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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팽팽한 긴장 속에 시작되다

  • 허완
  • 입력 2017.10.01 13:14
People raise their arms in front of Spanish police after the seizure of ballot boxes in a polling station in Barcelona, on October 1, 2017, on the day of a referendum on independence for Catalonia banned by Madrid.More than 5.3 million Catalans are called today to vote in a referendum on independence, surrounded by uncertainty over the intention of Spanish institutions to prevent this plebiscite banned by justice. / AFP PHOTO / PAU BARRENA        (Photo credit should read PAU BARRENA/AFP/Getty I
People raise their arms in front of Spanish police after the seizure of ballot boxes in a polling station in Barcelona, on October 1, 2017, on the day of a referendum on independence for Catalonia banned by Madrid.More than 5.3 million Catalans are called today to vote in a referendum on independence, surrounded by uncertainty over the intention of Spanish institutions to prevent this plebiscite banned by justice. / AFP PHOTO / PAU BARRENA (Photo credit should read PAU BARRENA/AFP/Getty I ⓒPAU BARRENA via Getty Images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예정한 분리·독립 주민투표일인 1일 투표를 강행하려는 자치정부 및 지지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각각 실력 행사에 나섰다. 투표를 지지하는 주민들이 투표소로 사용될 학교 일부를 미리 점거했으나, 스페인 중앙정부가 마드리드에서 경찰을 급파해 투표소 절반 이상을 봉쇄하는 바람에 상당수 투표소에서 투표에 차질을 빚었다.

1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후 4시)부터 카탈루냐에서는 ‘카탈루냐가 공화국 형태로 독립 국가가 되길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는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중앙정부이 원천 봉쇄로 상당수 투표소에서 제 시간에 투표가 시작되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중앙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투표가 성사될 수는 없다는 스페인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앞서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유권자가 530만명이며, ‘예스(분리·독립) 캠페인’이 승리한 뒤 48시간 내에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투표 당일인 1일 새벽까지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긴장감이 맴돌았다. 중앙정부는 앞서 카탈루냐 통신기술 담당센터 본부를 압수수색해 투·개표에 필요한 기술 시스템을 해체했다. 투표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투표용지 수백만장을 압수했으며, 온라인 투표 앱도 삭제했다. 마드리드에서 파견된 최고위 관리인 엔릭 미요는 전체 투표소 2315곳 가운데 1300곳을 봉쇄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중앙정부의 집요한 저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투표 이틀 전인 29일 자녀를 하교시키지 않고 함께 학교에 남는 방법으로 최소 163개 투표소를 점거했다. 미요는 이와 관련해 “경찰이 투표소로 쓰일 예정이었던 학교를 정리할 것”이라고 언급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탈루냐의 여론은 반으로 갈려있다. 30일에도 주도 바르셀로나에서는 ‘에스텔라다(카탈루냐 독립기)’를 들거나 ‘카탈루냐는 스페인이다’라고 쓴 펼침막을 앞세운 시위가 각각 열렸다. 7월 여론조사에서는 41%가 독립에 찬성하고 49%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정부 쪽은 유권자 530여만명 가운데 100만명만 투표해도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전체 유권자의 20%가 안 되는 수치이며, 2014년 비공식 투표 때 참여한 230만명(81%가 독립 지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면적의 6%밖에 안 되지만, 전체 인구의 16%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금속·식품가공·제약·화학 산업의 중심지이자 대표적 관광지다. 스페인 정부는 고유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는 카탈루냐에 상당 수준의 자치를 허용하고 있지만 독립은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카탈루냐 독립은 멀게는 1714년 스페인 왕 펠리페 5세가 바르셀로나를 점령한 때로 거슬러올라가는 3세기에 걸친 프로젝트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경제 위기로 중앙정부가 긴축 정책을 실시하면서 독립 요구가 다시 거세졌다. 가령 2014년의 경우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에서 걷어간 세금보다 내려온 교부금이 118억달러 적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학교와 병원 등 공공서비스 지원을 감안하면 꼭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중앙정부는 투표를 중단하면 카탈루냐에 더 많은 교부금과 재정 자치권을 주는 개헌 협상이 가능하다는 태도다. 카탈루냐 지도자들이 투표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투표 이후 중앙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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