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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금지' 발표에 기재부 장관이 침묵한 이유

  • 김원철
  • 입력 2018.01.11 11:39
  • 수정 2018.01.11 11:49
ANKARA, TURKEY - JANUARY 05: A picture shows Cryptocurrency, Bitcoins in Ankara, Turkey on January 05, 2018. (Photo by Mehmet Ali Ozcan/Anadolu Agency/Getty Images)
ANKARA, TURKEY - JANUARY 05: A picture shows Cryptocurrency, Bitcoins in Ankara, Turkey on January 05, 2018. (Photo by Mehmet Ali Ozcan/Anadolu Agency/Getty Images)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폭탄발언이 나온 건 11일 오전이었다. 주인공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었다.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가 무대였다. 그는 작심한 듯 발언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가격 기준을 설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될 수 없는 가격의 등락과 양태를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심각한 금전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거래 형태로 보고 있다. 이건 가상화폐라 부르는 것도 적절치 않다. 지금 거래는 사실상 투기와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 폐쇄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형법상 ‘도박개장죄’를 적용하는 특별법도 발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폐쇄법안 마련에 (관계부처간) 이견이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재밌는 건 경제부총리의 반응이다. 법무부 장관의 '선언'에 마뜩찮아하는 분위기가 풍긴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한 뒤 이례적으로 취재진과 접촉을 피했다. 통상 취재진과 짧게라도 질의응답을 나눈다. 취재진은 부총리 집무실 앞에서 1시간여를 기다려서야 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래소 폐지 방침이 정부부처간 합의된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데일리'는 "다른 기자들이 잇따라 질문을 하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고 보도했다.

확실히 기획재정부는 법무부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현재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태스크포스)’에는 법무부, 기재부, 금융위, 국무조정실,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TF에 참여 중인 기재부 관계자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그동안 법무부가 TF에서 밝혔던 의견이다. 합의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재부는 지난달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있었다. 즉, 거래를 인정해 주되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겠다는 게 지난달 기재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 상당수 간부들은 보도를 보고 나서야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방침을 접했다고 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사전 통보가 안 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법무부 발표를 몰랐다. 폐쇄를 할 경우 과세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할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분야는 온라인 게임처럼 한국이 장점을 가진 분야로 과감히 규제 완화를 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산업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11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투자자 보호나 투자 과열과 관련해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혁신적인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을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투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정부의 핵심 정책인 혁신성장과도 맞닿아있는 만큼 쉽사리 규제하기는 곤란하다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이날 법무부의 발표가 김 부총리의 고민을 가볍게 뛰어넘은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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