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양산과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축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걸음이 느리다.
LG화학은 최근 LFP 양극재 양산 예정 시기를 늦췄다. 경쟁사들이 천억~조 단위 수주를 따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는 사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가 양극재 생산 기업임에도 외부에서 LFP 양극재를 조달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 쪽도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경쟁사들이 합종연횡하며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지만 LG화학은 아직 뚜렷한 재편 방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섰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7일 소재업계 움직임을 종합하면 LFP 양극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LG화학의 양산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채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전기차 시장 조사 기업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ESS 출하량은 461.3기가와트시(GWh)로 2025년 상반기의 269.7GWh 대비 71% 늘었다.
ESS에는 가격 경쟁력, 안정성, 긴 수명 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LFP 배터리가 주로 사용된다. 이에 LFP 양극재 수요도 함께 커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LFP 양극재 출하량은 2025년 상반기 대비 73% 증가했으며, 글로벌 양극재 출하량 가운데 LFP 양극재 비중은 76%에 달했다.
그러나 LG화학의 주력은 LFP 양극재가 아닌 하이니켈 양극재다. LG화학은 2024년 충북 청주 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나 양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ESS용 LFP 양극재 사업화를 2027년 내 추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시점을 미뤄 2028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개발과 경제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FP 양극재의 경쟁력 있는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생산 거점별 투자 효율성 등을 비교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2026년 상반기 리튬이온 배터리 ESS 출하량 기준 국내 1위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LG화학의 LFP 양극재 사업이 난항을 겪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 대신 중국 기업 등에서 LFP 양극재를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정부의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등에 대응하기 위해 LFP 양극재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소재 분야 경쟁사들은 잇따른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6일 삼성SDI에 기존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계약 일부를 LFP 양극재로 전환해 공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전환된 공급 규모는 6조515억 원이다. 엘앤에프 역시 9월17일 SK온에 1617억 원 규모의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구조개편 지연으로 답답함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5년 8월 중국발 기초유분 공급 과잉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구조개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후 2026년 2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같은 해 7월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의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승인된 계획서에 맞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GS칼텍스와 함께 재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LG화학은 아직 구체적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8월 공시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 직후 LG화학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 나눈 통화에서 "(석유화학 설비의 규모가) 조 단위에 가까워 (재편을) 빠르게 진행 및 결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업계의 공급과잉 및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재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날 허프포스트코리아 나눈 통화에서 LFP 양극재와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두고 "LG화학은 시장 상황과 사업 환경을 면밀히 살펴보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