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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넌의 브레이트바트 복귀는 트럼프 지지 기반 언론에 균열을 낼지도 모른다

  • 허완
  • 입력 2017.08.22 10:51
Strategist Steve Bannon waits while US President Donald Trump arrives at Lynchburg Regional Airport May 13, 2017 in Lynchburg, Virginia. / AFP PHOTO / Brendan Smialowski        (Photo credit should read BRENDAN SMIALOWSKI/AFP/Getty Images)
Strategist Steve Bannon waits while US President Donald Trump arrives at Lynchburg Regional Airport May 13, 2017 in Lynchburg, Virginia. / AFP PHOTO / Brendan Smialowski (Photo credit should read BRENDAN SMIALOWSKI/AFP/Getty Images)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미국 '대안우파(alt-right)' 언론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곤 하는 워싱턴포스트의 진보 성향 컬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의 말을 긍정적으로 인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를 두둔하곤 하는 브레이트바트는 20일 헤드라인에서 로빈슨의 견해를 인용했다. 트럼프가 "물러터진" 폭스 뉴스보다는 브레이트바트가 자신의 보수적 지지 기반의 "본질"을 더 잘 잡아낸다고 본다는 것. 브레이트바트에 돌아온 스티브 배넌 역시 같은 생각이다.

2016년 공화당 경선 중에 배넌은 허프포스트에 자신은 폭스뉴스가 "세계주의적(globalist)" 접근을 한다고 생각하며 "딱히 국가주의적(nationalist)"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배넌은 "주류 언론들은 그 점을 놓치는 것 같다"며 "폭스는 브레이트바트처럼 우익도, 보수적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미국에서 포퓰리스트, 국가주의 뉴스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생각하며, 그게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배넌의 브레이트바트 복귀는 인터넷과 TV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친-트럼프 친화적' 언론들 사이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가 "포퓰리스트, 국가주의"를 지키는 매체라고 생각하며, 트럼프가 이쪽 지지 기반을 버릴 경우 비판할 준비까지 되어있다. 그는 폭스뉴스의 루퍼트 머독과 아들들인 제임스와 라클란이 "세계주의적" 시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배넌은 이민 이슈에 대해 머독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폭스뉴스 설립자였던 고 로저 에일스와 머독은 2013년 이민 개혁 계획을 세운 양당 상원의원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브레이트바트는 계속해서 이를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머독과는 달리 배넌은 "자유무역"을 비판한다.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유 무역은 "세계주의적 기부, 협동 조합주의, 거저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8일 백악관을 떠난 배넌은 백악관 내 정적들을 "웨스트 윙 민주당원들"로 지칭하며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국가경제위원회의 게리 콘 위원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정부 내의 이른바 "세계주의자"들에 대한 브레이트바트의 비판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브레이트바트는 트럼프의 최측근 고문들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비난을 퍼부었다. 20일 브레이트바트는 대통령이 자신의 국수주의자 지지 기반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반면 트럼프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저레드 쿠슈너의 온건한 시각이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배넌은 이 둘을 '자방카(Javanka)'라고 불렀다고 한다.)

21일에는 트럼프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여럿 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였을 때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과는 다른 개입주의 정책이란 것이다.

