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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보수의 심장' 대구가 흔들리고 있다

“무조건 한국당? 지금은 안그렇십니다"

ⓒ뉴스1

선거는 정치와 정당의 관성을 흔드는 주기적인 힘이다. 이는 ‘심판론’과 ‘수성론’이라는 이름으로 변주돼 역대 선거 때마다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는 과거와 견줘 투쟁의 강도가 약화된 모양새다.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바람과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북-미 정상회담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70%대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여당의 우세가 전망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이 어느 곳보다 강하게 지배해온 지역에서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 사이 충돌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바로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대구다. 5월19일부터 21일 사이에 진행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대구의 ‘터줏대감’인 자유한국당 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한 자릿수 추격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5월25~26일 대구 성인 804명에게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에서도 현 시장인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30.1%)를 임대윤 민주당 후보(24.3%)가 5.8%포인트 차이로 추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빅뱅

 

ⓒ한겨레21/류우종 기자
ⓒ한겨레21/류우종 기자
6·13 지방선거 대구 시장 후보들이 5월30~31일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위쪽 사진부터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 권 후보는 31일 오후 중구 반월당 유세 현장에서 한 여성에게 밀려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다.
6·13 지방선거 대구 시장 후보들이 5월30~31일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위쪽 사진부터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 권 후보는 31일 오후 중구 반월당 유세 현장에서 한 여성에게 밀려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다. ⓒ한겨레21/류우종 기자

승리를 낙관했던 자유한국당 쪽에선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대구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터져나온다. 산업화와 반공 이데올로기, 박정희 패러다임, 지역주의의 상징인 대구의 선택은 여야 승패를 떠나 한국 정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추락한 보수가 몰락의 길로 갈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이기도 하다.

관성은 질량에 비례한다. 30여 년간 보수정당이 지배해온 대구의 ‘정치 질량’은 도시의 변화를 강하게 막아왔다. 하지만 변화의 가속도는 힘에 비례한다. 2016년 김부겸 민주당 의원(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구 수성구갑 당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도시의 관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대구를 둘러싼 힘의 대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5월24일, 5월30일, 6월1일 대구 시내에서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대구 사람들은 ‘민심’이라는 말에 모두 강한 억양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단 바꾸려는 사람들은 망설임이 없었고, 지키려는 사람들은 말을 꺼내기 전 숨을 골랐다.

문희갑(81) 초대 민선 대구시장(1995~98년)은 전화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보니 (민주당 후보와) 차이가 많이 안 나서 놀랐다. 여론조사가 잘못됐나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영진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문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도 겹쳐 있다. 대구 시민들의 생각도 변화가 많다. 젊은 세대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이 변하고 있지요.”

도시의 관성이 흔들리는 조짐은 거리를 나서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6월1일 오후 곱창 골목으로 유명한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네거리는 다양한 색깔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펼침막이 둘러싸고 있었다. 보통 자유한국당 후보만 나와 ‘무투표 당선’이 되거나 자유한국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만 겨뤘던 선거전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남구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 김기명(34·시의원 후보)·정연우(40·구의원 후보)·이정현(34·구의원 후보) 후보는 32도의 무더위에 땀을 훔치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젊은 후보답게 이 후보는 세그웨이(서서 타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명함과 정 후보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활짝 웃으며 “찍어줄게요”라고 말했다.

“분위기 좋다니까요. 대구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봐주세요. 무조건 한국당만 찍는 분위기는 사라졌어요.”

정 후보는 들뜬 목소리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날마다 경로당을 찾는다는 김 후보가 “지금도 어르신들에게 명함을 건네면 ‘전라도당 아이가’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함 받는 분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들을 보니 4년 전 5월28일,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장관의 선거 유세를 동행 취재할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시민들, 특히 중·장년층에게 다가설 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당시 그는 “민주당 명함이면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계 정당이 남구에 후보를 낸 것은 2006년 이후 12년 만의 일로, 민주당은 남구 전 지역구에 후보를 7명(비례의원 포함) 냈다. 음악학원 원장인 정 후보, 임상병리사인 이 후보, 창업을 했던 김 후보 등 모두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고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이 나섰다.

 

바꾸려는 자들 “1당 독점 청산”

남구뿐만이 아니다. 4년 전 6회 지방선거에서 24명이 출마했던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 4배 많은 89명의 후보를 내보냈다. 지난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구청장·군수)에 달서구만 후보를 냈던 민주당은 달성군만 제외하고 7곳에 단체장 후보를 등록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49명, 정의당 11명, 민중당 8명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대구 유권자는 오랜만에 후보 이름들로 빽빽한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25년째(2016년 기준)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 해마다 1만 명씩 유출되는 인구 등의 지표는 도시를 무기력으로 휘감았다.

