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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차은택의 '노량진 수산시장' 의혹에 수협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6.11.04 14:34
  • 수정 2016.11.04 16:03

지난 4월 어느날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 구건물에 한장의 전단지가 뿌려진다.

전화번호와 실명이 적힌 전단의 내용은 '이성한'이라는 사람이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든 디자인과 건설을 맡았고 상인들을 신 건축물로 유인해 입주시키고 구 시장 자리에 테마파크를 만들어 본인의 사업체를 입점시켜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다는 것.

"그때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누군가가 음해하려고 뿌린 거로 생각했어."

한 상인의 말이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자 상인들은 기사에서 이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성한 미르재단의 전 사무총장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참고인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량진 수산시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나와 차은택과는 수직적인 구조도 아니다. 내가 차은택을 노량진 현대화시장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차은택이 나한테 국가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데 내 역량이 필요하다고 해서 (미르재단으로) 간 것이다.”-한겨레(10월 25일)

"이성한이랑 차은택이랑 같이 우리 시장 다 해 먹으려고 한 거야!"

지금 상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도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이들이 이권에 깊숙히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상인들의 동요가 극에 달했다.

문제를 이렇게까지 키운 것은 수협 노량진수산(주)의 책임이 크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은 둘로 나뉘어 있다. 지난 2015년 10월 구시장 옆에 8층 규모의 신시장을 건설하고 구시장 상인들의 이주를 유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신시장이 생기고 나서 이를 본 상인 중 다수가 '이건 마트지 수산 시장 건물이 아니다'라며 '통로, 배수구, 수족관, 주차장과의 연결 통로 등을 보면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 10월부터 약 6개월이 지난 2016년 4월까지 이전율을 30%에 그쳤고 지금도 300여 개의 업체가 구시장에 남아있는 이유다.

"저렇게 사면이 막혀 있는 수산 시장을 봤습니까? 저래가지고 물류가 원활하게 되겠습니까?"

서효성 총연합회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러나 수협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수협은 구시장을 없애고, 현대화된 신축건물로 이전하기만을 고집하고 있다.

수협이 구시장 상인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불통의 태도가 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노량진수산 측은 허핑턴포스트에 '이성한 씨가 3개월 동안 프로젝트 성으로 자문을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으나, 3개월 안에 제안서가 완성되지 않아 기간이 조금 길어졌다. 차은택 씨가 마치 수협의 자문으로 위촉된 것처럼 말하는데 차은택은 이성한 씨 업체의 자문이었다'고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또한 '계약을 한 것도 아니므로 지불한 비용도 없고 사무실을 하나 내줬을 뿐이다'라며 '최종 제안서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 씨가 수산시장 현대화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이성한에 관련된 유인물이 배포되면서 이런 의혹이 상인들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한편 뉴스원에 따르면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년 동안의 공사기간 동안 사업비가 4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며 "수협 측이 능동적으로 비선실세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구시장의 상인들은 빨간 조끼를 벗지 않는다.

수협 측은 노량진 구시장을 헐고 이 부지에 숙박, 판매, 업무, 문화 공간이 합쳐진 1만 4천 평 규모의 콤플렉스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구시장에서 이전을 거부하고 장사를 하며 수협 측과 싸우고 있는 상인들은 일부라도 존속시켜 전통시장으로서의 경관을 살리고 사용 면적과 영업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이성한 차은택의 의혹에 대해 수산 시장 상인들은 "우리는 수협이 의혹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하고 협상의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지난 9월 27일 서울시가 마련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시민공청회에도 수협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아니 때었다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광경을 지켜본 건 구시장의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의혹을 키우기만 한 수협이 적극적으로 테이블에 앉아 해명하고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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