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시 차원의 벚꽃축제를 앞둔 강원 속초시는 연초부터 ‘하늘’만 바라봤다. 이달 30~31일 이틀 동안 ‘2024 영랑호 벚꽃축제’를 열 예정이지만, 축제를 열흘 앞둔 20일에도 눈이 내리는 등 벚꽃이 필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고민 끝에 속초시는 축제를 두 번에 걸쳐 열기로 결정했다.
속초시는 27일 “축제를 앞두고 벚꽃 개화가 늦어지면서 축제를 연장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이틀 동안 계획대로 축제를 진행하되, 4월6∼7일에도 이른바 ‘2차 축제’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속초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축제 홍보 게시물을 보면 두 손을 모으고 사과하는 모습의 캐릭터와 함께 ‘내 벚꽃 어디 갔어!’ ‘벚꽃이 안핍니다ㅠㅠ’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속초시청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에 “1월에 일정을 잡을 당시 기상청 자료를 참고해 당초 4월6∼7일에 축제를 열기로 했었다. 그런데 2월이 되자 개화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한 주 앞당겼는데, 다시 3월 들어선 눈이 왔다”며 “꽃이 안 폈는데 축제를 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 추가로 축제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벚꽃이 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건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는 이미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시작했다. 27일 오후 개막식이 열렸고 31일까지 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이날까지도 석촌호수 인근의 벚꽃은 아직 개화 전으로 꽃봉오리만 고개를 내민 상태다.
송파구는 지난해에는 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벚꽃이 이미 져버리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상 기온에 봄비까지 겹치면서 송파구는 결국 ‘석촌호수 벚꽃축제’ 이름에서 벚꽃을 떼고 축제를 진행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벚꽃 개화보다) 늦게 개최하면서 막상 축제 땐 꽃이 없었기 때문에 올해는 일정을 당긴 것”이라며 “폐막식이 예정된 31일에는 벚꽃이 만개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 날씨누리의 ‘봄꽃개화상황’을 보면, 전국 13곳 관측 장소 가운데 남부지역인 △부산광역시 남천동 △경남 하동군 쌍계사 △경남 창원시 진해 여좌천에만 벚꽃이 폈다. 같은 남부지역이지만 전남 영암군에선 아직 벚꽃이 개화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의 경우 23일 개막했는데 정작 벚꽃 개화일은 다음 날인 24일이라 역시 벚꽃 없는 벚꽃축제라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한겨레 조해영 기자 /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