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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기회'

트럼프는 좌충우돌식 언술에도 불구하고, 독특하지만 상당히 '일관된' 정치적 신념과 정책 방향을 보여주었다. 우선 '미국 우선주의' 신념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기업 중심주의 논리가 강력히 부각될 것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 정책의 뒤집기에서 시작된다. 마치 부시 대통령이 전임 클린턴 대통령 정책 뒤집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ABC(Anything But Clinton)의 재판처럼 ABO(Anything But Obama)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성공 가능성과는 별도로, 일종의 트럼프 식 '과거청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11.10 07:40
  • 수정 2017.11.11 14:12
ⓒKamil Krzaczynski / Reuters

국민의제 시국특집 4회

대통령의 과오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 오늘의 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되 나라의 미래를 밝히 열고자 <국민의제>가 탐조등을 비추는 기획특집을 마련합니다.

글 | 조 민(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단아' 트럼프의 승리는 결코 이변이 아니다. 미국 주류 백인 사회에서 오래 동안 팽배해온 위기감이 분노와 함께 트럼프의 깃발 아래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앵그리 화이트'의 깃발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지난 7월에 예언한 트럼프 승리가 그대로 적중되었다. 그는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니아 등 쇠퇴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분노 △여성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 화난 백인 남성 △구식 정치의 표상인 힐러리 본인의 문제 △투표 독려를 하지 않는 우울한 샌더스 지지자 △제시 벤투라 효과(기존 정치 시스템엔 기대할 게 없다)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트럼프 승리를 내다봤다.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분석은 없다.

미국 북동부 공업지대인 '녹슨 지대(Rust Belt)'의 트럼프 지지가 선거판을 결정했다. 한 때 '녹슨 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공업지대를 형성하였으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자유무역의 확대로 급속히 쇠퇴하는 지역이 되고 말았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주류 백인 사회는 미국이야말로 스스로 세계화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여긴다. FTA 등 자유무역협정으로 공장은 해외로 떠났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며, 전혀 새로움이 없는 그저 낡은 구호만 외쳤을 뿐이었다.

이제 세계제국 미국은 워싱턴 정가와 무관했던 '부동산 거물' 트럼프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정치적 경륜, 교양과 품위, 윤리적인 삶 등 모든 차원에서 트럼프는 전혀 존경받지 못했다. 세계는 민주당 힐러리 후보의 '낡은 구호'를 미국 대내외 정책의 온건한 전환과 계승으로 기대했다. 그러한 바람은 허망하게 끝났다. 지금 한국 사회는 트럼프의 당선에 커다란 실망과 함께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어쨌든 미국 시민은 힐러리의 '교만과 거짓'보다는 '구역질나는' 트럼프를 택했다. 인류는 추악하고 고질적인 '성 폭력범'이자 양아치보다 못한 비열한 인간의 대명사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현실에 황망해 하고 있다. 미국은 당연히 망할 수밖에 없으며, 몰락의 템포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한국, '경제와 안보' 위기를 기회로!

트럼프는 좌충우돌식 언술에도 불구하고, 독특하지만 상당히 '일관된' 정치적 신념과 정책 방향을 보여주었다. 두 측면이다. 우선 '미국 우선주의' 신념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기업 중심주의 논리가 강력히 부각될 것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 정책의 뒤집기에서 시작된다. 마치 부시 대통령이 전임 클린턴 대통령 정책 뒤집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ABC(Anything But Clinton)의 재판처럼 ABO(Anything But Obama)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성공 가능성과는 별도로, 일종의 트럼프 식 '과거청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함께 확고한 '힘의 우위'를 통한 대외전략의 추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장기적으로 트럼프의 대외전략이 성공적으로 관철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당분간 트럼프의 미국과 더불어 한반도의 안정과 미래를 함께 엮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게 우리가 맞닥뜨린 엄중한 현실이다. 트럼프의 세계관과 대중․대북정책을 비롯한 대외전략은 어쩌면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경제와 안보 위기' 극복의 절체절명의 기회이다. 하나는 한국 산업구조의 생존전략을 새로 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구경제(Old Economy)와 결별하고 신경제(New Economy)로 산업과 경제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교육혁명'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 산업전략의 '경로변경'이 절실하고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에게 재벌대기업 주도의 수출산업과 대외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8천만 내수시장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이다. 여기에 '한반도 경영'을 생존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남북경협과 통일이 국가발전전략의 최우선적 목표로 수립되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문제 해결에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도 다급해졌다. 북․미 관계가 막장으로 치닫는가, 그렇잖으면 극적 협상타결을 보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후자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는 실용주의자이며 경제적 합리주의자이다. 그는 실익이 없는 일을 악으로 여긴다. 북한 김정은도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트럼프 정부는 위기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새로운 기회이다. 이제 미국의 선택을 한국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글 | 조 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선문대학 초빙교수로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과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해 오래 동안 연구해왔다. 한반도 통일은 우리 사회의 내부 동력이 관건적이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와 함께 문명사적 전환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정치의 역할을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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