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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임원은 '우리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선거를 이긴 방법이다."

  • 허완
  • 입력 2018.03.21 10:30
ⓒChesnot via Getty Images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CA)’의 임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한 당시 자신들의 역할을 자랑하듯 털어놓은 장면이 잠입취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CA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활용한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업체다.

영국 채널4 뉴스가 20일(현지시각) 공개한 탐사보도 세 번째 보도에 따르면, CA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서 맡았던 역할이 잘 드러난다. 채널4 뉴스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의뢰 고객을 가장해 CA 임원진들과 만나 여러 차례 가진 미팅을 몰래 영상으로 촬영해 전날 공개했다.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CA의 CEO 알렉산더 닉스는 자신이 당시 트럼프 후보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말했으며, 마크 턴불 CA 폴리티컬 글로벌 상무이사는 자신이 악명 높은 ‘사기꾼 힐러리를 무찌르자(defeat crooked Hillary)’ 광고 캠페인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CA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CA가 당시 트럼프 캠프에 고용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CA가 어떻게 트럼프 캠프의 선거운동을 도왔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내용이 많지 않았다. 그저 혁신적인 ‘데이터 과학’이 승리의 비결이었다는 식의 설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채널4 뉴스의 보도를 보면, CA가 포장해 온 ‘데이터 과학’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난다.

우선 닉스는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우리가 모든 조사, 데이터, 분석, 타게팅(광고)를 했다. 우리가 모든 디지털 캠페인과 TV 캠페인을 운영했고 우리의 데이터가 모든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경쟁 후보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은밀하게 인터넷에 퍼뜨리는 기술에 대해 언급했다. 스리랑카 고객을 가장한 취재진에게 턴불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때때로 대리(proxy) 기관, 이미 있는 기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정보를) 던져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있고, 자선단체 또는 활동가 그룹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활용한다. (정보를) 던져주면 그들이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정보를 인터넷의 혈류(bloodstream)에 던져놓은 다음 이게 커져가는 것을 보고 이게 유지되도록 이따금씩 한 번씩 찔러준다.(...) 이게 온라인 커뮤니티에 침투하게 되지만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이건 출처도 모호하고 추적할 수도 없다.”

턴불은 ‘사기꾼 힐러리를 무찌르자(defeat crooked Hillary)’ 광고 캠페인을 주도한 게 바로 자신이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이 광고는 매우 성공적인 네거티브 캠페인 중 하나였다. 이 영상은 선거기간 동안 3000만번 이상 조회됐다.

그는 ”당연히 이걸 기억하겠죠?”라고 물은 뒤 ”우리는 이와 같은 수많은 종류의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 ‘자폭 이메일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둘째, 우리는 우리 이메일에 자폭 타이머를 맞춰놓는다. 이걸 보내고 상대방이 읽고 나면 두 시간 뒤에 사라지는 것이다. 증거도 없고, 흔적도 없다. 아무것도 안 남는다.” 닉스의 설명이다. 

  

자신들이 후보의 공식 캠프와는 별도의 조직을 활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법에 정해져 있는 선거자금 모금 상한선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 명백한 불법이다.

CA의 데이터과학 책임자 알렉스 타일러 박사 ”때에 따라 이걸 (공식) 정치 캠프와 분리시킬 필요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캠프는 보통 모금액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반면 바깥의 단체들은 제한없는 금액을 모금할 수 있다. 따라서 캠프는 한정된 예산을 신념이나 동원 같은 곳에 쓸 것이고, 그들이 ‘공중전(air war)’이라고 말하는, 부정적 광고 공격 같은 건 (비공식) 다른 관련 그룹에 넘기는 것이다.”

의뢰 고객으로 위장한 취재진에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자신들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타일러는 ”도널드 트럼프가 일반투표에서 300만표 차로 졌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건 데이터와 리서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올바른 장소에서 연설을 하고, 선거 당일 주요 핵심 경합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선거를 이긴 방법이다.” 

 

법적으로 문제될 상황을 걱정하는 의뢰인을 거듭 안심시키기도 했다. CA의 CEO 닉스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들은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미국 사법당국이 자신들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이 ”세 개”였으며 “5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치인이지 기술자가 아니다. 그들은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 

 

 

한편 이 보도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10월, 힐러리 클린턴은 채널4 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쪽에서 새로운 종류의, 다른 누구도 마주해본 적 없던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똑바로 생각하는 것을 막으려는 거대한 프로파간다 시도가 있을 때, 거짓 정보의 홍수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걸 알아보려고 검색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가는 모든 검색엔진, 모든 사이트에도 이런 조작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론 이건 유권자들의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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