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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개입' 혐의로 러시아인들이 처음으로 기소되다

피의자들은 이렇게 '반미 정보전'을 수행했다.

  • 허완
  • 입력 2018.02.17 16:16
  • 수정 2018.02.17 16:17
ⓒJIM WATSON via Getty Images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인과 기관이 처음으로 기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캠프 인사의 공모 여부와 러시아의 개입이 선거 결과를 바꾸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기소장에 적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은 거짓말(hoax)”이라는 주장을 하기 어렵게 됐다.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중인 미 법무부의 로버트 뮬러 특검은 수사 개시 9개월 만인 16일(현지시각) 러시아 인사 13명과 기관 3곳을 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대선 2년 전부터 장기적인 전략 아래 온라인 상에서 분쟁을 촉발하는 글이나 댓글을 올리는 활동을 하는 ‘트롤 팜’ 역할을 하며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5명은 미국인의 신분을 도용한 혐의가, 그 중 3명은 미국인의 이름으로 금융계좌를 개설한 금융 사기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JIM WATSON via Getty Images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에 공개된 뮬러 특검의 37쪽 짜리 기소장을 보면, 특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거지를 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를 미 대선 개입의 허브로 판단했다. IRA는 2016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에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불리한 정치 선전물을 유권자들이 팔로우 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미국의 선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개입은 2014년 초 피의자 세 명이 미국 정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미국 열 개 주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인으로 가장한 이들은 러시아의 도구로 사용되는 줄 모르는 미국인들과 온라인 상에서 광범위한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눴다. 로드 로젠스테인 법무부 부장관은 피의자들이 ‘반미 정보전’이라고 부르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정치 시스템과 후보들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확산시켰다”고 설명했다. 로젠스테인 부장관은 그러나 미국인이 불법 활동인 줄 알고 참여했다거나, 러시아의 개입이 대선 결과를 뒤바꿨다는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기소된 러시아 인사와 기관은 미국인의 신분을 도용하고 미국인 이름으로 금융계좌를 개설했다. 한달에 최대 125만달러(약 13억4800만원) 예산을 운용하면서, 매달 수천달러를 정치 광고에 쏟아부었다. 러시아의 개입 사실을 숨기려고 미국에 있는 서버 공간을 구입하기도 했다. 실존하는 미국인 명의로 개설한 소셜미디어 계정 등에 정치적 메시지를 올렸는데,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2016년 8월엔 미국인 100명 이상의 명의를 도용해 사용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폄하하는 글이 많았으나, 트럼프의 공화당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을 비방하는 글도 있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여론을 퍼뜨렸고, 클린턴의 민주당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주요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소셜미디어 테마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내가 대선 출마를 발표하기 훨씬 전인 2014년부터 반미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선거 결과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고 공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정말로 믿는다”는 트럼프의 이전 발언을 상기시키며, 뮬러 특검의 수사를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로 몰아갔던 트럼프의 행태를 비판했다.

러시아는 13명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뮬러 특검의 기소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리아 자카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13명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라며 “13명이 수십억달러 예산을 쓰는 (미국) 안보기관에, 간첩과 대간첩 활동에, 새로운 개발과 기술에 대항했다고? 터무니없는가? 그렇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관련 자금을 댄 혐의로 기소된 ‘푸틴의 셰프’ 예브게니 프리고친도 혐의를 부인했다. 프리고친은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미국인들은 외부의 영향을 매우 쉽게 받고,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본다”며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내가 이 기소자 명단에 있는 데 전혀 화나지 않는다. 그들이 악마를 보고 싶어한다면, 악마를 보게 내버려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리고친은 1990년대부터 푸틴의 친구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부틴이 즐겨찾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한 재계 거물이다. 특히 러시아 국내에서도 자신의 회사를 친푸틴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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