에 호날두나 살라 같은 선수는 없잖아요?

저는 유럽 리그와 K리그의 인기 차이에는 단순한 경기 수준이나 인지도의 차이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기왕이면 이기는 팀을 응원하고 싶어하잖아요. 유럽에서 우승할 만한 실력이 있는, 굳건하고 역사 깊은 팀을 응원하는 것이 역사가 짧고 상대적으로 팬 숫자도 적은 지역 클럽을 응원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긴 할 겁니다.

솔직히 저는 멀리 있는 유럽 클럽의 축구에 대한 관심만 높은 것은 안타깝습니다. 한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합리적인 가격에서 축구경기를 즐길 수 있는데 말이죠. 리버풀 현지 팬들이 터무니없는 티켓 값을 매겨 관광객들에게 판매할 때, K리그 클럽은 1만5천원 미만의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가 가득하니까요.

물론 유럽 리그의 플레이 수준이 높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서포터즈들을 직접 보고 그들과 응원을 나누는 건 불가능하죠. 그들은 텔레비전 속에 있으니까요. 수천명의 마음이 맞는 다른 팬들과 멋진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K리그에서밖에 할 수 없습니다. 서울이나 수원, 전북과 같은 K리그 구단들은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서포터들을 보유하고 있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K리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천천히 열정적으로 지역 팀을 응원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 먼 타국에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것만큼요.

″까놓고 말해서, 약체 팀을 응원하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Ryan Walters/K league United
전남 드래곤즈 경기 관람 중인 라이언 월터스.

-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 축구팀 영업 한 번 부탁드릴게요.

: 2015년에 광양으로 이사했는데, 전남드래곤즈 홈 경기장에서 아파트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전남과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됐죠. 

전남은 상위권에 랭크된 팀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망한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죠. 까놓고 말해서, 약체 팀을 응원하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K League United’는 월드컵 기간 동안은 국가 대표팀 경기와 선수들과 관한 콘텐츠에 집중한다. 그 일환으로 오는 16일 저녁에는 라이언 월터스와 에디터 두 명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팀이 포함된 F조 프리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월드컵 이후에는 다시, K리그와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을 담아 활동을 지속한다. 한국 축구에 대한 더 자세한 이들의 이야기는 K League United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