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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닭강정 됐다고?? 류승룡이 아스트랄한 상황 몰입 위해 떠올린 배우: 이름 다 듣기도 전에 고개 백번 끄덕였다(아빠)

'테이큰'서 딸 구하는 아빠로 열연한 '국민아빠' 리암 니슨.

왕갈비치킨으로 대박이 나더니 이번에는 닭강정이다.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이 천만영화 ‘극한직업’(2019)에 이어 드라마 ‘닭강정’(넷플릭스)까지 치킨의 맛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류승룡은 ‘염력’(2018)과 ‘무빙’(2013)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치킨 공력만 6년째인데 이번에는 “진짜 닭강정이 딸처럼 보일 정도”(류승룡)였다니, 어느새 경지에 도달한 걸까? 치킨만 만나면 유독 훨훨 나는 두 사람을 지난 18∙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한겨레
드라마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한겨레

‘극한직업’이 대중적인 코미디 영화라면 지난 15일 공개한 ‘닭강정’은 취향을 탄다. 아빠 최선만(류승룡)의 회사에 놀러 온 딸 최민아(김유정)가 피로회복용이라는 말에 보라색 기계에 들어갔다가 뜬금없이 닭강정이 된다. 최민아를 사람으로 되돌리려는 최선만과 직원 고백중(안재홍)은 10회 내내 닭강정을 들고 “민아야”라고 울부짖는다. 황당한 상황에 “리암 니슨처럼 몰입했다”(류승룡)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져 헛웃음이 터진다. 이병헌 감독은 “내가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고 했다. 류승룡도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장르가 아니어서 배우로서는 설렜지만 (공개 뒤) 많은 분들이 놀란 것 같다”며 웃었다.

‘센 척’ 하지만 둘 다 촬영하면서 “이게 뭐야” 한번씩 현타가 왔다. 류승룡은 고백중이 애벌레가 됐다가 돌아온 유인원(유승목) 박사한테 “라바”라고 부르는 장면과 외계인들이 방탄소년단(BTS)과 사슴을 흉내 내는 장면에서 터졌다. “유승목 선배가 자꾸 애벌레 몸짓을 해서 너무 웃겼어요. 배우들이 너무 진실하게 연기해서 놀랐고.” 이 감독은 원작 웹툰을 보다가 중반 이후 외계인이 등장하는 순간 본질적인 고민까지 했다고 한다.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웃음)” 기상천외한 장면을 대본으로 정리하는 것 자체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다. “특히 외계인이 미사일 등을 흉내 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더라고요.” “적당히 해야지” “이게 뭐냐고” 등 현타가 온 듯한 배우들의 대사는 감독이 대본을 쓰면서 느낀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한겨레
드라마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한겨레
드라마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한겨레
드라마 '닭강정'의 한 장면. ⓒ넷플릭스/한겨레

하지만 이내 외계인의 눈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심어주며 주제를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원작에 없는 서사를 채워 넣으며 ‘닭강정’은 청년 문제, 세대 갈등, 인간의 욕망 등 우리 사회에서 곱씹어 볼 만한 묵직한 내용을 코미디답게 쉽고 가볍게 전달한다. 배려심 없는 인간을 비난하고 한국 사회 재난의 문제를 짚는 듯한 대목도 등장한다. 고백중은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기계를 타야겠다는 외계인한테 “사고가 났는데 책임자가 먼저 살겠다고 하면 그게 이치에 안 맞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이 감독은 “호불호가 갈리는 ‘닭강정’처럼 서로 다른 생각이 대치되는 상황들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배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변화 욕구를 반영한 기계와 닭강정을 애지중지하는 모습 등에서 형체가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엿보인다. 이 감독은 “내 작품을 두고 이렇게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닭강정’이 이상하긴 이상한가 보다”라며 웃었다.

이 감독은 코로나19 직후에 ‘닭강정’ 참여를 결정했다. 지금이라면 도전하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그때는 30대였고 작품이 잘 됐고 지금은 영화 ‘드림’으로 손실도 좀 봐서 뭔가 더 안전한 것을 찾았을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해도 ‘닭강정’에 손이 간 것은 드라마 다양성 측면에서 여러 데이터가 쌓이는 데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에서다. 그에게는 “쇼트폼에 가까운” 30분물 10부작도 한국 드라마에서는 도전이다. 류승룡도 “케이(K) 콘텐츠가 아무리 다양해졌다지만 이런 내용에 투자가 이뤄지고 작품으로 탄생해 전 세계에 공개될 줄은 몰랐다”며 “다양성에 기여하는 독특한 여정에 함께 하며 시야가 또 한 번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2디(D)를 4디로 만들 수 있는 감독 덕분”이라거나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인물을 잘 구현해준 배우 덕분”이라며 주거니받거니 공을 돌린다.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이 장르의 변주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 감독은 2008년 ‘과속스캔들’ 각색으로 데뷔해 다양한 코미디 영화를 쓰고 연출했다. 대사를 활용한 말맛이 좋고 신파요소와 클리셰를 배제하고 웃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말맛을 잘 살리는 류승룡은 웃음과 페이소스를 동시에 표현한다. 이 감독은 “에스에프 등 다양한 장르도 해볼 생각”이라면서도 “내 취향은 이쪽(코미디)인 거 같다”며 웃었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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