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영 HD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에 새로운 정체성을 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생산 기업'이다.
최근 HD건설기계는 미국 발전 기업에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될 엔진 몸체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 미국 기업의 주요 고객사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앤트로픽 등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에 맞춰 HD건설기계는 전북 군산에 신공장을 구축해 엔진 생산 능력 확장에 나섰으며 인천 공장에서도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문 사장은 올해 초 발전·방산·산업용 엔진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북미 발전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포부가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문재영 HD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사업에 도전해 결실을 맺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8일 엔진업계에 따르면 HD건설기계는 엔진을 통해 글로벌 훈풍이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등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전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전력망 연결이 늦어지면서 자체 발전원을 갖추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또 기존 발전 설비들은 공급 부족으로 납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엔진이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발전 설비로 떠오르고 있다.
HD건설기계는 7일 미국 발전 인프라 솔루션 업체인 이록(ERock)과 가스 발전용 '엔진 롱블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엔진 롱블록은 연료·점화 계통을 뺀 반제품 형태의 엔진 몸체를 뜻한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1일~2028년 12월31일이며, 계약 규모는 약 3879억 원으로 HD건설기계 엔진 사업부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5920억 원의 약 65.5%에 달한다. 계약이 2년에 걸친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HD건설기계가 이번 계약으로 공급하는 제품은 배기량 기준 22리터급 가스 발전용 엔진 롱블록이다.
이록은 이 제품을 활용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 세트 솔루션을 구축하게 된다. 이록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앤트로픽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건설기계는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데이터센터향 발전용 엔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D건설기계는 엔진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회사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상용 발전 쪽에서 가스 엔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미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 관련 수요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엔진 사업부의 3분기, 4분기 매출 추정치를 높여 잡았다.
발전용 가스 엔진은 현재 인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HD건설기계는 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증설 시 총 생산 능력은 현재 생산 물량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HD건설기계는 군산 공장에 1168억 원을 투자해 신규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10월 말 완공될 군산 신공장을 중심으로 2027년 1월 37리터급, 2028년 77리터급 초대형 발전용 엔진을 순차적으로 양산한다. 이를 통해 고출력 발전용 엔진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HD건설기계 엔진 사업에 관한 증권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지한,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건설장비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세는 분명하며 발전용 엔진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HD건설기계의 발전기·방산용 엔진 수익성이 높아 향후 발전용 엔진 매출 증가 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 나눈 통화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발전 수요에 대응하는 등 엔진 사업을 2030년 2조5천억 원 규모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