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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6일 15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6일 15시 33분 KST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 이대로 괜찮은가?

전문성과 소양을 의심케 하는 위원들의 말말말

huffpost

2018년 1월 30일 출범한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 강상현)은 작년 6월 이후 반년간 구성이 지연되면서 그간 중단된 심의안건과 신규 심의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통신소위원회(이하 통신소위)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크게 불법행위와 관련된 불법정보와 기타 유해정보로 나누어 심의하며, 소위원회 의결에 따라 해당 정보로의 접속을 차단(접속차단), 해당 정보의 삭제(URL 단위), 해당 도메인이나 계정 이용의 제한/삭제(이용정지 및 이용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내린다. 방심위 통신소위가 의결하는 시정요구는 그 자체로 법적 강제력을 갖지 않고, ‘요구’로써 인터넷 망 사업자, 포털서비스, 기타 서비스사업자에게 전달되는데, 이 시정요구의 준수율은 98%에 달하고 있어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 검열제도로 볼 수 있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이 지난 두 달간 통신소위 회의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러한 통신소위의 막중한 책임에 걸맞지 않는 문제적 발언들이 다수 등장하였고, 이를 통해 심의위원회의 구성, 심의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볼 수 있었다.

anyaberkut via Getty Images

1. 일부 심의위원들의 발언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심히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심의 범위 및 권한 범주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시정요구 종류 및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통신소위 초기, 대부분의 위원들은 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종류나 성격을 숙지하지 않고 심의에 참여하여 사무처에 질문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초기라고 해도 국민의 표현물에 대한 일종의 검열 처분을 내리는 권한을 가진 위원들이 그 권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업무에 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나아가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권한 밖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 대한 ‘징계, 처벌’과 같은 강력한 인적 제재권한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법질서 위반 정보가 게시된 게시판 관리의 책임에 관한 규정을 사무국에 질의하며) “게시판 관리자를 징계할 방법이 없는가?” [3차 허미숙]
(방송소위 심의규정의 벌금 등 강제조항을 통신심의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게시자 가중처벌 사례가 있는가?” [2차 허미숙]

둘째, 통신소위의 심의대상인 인터넷 정보의 특수성에 대한 사전이해가 일부 심의위원들에게 충분히 있는지 의심된다. 인터넷 정보는 특정 플랫폼 사업자(예: 네이버 등)가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용자(예: 네이버 지식인 답변)가 정보를 기여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전문가들도 이용자 권리 보호와 ICT 산업 발전을 위해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국회의원 박주선 외 주최,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국제세미나, 2015.). 이를 고려해 통신소위도 플랫폼 단위 심의가 아니라 URL 단위(개별 정보) 원칙으로 한다.

반면, 다음 발언들에 나타나듯 심의위원들은 꾸준히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책임을 어느 정도 물어야 하지 않나. 유통하도록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사무국에서 연구해 보고해주기 바란다.” [2차 전광삼]
“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범죄행위에 대한 교사, 방조가 인정되어야 하지 않나.” [2차 이상로]

이와 더불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위협하는 발언도 함부로 오가고 있다.

“텀블러 문제가 많던데 전체 차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4차 이상로]
“디씨인사이드 사이트가 문제 아닌가? 사이트를 한 번 폐쇄시켜 보자, 어떻게 되나.” [6차 이상로]

추가로, 통신소위는 유관기관이 요청하는 심의안건에 대해 신고 기관의 기준에 의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부 심의위원이 지적하듯이 유관기관 신고의 기준이 일반인의 시각보다 더 넓게 문제정보로 보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소영). 예를 들어 식약처는 “디톡스”, “다이어트”, “비만”, “해독” 등의 용어도 의학 관련 용어로 보고 불법정보로 심의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의 상품 후기도 광의의 광고로 보아 심의안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유관기관 신고 건에 대해서는 신뢰관계와 전문성을 이유로 사무국에서 대부분 시정요구를 건의하고, 통신소위에서도 거의 건의된 대로 시정요구를 결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심의위원 및 보고자(사무국)의 소양을 의심케 하는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도 꾸준히 회의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적 발언들은 심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당한 피해를 우려하게 한다.

첫째 유형은 여성 혐오를 조장하거나 듣는 이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11차 음란 등 선정성정보, 연예인 화보촬영 원본이 본인 동의 없이 유출된 사건 심의 중) “여자들이 옷을 벗고 저런 사진을 찍어요? 왜 찍어요?”(이상로), “여성들에게 상당히 금전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무국]
(11차 음란 등 선정성정보, 쇼핑몰 속옷광고 비디오 정보 심의 중) “저런 게 티비에 나오나요?” [이상로],“(웃으면서) 몸을 보시면 안 되고 속옷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광삼]

둘째 유형은 근거 없는 선입견에 기반해 정보주체인 인터넷 이용자를 매도하는 듯한 발언이다.

(음란 등 선정성정보로 심의 중인 인터넷 방송 게시자들이 의견진술을 마치고 퇴장한 후 의견진술자들에 대해) “이런 일을 하는 애고 아니고를 떠나서…” [12차 전광삼]
(비하 표현 심사 중)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거죠?” [8차 전광삼]
“여성들이 신던 스타킹이나 속옷을 매매하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7차 사무국]
(성매매 정보 심사 중 증거불충분 건) “얄밉지만, 소위 괘씸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8차 전광삼]
(과거 시정요구 받은 도메인을 새로 구입해 심의상 문제없는 내용으로 활용하면서 시정요구 철회한 경우에 대해) “저 도메인을 새로 구입하는 사람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4차 이상로]

3. 심의위원들의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은 위원들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방심위 차원의 기강이 바로잡혀야 할 문제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제3호 바목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여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를 유해정보로 규정하고 통신소위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매주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일부 인용한 일부 심의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공식석상에서의 심의위원들의 발언 자체가 심의대상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인터넷 정보를 심의하는 방심위 통신소위의 전문성 부족 문제는 위원 개개인의 전문성 제고를 넘어 인터넷 심의기구 설계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요한다. 통신소위는 매회 많게는 수천 건의 정보를 심의 의결한다. 방대한 심의안건에 대해 관련 심의규정과 방심위의 권한, 통신정보의 특성을 고루 고려해 적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인터넷 정보에 대한 풍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심의위원 구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