선거 때마다 70% 안팎의 표를 몰아줬던 자유한국당 계열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서서히 자라났다.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까지 4명의 여당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는 자부심은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박탈감과 분노로 전환돼 차곡차곡 쌓인 듯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오랜 구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5월24일 대구 중구 남일동에서 만난 서대식(51·컨설팅업체)씨는 “대구가 예전하고 다르다”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완전히 크게 실망했지요. 이전 정권에 대해… 모든 게 기득권임을 아는 거예요. 이 사람들 표를 몰아줬는데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고. …대구로 오는 건 없고 다 뺏겼고. 기업이 뭐가 들어와 있어야 월급이 도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상권이 다 죽어버렸잖아요.” 술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과 싸운다는 그는 “자존심이 굉장히 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장년층의 정서에 박탈감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면, 변화를 바라는 20~40대의 속내는 촛불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6년 촛불시위에 참여한 대구 사람들이 20~50대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지역주의가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구 촛불시위 참여자들도 정권의 잘못을 시민이 응징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이들이 한국당에 표를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4년 전 대구의 20대, 30대, 40대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에게 각각 57.6%, 62.5%, 55.4%의 지지(지상파 방송 3사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분석 결과)를 모아주며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대구의 ‘정권 교체’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는 모두 ‘1당 독점 청산’이다.

“30년간 하나의 정당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구를 지배했다. 그들의 논리로 그들만의 세상으로 그들만의 경제적 이익을 탐하는지도 모른다.”(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정치 경쟁이 결여됐다. (자유한국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뒤 지역 패권주의라는 지역 정서를 볼모로 30여 년 경쟁 없이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정치인들의 반응성·책임성이 아주 취약하다.”(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바른미래당 대구시장 후보)

“대구는 자유한국당을 60~70% 지지했다. (정치인들이) 막대기만 꽂으면 된다고 주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한민정 정의당 달서구의원 후보)

이들이 1당 독점 해체를 외치는 배경에는 사회·경제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부는 도시의 얼굴을 바꾸기 위해 남은 일이 정치권력 교체라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그동안 대구를 비판하는 시선은 경북고·서울대로 대표되는 학연과 섬유와 토목 산업을 기반으로 형성된 경제권력, 고시 출신 행정관료들이 끈끈한 동맹을 이뤄 배타적·패권적 지역주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대구병’ ‘동종교배’ ‘카르텔’ 등의 단어가 이를 대표했다. 대구에서 오랜 시간 지역분권운동을 하다 이번에 ‘선수’로 나선 김형기 바른미래당 시장 후보는 “나도 경북고를 나왔지만, 연고주의·학연·지연의 끈끈한 연대를 지켜봐왔다. 서울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이들은 (‘사또질’ 아닌)‘아전질’을 하고, 이들이 떠나면 다음 사람들이 또 아전질을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러한 카르텔이 다소 약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준화 세대들이 주요 고위직에 진출하며 경북고 중심의 학연은 옅어지고, 대구 경제의 침체와 함께 기존 경제권력도 교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선 민선시장 문희갑·조해녕·김범일 시장은 모두 경북고 출신이지만 권영진 현 시장은 청구고 출신으로 당내에서도 비박(비박근혜계)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임대윤 시장 후보 역시 비경북고(대륜고)다. 대구의 변화를 바라는 이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 정치권력의 교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사회 권력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정치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밑바닥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정치권력이 계속 똬리를 틀 경우 대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키려는 자들 “문 대통령이 차별”

하지만 힘이 작용하면 반대 방향으로 비슷한 크기의 힘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6월1일 오후 동구 신기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반야월 시장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햇빛을 피하려 놓아둔 파라솔 색깔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로 붐볐다. 빨간색, 파란색, 하늘색, 흰색(무소속), 연두색(홍덕률 교육감 후보), 짙은 자주색(강은희 교육감 후보) 등의 점퍼를 입은 운동원들과 구청장 후보, 구의원 후보들이 뒤엉켰다.

“나야, 2번이야.” 이주용 자유한국당 구의원 후보가 건넨 명함을 받은 강아무개(61)씨는 ‘2번’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옷감에 자수를 놓는 사업을 하다 몇 년 전에 다 “망해삣다(망해버렸다)”던 그에게 자유한국당 지지 이유를 묻자 “대구·경북이 디비졌다(뒤집어졌다)”면서도 “한 군데만 그카는(찍는) 전라도가 더 문제 아이가” 하고 되물었다. “통일 되면 좋제. 근데 정부가 신중해야 않겠나. 북한이 어떤 놈들인데….” 주변에서 생선 대가리를 자르던 70대 상인도 “박근혜는 박근혜고, 여기는 보수가 많아 한국당 뽑지 않겠나” 하고 거들었다.

