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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7일 16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27일 16시 45분 KST

나는 착한 사람을 싫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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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dash via Getty Images

사람들마다 제각기 끌리는 사람이 다른 것 같다. 각자가 매력을 느끼고 호감이 가는, 특정 유형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떤 특성에 대해 유독 끌리기도 한다. 다소 어수룩하고 순박하며 투박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 어떻게 보면 어리바리해 보이기도 하고, 놀리거나 장난치고 싶어지는 그런 매력의 사람 말이다. 

‘어수룩’하다고 칭한 것은 그만큼 내가 보호해주거나 감싸주고 챙겨주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게끔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회적/직업적인 측면에서는 똑 부러지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사람일 경우 내가 힘이 되어 주고 싶은 경우가 있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착한 사람’이라는 평을 많이 듣기도 한다. 한 다리 건너서 관계를 맺을 경우 이런 ‘착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지만, 그 착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그들의 욕구로 인해 나쁜 역할은 내가, 마음 아픈 것도 내가 하게 된다.

착한 사람이 있으면 그와 동시에 나쁜 사람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보는 착한 남편과 악덕 부인이 그러한 관계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착한 남편은 우유부단하고 거절을 잘 하지 못하여 밖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잦다. 보증을 서거나 돈을 빌려주고, 혹은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우유부단하게 처신하여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부의 역할에서 남편이 제 역할을 똑바로 하지 못하니, 부인은 이중 삼중으로 야무지게 혹은 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곱디 고왔던, 순하디 순했던 새색시는 이렇게 점차 드센 아줌마가 되어가는 줄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는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부드럽지 못하다고 핀잔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아내를 못마땅해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좀 더 나쁜 사람이 돼서 자신의 가정을 강건히 지켜내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나의 아내가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정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끌어다가 지키는 게 아니라, 함께 협력해야지만 유지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 작게는 연인 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헤어짐을 고할 때 마지막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식었거나 다른 사람이 생겨 현재 진행 중인 연인과 이별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의 이유가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떠들어댄다.

″널 위해 놓아주는 거야...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너를 붙잡아 둘 수 없어.”

더 나아가서 관계의 상태에 대해 상대방에게 묻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이렇게 맨날 싸우기만 하는데,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참 끔찍한 말이고 잔인한 질문이다. 지금 이 관계를 끝내는 이유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끝끝내 부인하며 상대에게 탓을 돌리는 것이다. ‘나는 헤어질 마음이 없는데 내가 힘들까봐 날 위해 헤어져 준다니...’ 그러한 헤어짐을 선고받은 ‘나’는 원망이나 탓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에 혼자서 더 힘들어할게 분명하다. 정말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에서 이별을 고해야 한다. 선택권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배려를 하지 말고, 본인이 칼자루를 쥐어야 한다. 그런 능동적인 이별 통보야말로 당신이 말로만 뻔지르르하게 내뱉은 그 ‘배려’라는 행동인 것이다.

착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내 덫에 내가 걸리게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다른 사람에게 거절을 잘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있거나, 타인의 감정이나 욕구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은 진짜 가까이에서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착한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는 사람을 싫어하는데도 나도 사람인지라 간혹.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통제가 잘 되지 않는다.

속고 또 속아도 자연스럽게 가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지 않겠나 싶다.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 책임만 진다면 그 또한 누가 욕을 하겠는가. 다 자업자득이겠지. 다른 사람의 일은 두 눈 크게 뜨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많은데 내 일에는 오히려 눈을 감게 되니 참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 아파봐야 그만하겠지 싶다.

*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