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3월 12일 10시 01분 KST

동아제약 면접자는 "단순히 불쾌한 경험이 아니라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특정 성별에게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는 '성차별적 면접 질문'에 해당한다.

네고왕
유튜브 네고왕 생리대편에 출연한 동아제약 

2020년 11월16일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 자리. 회사 쪽에서는 면접관으로 인사팀장과 실무팀장이, 면접자로는 남성 2명과 여성인 ㄱ씨가 자리에 앉았다. 공통질문은 3가지였다.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을 묻고, 한강 섬에 아파트를 짓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까지.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인사팀장은 남성 지원자들에게 “팀 간식비 10만원이 주어진다면 어떤 간식을 살지” 물었다. ㄱ씨는 다른 지원자가 대답하는 사이 답변을 준비했으나, 이 질문을 받지 못했다. ㄱ씨는 자신이 “이때부터 병풍이 되었다”고 했다.

인사팀장은 남성 지원자에게 ‘군대’ 관련 질문을 이어가지 시작한다.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을 배웠는지…. 한참 뒤 ㄱ씨에게 건넨 질문은 달랐다. 인사팀장은 ㄱ씨에게 군대를 다녀온 남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사이에 임금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ㄱ씨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한 뒤, 인사팀장은 재차 병역 의무 이행이 가능하다면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ㄱ씨는 가능하다면 갈 생각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두 질문은 남성 지원자에게는 묻지 않은 질문이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네고왕2’ 영상에 달린 ㄱ씨의 댓글을 계기로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실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는 성차별 면접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ㄱ씨가 회사의 미진한 대응을 비판하기 위해 지난 8일과 10일 두 차례 블로그에 올린 글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SNS에서는 “나도 성차별 면접을 경험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동아제약 제품들을 리스트화해 공유하며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동아제약 홈페이지
동아제약의 대표 제품들 

동시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동아제약 재직자들을 중심으로 별문제 없는 질문을 ㄱ씨가 성차별적 질문으로 왜곡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ㄱ씨가 젠더 갈등을 이용한다, 페미니즘에 물들었다는 류의 글들도 올린다.

하지만 ㄱ씨는 적당히 사과받고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동아제약의 사과문에 반드시 성차별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이 “명백한 성차별이기 때문”이고 “성차별은 성차별이라 불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 동아제약 네고왕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고 이 사안이 공론화된 뒤에 동아제약 쪽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있나.

=(제가) 댓글을 게시한 다음날인 3월6일 점심쯤 동아제약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제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건넬 때도 ‘면접 과정에서 불쾌한 질문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리며,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싶다 했다. 그러면서, 공식 사과문을 작성 중에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 했다. 애초에 성차별 피해 사실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문자를 받고 상당히 기분이 나빴지만, ‘불매 운동한다는 유튜브 댓글 여론을 보고 정신이 없어 저렇게 표현한 것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사과를 받을지는 사과문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회신했다. 그리고 동아제약 쪽이 일방적으로 사쪽에 유리한 사과문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드려 사과드렸다면서 마치 제가 사과를 받아준 것처럼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에 댓글로 달린 사과문도 성차별 면접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었다. 인사팀장의 개인적 일탈로 매뉴얼을 벗어난 질문이 있었고, 이로 인해 지원자가 불쾌했을 법했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최호진 사장은 사내 메일에서 2020년 동아제약 채용 성비를 언급했다. 영업과 생산직군을 빼면 여성인력이 더 많이 채용되고 있다는 취지였다

ㄱ씨는 “이후 사과문이 올라왔고, 사과문을 보고 저는 더 분노했다. 그래서 동아제약 측에 사과문에 들어갔어야 할 항목을 일곱 가지를 적어 보내면서, ‘사과문만 제대로 작성하셨어도 만나서 직접 사과받고 진심 어린 사과받았다고 글을 올렸을 것이다.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ㄱ씨는 성차별을 ‘쾌·불쾌’ 영역으로, 면접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 정도로 여기는 회사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회사 쪽의 사과 뒤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SNS 등에서 반향이 컸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동아제약이 유튜브 댓글로 게시한 사과문이 형식도, 내용도 모두 허접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첫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동아제약은 해당 질문을 한 사람은 ‘인사팀장’임에도 단순히 ‘면접관 중 한 명의 일탈’로, 일명 ‘꼬리 자르기’를 통해 사건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여성 구직자가 겪는 불평등과 차별을 고작 ‘불쾌한 경험’ 정도로 치부하였다는 점에 화가 났다.

