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로이터)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중태에 빠졌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22일 응급 비행기 편으로 시베리아의 옴스크를 떠나 독일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발니가 이송된 샤리테 병원 측에서 그의 상태에 대한 언급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비행편을 주선한 시민단체의 설립자는 현재 나발니의 건강 상태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자 부패 반대 운동가로 활동해왔던 나발니는 지난 20일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의 측근들은 그가 마신 차에 독극물이 투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옴스크 병원의 의료진은 나발니 이송을 허가한 뒤인 21일 저녁 나발니가 인위적인 혼수상태라며 당장 생명의 위협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시네마포피스재단’이 마련한 응급 비행기는 22일 일찍 베를린으로 향했으며, 나발니는 샤리테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병원 측은 검사 및 가족과의 협의를 마친 뒤 나발니의 현재 상태와 추가 치료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샤리테 병원 대변인은 이번 주말 동안 나발니의 상태에 대한 소식을 발표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재단 설립자 자카 비질은 병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의 건강 상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비행기가 옴스크에 비상착륙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의 상태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나발니의 가족들이 추가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태생의 활동가이자 영화감독인 비질은 앞서 독일 언론 ‘빌트’에 이송 도중과 독일 도착 후 나발니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독일 의료진들은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에 제대로 된 장비가 갖춰져있지 않다는 나발니의 아내와 측근들의 요청을 받고는 이송을 위해 20일 러시아로 향했다.

그러나 옴스크 병원 측이 현재 그가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히고 나서면서 이송이 지연됐다. 

옴스크 병원 의사들은 이후 독일 의료진이 여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자 이송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는 크렘린에 직접 서한을 보내 이송을 위한 특별 허가를 발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나발니의 측근들은 러시아 당국자들이 나발니의 의식불명 원인에 대한 은폐를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옴스크 병원 의사들은 독일 의료진들과 모든 치료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또 다른 반크렘린 활동가이자 ‘푸시 라이엇’ 대변인인 표트르 베르질로프도 모스크바에서 독극물에 중독된 이후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나발니는 지난 10여년 동안 크렘린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는 공개 행사와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여러 차례 구금됐으며, 러시아 정부의 부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시도했으나 출마를 금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