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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반도의 수렁에서 발을 빼야 한다

한국 내 미군 부대 존치의 정당성은 수십 년 전에 사라졌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미군 규모를 줄이면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국방 예산 부담이 덜어질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빠져 나오면 북한이 막대한 군사비 지출을 정당화하는 이유로 드는 위협적 환경이 변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이런 윈-윈 정책은 드문 기회다.

  • Doug Bandow
  • 입력 2016.07.18 12:26
  • 수정 2017.07.19 14:12
ⓒMartin Cvetković via Getty Images

편집자 주: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발표는 어떤 방향으로든 한미동맹의 역사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이 안보 관련 정책의 거의 모든 변수였던 과거와는 달리 '중국' 또한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 한미동맹에 대한 상반된 시각의 견해를 소개한다. 아래의 글과 반대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지 말라'도 같이 읽어보길 바란다.

북한은 미국 차기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칫거리, 혹은 악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통령은 '김정은의 괴상하고 무서운 위험을 거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통령 4명은 그럴 방법을 찾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시도한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북한을 '거세'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의 힘을 넘어선 일로 보인다. 적어도 미국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안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다.

미국은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야 한다. 워싱턴은 한국의 소용돌이에서 발을 빼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주변국들의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갈 때까지 한반도에 대해 별 우려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이 조선을 집어삼켰을 때 한국과 미국의 초기 관계는 끝이 났다. 선교사와 독립 운동가들은 미국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열심히 외쳤다. 그러나 한반도의 상태는 미국 정부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의 패전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이 세계 2차 대전에 직접 참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체되는 공격적인 일본 제국에게 한국 땅을 맡겨 둘 순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이 함께 신탁 통치를 하게 되었다. 냉전에서 적대적인 두 개의 한국이 태어났고, 한국 전쟁이 일어났으며, 미국이 영구 군사 배치로 안보를 보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배치는 시대착오가 된 지 오래다. 1960년대에 마침내 남한 경제가 성장했다. 현재 남한은 군사력을 제외한 국력의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앞서는데, 군사력이 뒤지는 것은 남한의 선택이다. 인구가 두 배이고 GDP가 약 40배인 남한은 북한을 억제하고 무찌르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능력이 있다. 미국이 남한을 위해 자원을 쓰고 미국 시민의 생명까지 바치기 때문에 남한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냉전 중에는 그게 말이 됐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냉전과 같은 전세계적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이기는커녕 중요하지도 않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경제적으로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며 인도적으로는 비극이겠으나, 그 짐은 주로 주위 국가들에게 떨어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은 최소한 재래식 무기의 위협에서는 충분히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무리를 하고 있으며, 경제는 궁지에 몰렸으며 재정적으로도 위험하다. 더 이상 인구가 많은 선진국 동맹들의 방위를 보조할 여력이 없다.

남한에 미군을 두지 않는다면 가난한 북한의 김씨 지도자들은 미국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현재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미국에 대한 모욕이나 위협을 던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김정은은 북한을 '적대 세력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강력한 공격 수단'인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 시험 후 "크게 만족했다"며,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미군 기지들을 가리킨 발언으로 보인다.

북미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은 더욱 극적이었다. 가장 최근 실험은 4월이었다. 특정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으나, 앞으로 실험을 계속하며 정확성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격은 한반도 내, 혹은 인근 지역에는 가치가 없다. 미국을 위협하는 데에만 쓸모가 있을 뿐이다.

동시에 북한은 핵 능력을 계속 키워가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 국제 안보 연구소는 최근 북한이 13~21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4~6개를 새로 만든다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수사뿐 아니라 무기로도 미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멕시코를 비난하거나 토론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지는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을 물고 늘어지지도 않는다. 브라질과 나이지리아는 김정은의 적국 명단에 들어있지 않다. 미국이 북한을 전쟁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면, 북한 바로 밑에, 북한을 둘러싼 아시아 지역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지 않다면 김정은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군대를 철수시켜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물론 김정은이 피해자라거나 무고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역사상 최악의 대량 살인범 중 하나인 스탈린의 덕에 권력을 잡았다. 김일성의 남한 정복 시도로 한국인들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김일성은 숨막히는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고 스탈린이 아주 좋아했을 개인숭배를 이뤘다. 후계자 김정일은 주민들이 떼거지로 굶어 죽어가는데도 냉담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온갖 국가들을 위협했다. 김정은도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잔혹하게 죽이는 스탈린주의적 통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 경우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며 편리할 때마다 체제 변동을 들이미는 미국은 김정은의 집권에 위협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협상을 통해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미국 고위 공무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재래식 군사력은 결코 가질 수 없다. 가장 명백한,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해답이 핵을 통한 억지력이고, 핵 무기는 자주 과시할수록 더 효과적이다.

미국이 없었다 해도 북한이 이토록 도발적으로 행동했을지 의문이다. 김정은이 더 친절하고 점잖아지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재 조치가 북한의 발전을 막고 있는 지금 김정은의 핵 · 경제 병진 노선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과의 거리가 멀어진다면 김정은으로선 오래 전부터 개혁은 더 많이 하고 핵무기는 줄이라고 조언해 온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더 많아진다. 또한 미사일과 핵 활동을 아예 버리지는 않는다 해도, 한도에 대한 협상을 보다 더 잘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으니,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이 유용한 전략 변화일 수 있다.

물론 불빛에 나방이 꼬이듯 분쟁에 끌리는 워싱턴의 외교 정책 담당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의 분쟁에 휩쓸리기 보다 빠지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미국인들에겐 더 유익할 것이다.

한국 내 미군 부대 존치의 정당성은 수십 년 전에 사라졌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미군 규모를 줄이면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국방 예산 부담이 덜어질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빠져 나오면 북한이 막대한 군사비 지출을 정당화하는 이유로 드는 위협적 환경이 변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이런 윈-윈 정책은 드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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