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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자체로 접근하는 성중립적 인식 필요하다" : ‘분홍색 여아용, 파란색 남아용’ 성별 구분에 인권위가 내린 판단

“영유아 상품 성별 구분은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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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Prostock-Studio via Getty Images

국가인권위원회가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성별에 따라 영유아용품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하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유아 상품에 담긴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4일 표명했다.

앞서 지난 2020년 1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영유아 상품 생산 회사들이 기능과 무관하게 색상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소꿉놀이를 여아놀이로 취급하는 등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며 개선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사례에 속한 피진정인 8개 기업은 “판매・유통상 편의를 위해 성별을 표기했고 색깔에 따라 구분하는 사회・문화적 관행에 익숙한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자사 제품에서 성별 표기 및 성차별적 문구를 삭제하거나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안 키즈 양치 제품
메디안 키즈 양치 제품 ⓒ아모레퍼시픽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코너.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코너. ⓒ뉴스1

 

인권위는 성별 색상 구분을 두고 “사회적 이미지에 따라 여성은 연약하고 소극적 남성은 강인하고 진취적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꿉놀이‘는 분홍색, ‘공구 세트’와 같은 기계류 장난감 등은 파란색 계열로 하는 것 또한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은 여성 역할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중에 갖게 되고 이런 고정관념은 아이들의 미래 행동, 가치관 및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자료 사진
자료 사진 ⓒmrs via Getty Images

 

성별 고정관념은 누군가를 해치는 가해 행위와도 연관이 있다. 성평등 교육을 가르치는 호주 단체 ‘아워 워치’(Our Watch) 지도자 카라 글리슨은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남자는 무조건’, ‘여자는 무조건’이라는 사고방식에 노출되면 가해 원인이 되는 왜곡된 남성상과 여성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물론 대여섯 살 아이들의 성별 고정관념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해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카라 글리슨은 “다만 실제 사례에서 남성 가해자들이 전통적인 가부장의 입장으로 자신의 파트너와 아이들을 통제하려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해외 각국에서도 소비자들의 비판과 지속적인 개선요구로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2015년 5월부터 기존에 남아, 여아로 구분하던 아동용 완구를 ‘아동 완구’로 통합해 운영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해 사람 자체로 접근하는 ‘성중립적인(gender-neutral)’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다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데 제한이 있지는 않은 점을 고려해 진정을 각하했다. 각하란 진정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사건을 조사·검토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결정이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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