배넌은 쿠슈너와 가까운, 대통령에게 배넌을 해임하라고 "여러 번 충고했다"는 루퍼트 머독과 "전쟁"을 치를 계획며, 이 과정에서 브레이트바트 제국을 확장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19일 악시오스의 조너선 스완과 마이크 앨런은 배넌이 "폭스의 경쟁사"를 만들려 한다고 보도했다. TV나 라이브 스트리밍 포맷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배넌을 후원하는 억만장자 밥 머서가 투자자로 거론된다. 배니티 페어의 가브리엘 셔먼도 20일에 배넌이 TV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또다른 머독의 경쟁사인 우파 지역 뉴스 대기업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과 손을 잡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배넌이 머독과 맞설 야망을 품고 있다 해도, 전국 케이블 네트워크를 시작하는 것은 수억 달러가 드는 엄청난 일이며, 대규모 송출이 가능해야 실현될 만큼 먼 이야기다. 배넌이 TV를 통해 경쟁하고 싶어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전기 작가 조슈아 그린은 20일 CNN '릴라이어블 소스'에 출연해 배넌이 TV는 "현재 중요하지 않"으며 "떠오르는 포퓰리스트 보수파 세대는 웹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배넌이 2016년 7월 허프포스트에 한 말도 그와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나 뉴 미디어를 진짜 뉴 미디어로 생각해 왔다. 우리는 웹사이트를 가진 잡지도, 웹사이트를 가진 신문도, 웹사이트를 가진 케이블 TV도 아니다. 우리는 전통적 언론이 그 모든 것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브레이트바트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실험했다. 배넌은 전문가들의 견해보다는 연설에 더 집중함으로써 케이블 뉴스의 전통을 깼다고 생각했다. "이 사이트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하지, 폭스에서 빌 오 라일리가 분석하는 걸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분석을 원하지 않는다."

배넌은 여러 해 동안 폭스뉴스의 숀 해니티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루 돕스와 수 차례 대화를 나누었으나, 보수적인 매체들의 일부 인사들과는 달리 방송에 정규적으로 출연하지는 않았다.

2016년 7월에 허프포스트와 했던 인터뷰에서 배는은 브레이트바트가 기사 홍보를 위해 폭스뉴스에 의존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완전히 독립적이길 원했다.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폭스를 공격해야 할 때, 우리는 온전한 자유를 갖게 된다."

배넌이 이끄는 브레이트바트는 수 년 전에 익명의 기사를 내며 에일스의 전기 작가 가브리엘 셔먼에 맞서 에일스를 옹호했다. 그러나 2015년 8월에는 당시 황금시간대에 등장하던 메긴 켈리와 트럼프의 싸움에서 트럼프의 편을 들며 에일스의 폭스뉴스와 척을 졌다. 그러나 2016년 7월에 에일스의 성추행 논란이 일었을 때 브레이트바트는 다시 에일스의 편을 들었다. 그린이 쓴 배넌의 전기에 의하면 배넌은 에일스가 5월 사망 전 컴백을 준비하며 폭스뉴스에서 보냈던 마지막 시간에도 에일스와 여러 의논을 했다고 한다.

배넌은 머독을 에일스만큼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다. 머독은 트럼프 지지를 뒤늦게 밝혔고, 머독이 소유한 언론 중 하나인 뉴욕포스트는 끝내 지난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머독의 폭스뉴스는 트럼프를 쭉 지원해왔다.

그러나 ‘폭스 & 프렌즈’ 등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브레이트바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입장과는 다르다. 브레이트바트는 이민, 무역, 해외 정책 등에서 트럼프가 국가주의 지지 기반과 다른 입장을 취할 때 문제를 제기할 것을 다짐하기 때문이다.

21일 아침 ‘폭스 & 프렌즈’ 제작진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늘리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16년 째 전쟁 중이다.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이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철군하면 난장판이 될 것임을 잊지 말라. 그는 국가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빼앗기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공동 진행자 스티브 두시의 말이었다.

공동 진행자 브라이언 킬미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면 이란, 러시아, 이슬람국가(IS)가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고, 에인슬리 언하트는 트럼프가 장성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브레이트바트의 21일 분위기는 보다 비관적이었다. 이번 결정이 기껏해야 교착 상태로 이어질 것이며 트럼프의 선거 공약과는 다르다는 헤드라인들이 많았다.

-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워싱턴은 모른다”

- “마이크 앨런: 트럼프의 아프간 계획은 ‘미국이 이기지도 지지도 못하게 할 것’”

- “‘집에 올 때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긴 좌절”

- “미국 우선? 스티브 배넌이 빠지자 글로벌리스트들이 해외 전쟁을 더 일으키려 한다”

브레이트바트의 21일 라디오 쇼 ‘시리우스’에서 워싱턴의 에디터 매트 보일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늘린다면 그건 자신의 공약과는 다른 일”이며, “그는 이 전쟁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Steve Bannon’s Return To Breitbart May Cause Rift In Trump’s Media Bas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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