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시위'가 고조되던 며칠 전과는 달리, 여론의 분노가 '무능한 정부'를 향하는 분위기다.
2020-01-13 허완
″그들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는 거짓말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12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립 사이드베헤스티대학교에 운집한 시위대가 외친 구호다. 이란 정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와 이에 앞선 ‘발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이틀째 이란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테헤란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 정부에 항의하고 추락 여객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시위는 대학교 여러 곳에서 벌어졌고, 수백명은 도심 한복판 아자디(자유)광장을 향해 행진을 벌이며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란 신정체제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한 것이다.
드론 공격으로 사살한 미국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그의 장례식에는 수백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미사일 보복공격을 벌인 당일 테헤란에서 추락했던 우크라이나 민항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수‘로 격추됐다는 사실을 정부가 끝내 시인하자 여론의 분노는 다시 ‘무능한 정부’를 향하는 분위기다. 기름값 인상 등 민생고에 항의하며 지난해 말부터 이란 곳곳에서 벌어져 1500여명의 희생자를 냈던 반정부 시위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날(11일) ”재앙적인 실수”를 공식 인정하고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고,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TV 생중계 연설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서방 국가들의 발표가 나왔을 때조차 이란 정부는 이를 ”심리전”으로 일축하며 극구 부인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대내외적인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특히 추락한 여객기에는 다수의 이란 이중국적 보유자들이 타고 있었다.
이란 국영방송사의 진행자 두 명은 거짓 보도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란 언론들은 ”수치스럽다”, ”믿을 수 없다” 같은 제목으로 이란 군의 여객기 격추 시인 소식을 보도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