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처벌법' 이제는 정말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처럼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서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이제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상존해 왔던 이 조항이 주는 공포가, 현실이 됐습니다. 군대가 이렇게 수사를 하고도 뻔뻔한 이유는, 바로 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 이제는 정말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범한 성소수자 군인들을 가슴 졸이게 하고, 두렵게 하고, 결국 기소와 구속과 처벌까지 하게 하는 이 법, 폐지가 마땅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상처 난 것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 모두 나서서 폐지해야 한다, 위헌이다, 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7-05-24     게이법조회
ⓒ김민수

글 | 한가람(현직 법조인/게이법조회)

저같이 못된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군형법 '추행'죄 있으니 조심하렴. 한 번 잘 때마다 죄의 숫자가 하나씩 카운트되는 범죄인데, 너네는 대체 몇 번의 범죄를 저지르는 거니?"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심지어 전역 후에도 "공소시효 동안(5년)에는 조심해라"라는 말을 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고는 했습니다. 지금이야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이 역시 불안한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잠재적인 공포였지, 실제로 누군가가 자신의 정체성과 연애관계를 파헤칠 것이라는 실질적 위협은 아니었습니다.

이 조항 이제는 정말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범한 성소수자 군인들을 가슴 졸이게 하고, 두렵게 하고, 결국 기소와 구속과 처벌까지 하는 하는 이 법, 폐지가 마땅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의 유죄판결을 보고 기가 막혀하는 이 마음, 당사자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 많은 시민들이 국가와 평등과 존엄에 대한 훼손을 경험하게 하는 이 '동성애 처벌법',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누구보다 고통스러울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이미 상처 난 것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 모두 나서서 폐지해야 한다, 위헌이다, 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빨리 폐지하지 못해서 가지는 이 아쉬움과 죄책감, 그래도 결국은 이 조항 없애는 날 바라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잡아가라" 부산 수갑문화제 (화보) by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