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자살한 이유가 대학 당국의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8개월이 지나 밝혀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유명 조각가인 손모(33)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가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해 6월.
당시 손 교수는 학내에 붙은 대자보 때문에 괴로워 했다.
지난해 5월 동아대학교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야외스케치 행사 이후 술자리에서 모 교수 2명은 술에 취하여 특정 학생의 등에 손을 넣고 브래지어 끈을 만지고 손등에 뽀뽀를 하고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을 했다"며 "증거 사진을 들고 있다"고 마치 목격자인 것 처럼 쓰여 있었다.
그러나 손 교수의 유족이 경찰과 대학 측에 결백을 주장하며 수사를 의뢰하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등장인물이 많고 복잡한 이 사건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1. 대자보를 붙인 학생 A는 목격자가 아니었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목격자도 피해자도 아니었으며 대자보 내용은 허위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A씨는 손 교수와 전공분야가 달라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마치 손 교수의 성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대자보를 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2. 정작 학생을 성추행한 동료 교수 B가 손 교수를 모함하는 소문을 퍼뜨렸다
KNN에 따르면 손 교수와 함께 야외 스케치 수업을 갔던 B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뒤 스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를 입막음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어 B 교수는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려고 손 교수가 성추행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다.
3. 또 다른 교수 C씨가 A씨에게 대자보를 쓰라고 종용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미술학과 C 교수가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4. C 교수가 학생 A에게 대자보를 쓰게 한 이유도 자신의 성추행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동아대 측은 C교수가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관심을 손 교수로 돌리기 위해 A씨에게 대자보를 써서 학내에 게시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4월 동아대 총장 비서실에는 C교수가 한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접수돼 내부 감사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정리하자면, B교수와 C교수가 자신들의 성추행 행각에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아무런 혐의가 없는 손 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을 내고, 대자보를 쓰도록 종용해 자살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졸업을 앞두고 있던 A 씨는 퇴학 당했으며 이달 3일 B 교수는 파면된 상태.
한편 사건이 있었던 야외스케치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2명은 B교수와 또 다른 시간 강사 D씨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야외 스케치 이후 여학생을 성추행한 D 강사가 학교를 그만두었고, 성추행한 교수가 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유족이 "아들이 C 교수 등에게 너무 시달려 학교를 그만두려 했으나 지도교수가 말려 그러지도 못했다"며 "학과 내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용한 매체마다 등장인물의 이니셜을 다르게 표기해 오해가 없도록 일관되게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