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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마트에서 '피케티 만화책'이 퇴출된 이유는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 허완
  • 입력 2016.08.05 05:44
French economist and academic Thomas Piketty attends a symposium
French economist and academic Thomas Piketty attends a symposium ⓒCharles Platiau / Reuters

“피케티는 한국·중국·일본·대만 등의 아시아 각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외국으로부터 거액의 투자혜택을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하 21세기 자본)을 군 마트에서 퇴출한 이유는 이 ‘한 문장’ 때문이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 1월부터 군 마트에서 판매되던 이 책 등 5종의 도서를 ‘정훈·문화활동 훈령’에 따라 심의한 결과, 판매에 부적합하다며 지난 5월말 ‘퇴출’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대통령의 시간’ 언급 거슬렸나…군 마트서 책 5종 퇴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이날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군 마트 도서 사업을 시행하는 국군복지단은 <21세기 자본>을 군 마트에서 퇴출한 이유가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군 정훈교육에선 한국의 경제성장을 국가와 국민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이 책에선 외국의 투자혜택이라는 부분이 강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군복지단은 다른 4종의 책을 판매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된다’거나 ‘군을 왜곡하거나 군의 사기를 저해한다’,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정부정책 및 국방정책을 비난한다’는 근거를 댔다.

이런 근거들은 ‘꾸며낸 이야기’인 소설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국군복지단은 김진명 작가의 소설 <글자전쟁>에 담긴 “일단 돈을 갖다 안기면 그 다음은 어떤 계약 위반도 잔소리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군인들이 다 알아서 처리하는데다 하자가 발생해도 군이란 워낙 상명하복의 조직이라 그냥 덮어버리곤 했다”, “높은 놈이고 낮은 놈이고 좌우간 군바리들은 멕여야해!”라는 부분이 군을 왜곡하거나 군의 사기를 저해하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전쟁에서 미군의 책임을 물은 <숨어있는 한국 현대사 1>과 “미군정이 남한 단독정부수립을 추진했다”는 부분이 나온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도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연기한 것을 비판한 <칼날 위의 역사>는 ‘국방정책을 비난한 자료’에 해당한다며 금지 처분했다.

김종대 의원은 “이런 검열은 장병들의 지적 수준을 과소평가한 결과”라며 “스스로 믿지 못하는 군대인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검열을 남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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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방부 #토마 피케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