어떤 이들은 ‘인사팀장의 질문이 부적절할 수는 있으나 실력·스펙 등 다른 요인으로 탈락했을 수 있는데, 젠더 이슈를 끌어들이는 게 부적절하다’고 한다.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남자 둘, 여자 하나가 참석한 면접에서 남성 둘에게는 군 생활 질문을 하고 저에게는 군 가산점 질문과 군 복무 이행 의지 여부 질문을 했다. 물론, 다른 요인으로 탈락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젠더 이슈가 아니라는 사실에는 동의할 수 없다. 동아제약에서 계속해서 해당 직무의 최종 합격자 성비를 가지고 오는데, 해당 직무의 최종 합격자 성비가 어떻게 되든, 제가 남성 둘과 저까지 총 세 명이 참석한 당시 면접에서 성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논점을 흐리는 자료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면접관이 군 가산제에 대한 질문을 잘못된 방식으로 했는지, 혹은 ㄱ씨가 면접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성차별은 면접관이 남성 지원자에게는 군대 생활에 관해서 묻고, ㄱ씨에게는 군 가산제에 대해 견해를 묻는 순간 발생했다.

지난 2019년 여성가족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0개 경제단체가 함께 낸 성평등 채용 안내서는 ‘성차별적 면접’을 가리는 기준을 제시한다. “특정 성별에게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예시 : 군대경험)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거나 질문하지 않습니다” “면접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질문사항을 달리하지 않습니다” “면접과정에서 특정 성별의 지원자에게만 답변 기회를 더 주지 않습니다”.

안내서는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성차별적 채용 요인”에 해당한다고 했다. 동아제약 인사팀장의 이날 질문은 이러한 기준들을 전부 어겼다.

어떤 이들은 ‘내가 다른 지원자보다 스펙이 좋았다’는 부분을 문제 삼는다.
=함께 참석한 남성 면접자 두 명의 스펙은 면접에서 알 수 있었다. 면접에서는 모두가 자신의 스펙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시 동아제약에서는 영어로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저는 미국에서 동아제약의 해당 직무와 관련된 인턴십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국제대회 영어 통역 경험이 수차례 있었고, 해당 직무와 관련한 주제로 국제 학술지에 영어 아티클도 몇 차례 기고했다. 제약 분야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제약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동아제약의 제품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었다. 동시에, 토익과 같은 기본 어학 자격증은 물론, 직무 관련한 다른 자격증까지 몇 개 더 갖추고 있었다. 한 대기업의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1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교환학생을 했고, 유럽에서도 전액 장학금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왔다. 이 모두는 이력서에 기재되어있고, 면접 당시 자기소개에서도 언급했다.

트위터 캡처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한 여성이 동아제약 사옥 앞에서 면접 성차별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실 ㄱ씨에게 ‘성차별 면접’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2년 전 각기 다른 회사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었다. 2019년 10월 한 금융회사 최종 면접자리. 그때도 남성 면접관이 2명, ㄱ씨를 제외한 남성 면접자 2명이 함께 면접을 보는 상황이었다. 면접관은 ㄱ씨에게만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ㄱ씨는 “우리 회사에서는 성희롱 당해도 조용히 입 다물고 다닐 수 있는지 묻는 것이냐”고 말한 뒤, 면접 목걸이를 던지고 책상을 박차고 나왔다.

두 달 뒤인 12월 한 외국계 기업 1차 면접자리에서도 남자 면접관은 이력서를 살피더니 “황당한” 말을 했다. “남자들 기 많이 죽이고 다녔겠어요”. 김씨는 그때도 자리를 먼저 떠났다.

ㄱ씨는 이번에는 성차별 면접 문제를 적당히 사과받고 넘기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꼬투리를 잡을 것을 예상했지만 자신의 여성주의적 문제의식도 숨기지 않았다.

면접 날 타임지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2020년 100권의 책 중 하나로 선정했다는 점을 환기했고, “82년생 김지영과 90년대생인 제가 아직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블로그 글이 “3·8 세계 여성의 날 출근길 지하철”에 작성됐다고도 했다. 세 차례나 연달아 경험한 성차별 면접이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또래 ‘여성’ 공통의 문제임이 명확했고, 함께 연대해 해결해 나가야 할 성평등 문제라는 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은 이번 논란이 ‘젠더갈등’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프레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촉발’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촉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조금 더 두드러진 것이라 생각한다.

SNS를 통해 유사하게 성차별적 면접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이러한 성차별적 면접이 만연함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비단 동아제약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이 더 뭉쳐서 연대하고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ㄱ씨가 회사에 요구하는 사항은 구체적이다.

첫째, 해당 질문이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성차별 질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둘째, 저것이 왜 잘못된 질문인지 설명하고, 셋째, 댓글로 사과문을 작성한 것이 잘못된 대처였음을 인정하고, 넷째, 앞서 사과문에서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치부한 것이 왜 잘못된 행동인지 설명하고, 다섯째, 조직 차원의 범죄임에도 개인의 일탈로 갈음하여 마무리하려 했던 점을 인정하고, 여섯째, 사내 인사 제도 개편 방안을 담은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을, 일곱째, 동아제약 채용 홈페이지 메인에 보름 이상 게재할 것.

문제 제기에 공감의 뜻을 표시하고 있는 이들, 자신처럼 성차별 면접을 경험한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뭉치면 산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들이 겪는 비슷한 경험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조금이라도 뭔가 바뀌는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가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면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게 기득권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잖아요. ‘예민하다’는 말을 너무 신경쓰지 말고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