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시인(?) 노영민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카드 단말기까지 의원실에 갖다 놓고 팔았던 이가 이제 북경의 "시인" 노영민이 될 판이라니, 역시나 마르크스가 헤겔을 빌어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얘기한 대로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되는 모양인가 싶어 쓴웃음마저 난다.

2017-09-29     바베르크

노영민 전 의원이 끝내 주중(駐中) 대사로 부임하게 될 모양이다. 사드 문제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양국 수교 이래 최악인 상황에서 전문 외교관이 아닌 대통령의 측근인 노 전 의원이 주중 대사로 가는 것도 입맛이 쓰다. 물론 대사라는 자리가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반드시 전문 외교관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임명되는 경우가 있었다. 주일 미국 대사를 지낸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나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같은 경우가 우리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쩌면 요즘처럼 한중관계가 미묘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제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알려진 노영민 전 의원 같은 이가 주중 대사로 근무하는 것에 장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노영민 전 의원이 중국 대사로 가게 된 것이 가장 뜨악했던 이유는 그의 "시인"으로서의 경력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위 '북 콘서트'에서 노영민 "시인"의 시집을 사간 것은 당시 그가 상임위원장으로 있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산하기관 5-6곳이었으며 노영민 당시 의원의 의원실에서는 나중에 노 의원 측이 갖다 놓은 카드단말기를 통해서 아예 한 곳의 기관의 책값을 결제해 주기도 하였다. 시집 판매 마진을 50%로만 계산하여도 노 전 의원은 2,5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셈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희한불금의 마케팅 능력을 과시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 전 의원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작가 마쓰모토 세이쵸는 남북한의 이념 대립 속에 월북하였다가 김일성의 남로당 계열 숙청시에 미제(美帝) 간첩으로 몰려 죽은 시인 임화의 비극적 생애를 그린 『북의 시인 임화』라는 소설을 썼다고 하던데,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카드 단말기까지 의원실에 갖다 놓고 팔았던 이가 이제 북경의 "시인" 노영민이 될 판이라니, 역시나 마르크스가 헤겔을 빌어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얘기한 대로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되는 모양인가 싶어 쓴웃음마저 난다. 무엇보다도 중국인들이 저런 갑질 퇴물 정치인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대사로 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를 가뜩이나 더 업수이 여기지 않을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