TK(대구·경북) 심리는 외지인에게 배타적이고 외부의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화와 반공 이데올로기 중심으로 대구를 일궈왔고, 대통령 4명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에게 보수라는 가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가까워 보였다. 이들에게 대구 밖에서 가해지는 비판은 마뜩지 않은 듯했다.

“요즘 대구 사람들은 말이 없습니다. 때리면 두드려맞고 말없이 이렇게 있습니다. 언젠가는 바뀌겠지 하고….” 한국교총부회장을 맡은 박인현 대구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새 정부 들어) 대구·경북 쪽이 여러 가지 정책 우선순위나 예산 배정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대구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시의 침체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세대 간 인식 균열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경제적 문제는 팩트로 봐야 한다. 근원적으로 따져서 들어가보면 앞에 정권을 잡았던 보수세력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전반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문제 아니냐”고 평가했다. 한겨레21이 만나거나 통화한 자유한국당 관계자, 중소기업 임원 등 대구의 주류로 불리는 이들은 박 교수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지만 이 지역 보수의 가치는 유지돼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을 만들고 불이익을 감수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와 예산에서 차별당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보수층이 답변을 안 한다. 대구 경제 침체는 이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의 기대 가로막는 무력감

 

ⓒ21

기존의 가치와 권력을 지키려는 이들은 보수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며 관성의 세기를 높이려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우파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선도해왔고 이 땅의 문민정부를 창출시킨 그런 세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보수우파 세력은 국민의 냉정한 시선 속에 좌파 독주를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대구·경북을 향해 던지며 과거의 추억에 젖은 유권자들의 정서를 파고들려 한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은 김상훈 의원은 “1당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하는데, 대구 3석(김부겸·홍의락 민주당·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다른 당 아닌가. 대구 경제만 나쁜 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이 나쁜 것이다. 1당 체제 이야기는 전통적인 선거 구호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에 대한 공통의 기억’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변화가 기존 권력을 흔들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대구는 과거 실질적인 권력을 맛본 곳이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오는 것만 해도 권력의 라인을 타면 쉽다. 이것을 자랑스러워한 곳이 대구다”라고 지적했다. 즉, 그 권력을 대체하는 세력이 나오지 않는 이상 “버티다보면 새로운 권력을 만들 수 있다고 (대구 주류들이) 보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역으로 이번에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은 그러한 대안적 권력의 가능성을 대구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기도 하다.

5월31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대구 유권자들은 도시를 두고 벌어지는 힘과 힘의 대결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한겨레21이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지역의 변화를 위해서 정치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구 유권자들의 72.8%가 “공감한다”고 답했다.(비공감 21.7%)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대구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선 “약간 변할 것 같다”가 48.8%로 다수였고, “거의 변화가 없을 것 같다”(38.9%)가 뒤를 이었다.

그동안 도시를 안개처럼 휘감은 무력감이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구 남산동 반월당 네거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아무개(64)씨는 선거 펼침막을 보며 “젊은 사람들한테 한국당 찍어라, 이런 소리 몬합니다. 근데 나는 요번에 투표 안 할 거라예. 그놈이 그놈이고 똑같은 놈인데, 찍어줄 놈이 있나”라고 말했다. “박근혜 저거 대통령 나올 때, 아들딸들 출근하고 퇴근할 때 기다렸다가 박근혜 찍어주자고 그캤는데. 정치를 저따구로… 옛날에는 좌우지간 한국당 아입니까. 지금은 안 그렇십니다.”

대구시장 지지를 묻는 한겨레21의 여론조사에서 40.5%가 “지지 후보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에 견줘 부동층 비율이 높다. 결국 지난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했던 대구의 투표율이 이번에 어떻게 나타날지에 따라 대구의 변화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뚜렷해지는 지역주의 변화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 유권자들이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구는 워낙 응집력이 강하고 끈끈한 지역이다. 기존 한국당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눈에 날마다 보였고, 민주당 후보들은 선거 때만 잠깐 나와 ‘박정희 극복’ 등을 외치며 유권자 탓만 하고 일상에서 안 보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촛불을 계기로 지역주의의 변화가 뚜렷이 보인다. 특정 정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패턴은 무너지고 있다”며 “승패 기준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걸로만 이번 선거를 바라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6월13일 대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분명한 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대구 내부의 균열과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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