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당신은 배우자 앞에서 방귀와 트름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습니까

이 글을 박디터에게 바칩니다.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그닥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을 따르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이번 주는 번외편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오랜만에 허프포스트 멤버들은 회식을 했다. 우리 곁을 떠난 에디터K(가명, 깊은 목소리의 유튜버) 선배의 송별 회식이긴 했지만 딱히 슬프거나 가슴아픈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간 에디터K 선배가 날 구박했던 수많은 나날들....

″야, 뉴디터랑 박디터, 너넨 진짜 진상이야!”

King of the Hill,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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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의 연속인 나날들...

박디터는 나와 동향(同鄕)일뿐만 아니라, 알고 보니 내 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했다. 흔치 않은 지역 출신인 터라, 지연에 학연까지 얽혀 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둘 다 술도 참 좋아했다. 특히 회사 돈으로 마시는 공짜 술♥

그러다보니 회식만 하면 항상 우리는 에디터K 선배와 맨 마지막까지 남았는데, 술에 취하면 사람이 누구나 횡설수설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 것 아닌가? 에디터K 선배는 그 때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말투로 우리를 향해 저렇게 독설을 내뱉곤 했다.

King of the Hill,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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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말투에 그렇지 못한 내용...

세상에 너무 서럽고 속상해... 그래서 나랑 박디터는 에디터K 선배의 마지막 회식에서 그를 이겨(?) 먹자고 결심, 마음을 굳게 먹고 몰래 흡연을 시도한 여중생들마냥 회사 뒷골목에서 숙취해소제를 털어먹고 회식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동해바다 푸르고 소나무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고장에서 나고자라 마음도 넓은 나와 박디터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 결심을 까먹고 실실댔다. 에디터K 선배는 ”뭐야, 이 진상들은 왜 내 옆에 앉는 거냐”라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폭언했다. 그래도 회는 맛있었고 술은 계속 들어갔다.

허프포스트는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인원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조직이다. 게다가 다들 꽤 수준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어른들이다. 그러나 이날 회식 중 갑자기 튀어나온 한 가지 주제 때문에 현장은 마치 항문기 4세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어린이집 수준으로 타락해벌였다.

″집에서 방구 끼세요?”

King of the Hill,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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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대체 누가 말한 거지? 회사 사람들한테 집에서 방구 뀌냐고 물어보는 의중이 뭐야? 게다가 이 맛있는 횟감을 눈앞에 두고? 하면서 황당함에 주먹을 도라에몽처럼 뚱뚱하게 쥐고 씩씩 거리면서 범인을 색출했는데 그건 바로 박디터였다.

아. 그럴 수 있지. 우리 동네 사람이면 괜찮다.

우리 동네💕
우리 동네💕

지역주의는 타파해야하지만 우리 동네 사람은ㄱㅊㄱㅊ

″아, 그러니까 제 말은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남편이나 아내분 앞에서 뀌세요?”

암. 역시 우리 고향 사람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저런 질문을 할 리 없지.

10년 간 연애 후 현재 결혼 10년 차인 L과장님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참으면 병이 난다는 의견이었다. 방귀를 제대로 안 뀌면 얼굴이 노랗게 뜨고, 소화도 제대로 안 되고,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나고, 여러모로 좋은 바가 없는 것이다.

L과장님의 말이 끝나고, 회사 후배들에게는 차가운 독설을 마구 퍼붓는 에디터K 선배는 당신께서 여자친구에게는 얼마나 다정한 남자친구인지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 썰들은 무척이나 길고 디테일했고 장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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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꺼낸 박디터는 실제 부부들이 생리현상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매우 궁금한 듯 신나 보였다. 하지만 허프포스트에는 유부남녀가 얼마 없기도 하고, 유부남인 K팀장님은 ”회를 추가해야 하나”라고 말을 돌리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래서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런 거 회사에서 말하면 우리 신랑이 싫어할 거예요.”

나의 능구렁이 같은 스킬... 나중에 고위직에 올랐을 때 곤란한 질문을 받아도 아무 문제없이 해결할 자신이 있다.

″선배 남편분 말고요. 선배는요? 선배는 방구 막 뿡빵 뀌세요?”

박디터... 창을 막아내는 방패를 뚫어내는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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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어... 저는 좀.... 티가 잘 안 나요. 음소거라서...”

나의 조심스런 답변에 L과장님은 신나서 ”그게 더 지독한데”라고 박수를 치셨다.

대체 왜 나의 이런 생리상태가... 박수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문제를 제공한 박디터는 부부 사이에 방귀를 트지 않고,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아름다운 것 같다고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근데 여기서 격렬한 아무말대잔치가 시작됐다.

″아니야 박디터. 그럼 얼굴에 독 오른다니까? 너무 힘들어. 같이 사는데 그러면.” - 강경파 L과장님.

″내가 그때마다 여자친구를 위해서 밥을 차리고... 선물을 하고...” - 13년 째 사랑꾼인 에디터K 선배

″아직 저는 못 텄죠. 일단은 만나기를 해야 하는데...” -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길이 막혀 해외에 사는 남자친구와 생이별 중인 H에디터

″그럼 트름은요? 트름은 트셨어요? >>ㅓ억! 그런 건 안 트는 게 전 아름다운 것 같다니까요??” - 박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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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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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도 아직 많고, 콘치즈도 맛있고, 곧 매운탕도 나올 거고, 술도 꿀떡꿀떡 잘 넘어가던 찰나였는데 대체 왜 우리의 대화는 항문기 5세들의 그것과 같게 된 것이란 말인가...? 그렇게 배우자 앞에서 방구와 트름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1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회식에서 방구 얘기 한 걸 왜 ‘신혼일기’에 쓰냐면, 에디터들이 다 나한테 방귀를 주제로 신혼일기를 쓰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평생 알아온 수많은 사람들 - 우리 가족, 동창, 친구, 시댁 식구들, 과거의 인연, 심지어 원수까지 - 신혼일기를 읽을 수 있는 상황에서, 향후 내가 고향의 거물급 인사가 되었을 때 발목이라도 잡히면 어떡해?

″(고위직이 된) 뉴디터님, 방구를 무음으로 뀌신다고요. 트름은 몰래 하고요. 아니라고요? 분명 2020년에 본인이 쓴 글에 나와 있지 않습니까?! 해명하세요! 사퇴하세요!!!”

그래서 이렇게 교묘하게 비껴서 써 보았다. 번외편이라고 해도 좋겠다. 결론은 이거다. 독자 여러분들은 방구와 트름을 배우자와 트고 지내는 것과 서로 숨기고 지내는 것, 중 어떤 게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