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7월 24일 16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24일 16시 10분 KST

중국이 미국의 영사관 폐쇄 조치에 똑같이 보복했다. 이게 끝은 아닐 것 같다.

미국이 휴스턴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은 청두 총영사관 폐쇄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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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베이징, 중국. 2020년 7월23일. 

중국 정부가 청두에 위치한 미국 총영사관의 철수를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사흘 전 미국 정부가 휴스턴에 위치한 중국 총영사관에 폐쇄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두 나라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무역 전쟁’을 벌이는 등 여러 차례 충돌해왔다. 그러나 외교 공관 폐쇄 조치를 주고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 청두에 위치한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 및 운영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모든 운영과 활동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미국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곳은 중국 내 미국 외교 공관들 중에서 인권탄압 의혹이 제기되어 온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자치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이 21일에 ”일방적으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하면서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행위는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 관련 중국-미국 영사조약에 위배되며 중국-미국 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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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폐쇄를 통보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미국은 이곳이 "간첩 행위와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의 허브"로 활용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청두 미국 총영사관 폐쇄 요청이 ”미국의 비합리적 조치에 대한 합당하고도 마땅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불필요한 상황을 조성한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해 양국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것을 재차 미국에 촉구한다.”

앞서 미국은 ”지적재산권과 미국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가 침해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와 인력 철수를 요구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자료 등을 빼내려던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해커들의 활동을 지원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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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 세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요바린다, 캘리포니아주. 2020년 7월23일.

 

중국 외교부의 이같은 보복 조치가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중국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면 ”자유와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이라던 애초의 기대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도서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운을 뗐다.

그는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의 세기’가 아닌 자유로운 21세기를 원한다면” 맹목적으로 중국을 포용하는 패러다임을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걸 계속해서도, 그것으로 되돌아가서도 안 됩니다.”

그는 ‘맹목적인 중국 포용’ 정책을 언급하면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1969-1974년 재임)을 거론했다. 닉슨은 1972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두 나라 간 화해와 교류협력의 문을 연 역사적인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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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한 리처드 닉슨이 마오쩌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 중국. 1972년 2월21일.

 

″그는 당시로서는 미국 국민들에게 최선이라고 본 일을 한 것이고, 그가 옳았을지도 모릅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협력과 개방을 통해 중국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던 닉슨의 예상은 빗나갔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이 더 번영하자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이 문을 열어젖히고, 나라 안에서는 더 많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실현하고, 나라 밖으로는 덜 위협적고 더 우호적인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었던) 그런 필연성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가 추구했던 포용 정책은 닉슨 대통령이 유도하고자 했던 그런 중국 내의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 정권에게 특별한 경제적 대우를 해줬지만, 돌아온 건 공산당이 자신들의 인권 탄압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고, 중국에 진출하는 서방 기업들에게도 이를 입장료처럼 강요한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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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부부와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 부부가 만찬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무역 기밀을 탈취함으로써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말했고, ”중국 집권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의 교역이 아니라 미국을 급습하는 것”이라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최근 연설을 인용했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근본적인 정치적, 이념적 차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중국을 다른 국가들과 똑같이 정상국가로 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중국과의 교역은 법을 준수하는 다른 정상국과들과의 교역과는 다르”고,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기업과 사업을 하는 게 캐나다 기업과 사업을 하는 것과 똑같지는 않다”고 했다.

″자유 세계가 (중국에 대한 태도와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입니다.” 제법 긴 연설을 마무리하며 폼페이오 장관이 말했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이 시대의 사명입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 연설을 강하게 비판하며 “21세기의 존 포스터 덜레스(1950년대 미국 국무장관을 지냈던 반공주의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십자군 전쟁을 개시”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개미가 나무를 흔들어보려고 하는 것 만큼이나 소용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