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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속 성차별이 시정됐다'는 기사에 한심한 댓글을 단 것은 대부분 20대 남자들이다

ⓒgettyimagesbank

거의 모든 사람이 눈치채지 못했을 사실을 지적하고, 그래서 사회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끈 훌륭한 시민이 있다.

SBS 취재파일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에 사는 24살 대학생 김진민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최근 여권을 발급받았는데 여권 첫 페이지의 '통행 보장에 관한 문구'에서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여권 소지인'이라는 표현을 'him(her)'로 번역해놓은 것. 사소한 듯 보이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명백한 '성차별'적 표현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 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Republic of Korea hereby requests all those whom it may concern to permit the bearer, a national of the republic of Korea to pass freely without delay or hindrance and, in case of need, to afford him(her) every possible assistance and protection."

외교부도 '성차별'이라는 김 씨의 지적을 받아들였고, 재고 분량이 소진되는 올해 말 이후부터 새로 발급할 여권에서는 이 표현을 빼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런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 앞으로 여권에서 'him(her)' 표현을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부 검토 결과, 해당 문구가 양성평등에 대한 오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him(her)이라는 표현을 외국 (여권)에서 잘 안 쓰고, 문안 자체도 해당 표현을 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어색한 문구를 보완해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SBS 취재파일 7월 19일)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이 기사에 대한 온라인 댓글이다.

이 기사는 네이버에서 댓글이 5225개나 달릴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는데, 대부분 악플 일색이다. 여권 속의 성차별 문제를 지적한 내용인데, 댓글에서는 해괴하게도 '여성 전용 시설' '군대'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논리가 또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이런 댓글을 다는 이들은 주로 '20대 남자'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올해 초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온라인 설문조사(남성 1200명, 여성 300명 대상) 결과 남성 응답자 중 54.2%가 김치녀/된장녀/김여사 등 '여성혐오' 표현에 "공감한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남자 청소년은 현실 여성의 36.6%가 '김치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남성 응답자는 청소년/대학생/취업준비생/무직/직장인을 막론하고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대상 혹은 혜택받은 집단'으로 '20~30대 여성'을 꼽은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설문을 진행한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진들은 이런 남성들의 반응에 대해 아래와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남성들이 좌절의 원인을 똑같이 힘든 다른 취약 계층에 돌리는 양상이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취업에 좌절한 남성들의 여성을 향한 불만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경향신문)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비난이 청소년 시기부터 시작되며, 젊은 여성이 사회적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연합뉴스)

* 영국 여권도 '성차별' 지적을 받고 있다

AFP에 따르면, 영국도 지난해 11월 새로운 여권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성차별' 논란이 시작됐다.

영국 500년 역사의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 7명의 얼굴을 여권 속지에 그려 넣었는데 5명은 남성이고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를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던 영국 국회의원, 페미니즘 운동가들도 '쓸데없이 별걸 다 지적하는' 이들일까?

"축하받고 기억받는 대신 영국 여성은 역사로부터 제외되었다"고 성평등 운동 단체 파우세트 소사이어티이 책임자 샘 스메서스는 전했다.(AFP 2015년 11월 5일)

영국 노동당 국회의원 스텔라 크라시는 이번 새 여권에 대해 “이제 이런 성차별 문제가 지겹다”며 “도대체 영국 정부는 어떻게 500년이란 기간을 두고 단 2명의 여성만 찾을 수 있느냐”라는 의견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예전 크리시와 함께 지폐모델 교체운동을 했다가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페미니즘 운동가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즈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도 이런 문제로 시위해야 한다는 게 지겹다”라는 푯말을 들고 성차별 반대 시위를 하는 여성의 사진을 올렸습니다.(조선일보 2015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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