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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토로가 말하는 ‘사랑’의 본질(인터뷰)

"사랑의 방정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 강병진
  • 입력 2018.03.05 16:37
  • 수정 2018.03.05 16:41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제90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미국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군사 연구소에 잡혀온 미지의 존재와 이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퍼시픽 림’과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지난 2월 22일 한국에도 개봉했다. 그의 수상소식과 함께 허프포스트재팬에서 최근 진행한 인터뷰를 싣는다.

일본에서 3월 1일 개봉한 ‘셰이프 오브 워터’는 어린 시절 목소리를 잃은 여성과 아마존 바다에서 납치되어온 반인반어가 종족을 초월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판타지 요소가 강하고, 엉뚱한 설정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전하는 영화다. 지난 201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최다 후보에 올랐다.

스스로를 ‘오타쿠’로 칭해왔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53세의 나이에 ‘사랑’이라는 주제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AI KAWAGUCHI/HUFFPOST JAPAN

 

- ‘셰이프 오브 워터’는 동화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감독의 입장에서 기존의 동화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포인트가 있다면?

= 지금까지 나온 동화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재확인시켰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이나, 그것을 읽는 사람이나 새로운 자신과 마주하는 상황없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녀와 야수’에서 주인공은 순수한 존재입니다. 한편, ‘야수’는 야만적인 존재로 묘사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왕자님’으로 변신해야만 합니다. 야수가 변신해야 해피엔딩이 된다는 고정관념인 거죠.

‘셰이프 오브 워터’의 주인공 엘라이자는 연구소에 잡힌 괴생명체를 연구소 밖으로 내보내면서 자신의 마음도 함께 해방시킵니다. 서로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사랑인 거죠.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 괴생명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도 변하지 않고, 엘라이자도 변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그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에로틱한 묘사가 눈에 띄는 영화이기도 하다

= 새로운 형태의 동화를 그려자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몇몇 장면에서 주인공 엘라이자에는 목욕을 하며 자위행위를 합니다. 아마도 보통의 영화였다면 그런 장면에서 모델처럼 아름다운 20대 배우의 몸을 수증기로 감싸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비추면서 페티시즘을 느끼게 하는 장면처럼 보여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엘라이자의 성적인 욕망은 페티시즘이거나, 다른 무엇도 아닌 그저 일상입니다. 그처럼 엘라이자를 기존의 동화 속 공주에 가둬두지 않고, 더 다양한 차원의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영화의 무대는 소련과의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정점에 도달한 1962년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당시의 풍경은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 이 시대에 내가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한 이유는 세상이 큰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쉽게 연결되고,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사람은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자신의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 걱정이 많은 거죠.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나름의 아이러니와 유머를 섞지 않고는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할 만큼 겁을 먹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나는 53세이고, 진심으로 사랑을 믿고 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내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만큼 사랑을 말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노래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것 저것 생각하지 말고, 일단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 사랑의 방정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 복잡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반대는 어떨까요? 그건 딱지를 붙여서 한 마디로 정리해버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멕시코인’, ‘여성’, ‘유대인’ 같은 딱지로 그 사람을 정의해버리는 것이죠. 사실 당신에게는 정말 많은 모습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하나의 이미지로만 보는 거죠. 이러한 행위는 사랑의 반대이자, 이데올로기의 무서움입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괴생명체는 하나의 존재이지만, 그는 많은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각각의 등장인물에게도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과학자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끼게 만드는 동물이고, 군인에게는 남미에서 온 지저분한 괴물이죠. 그리고 엘라이자에게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일깨워주는 존재입니다.

 

- 당신은 그동안 로봇과 괴수의 세계를 그려왔다. 이번 영화에서 당신의 팬들이 조금은 당황했을 것 같다.

= ‘셰이프 오브 워터’는 내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와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습니다. 흔히 영화감독에 대해 사람들은 “이 감독은 이 장르다” 혹은 “괴짜 감독이다”, “예술영화 감독이다”라는 식으로 범주화시킵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는 모든 것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크림슨 피크’나 ‘퍼시픽 림’, ‘판의 미로’나 ‘헬보이’는 모두 다른 영화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전부 나를 반영한 영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릴까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보았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괴물을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감을 얻은 것을 바탕으로 나의 해석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진 표현의 권리입니다. 내가 얻는 모든 영감과 기쁨이 바로 나의 입장입니다.

*허프포스트JP의 アカデミー賞最多候補『シェイプ・オブ・ウォーター』監督が描く異色の純愛 野獣が王子に変わるのは”真実の愛”なのか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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